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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랑 Sep 26. 2022

'직장인'은 직업이 될 수 없는 이유

직업이 있다는 착각

우연히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의 세바시 강연을 듣다 크게 공감한 부분이 있다.


"퇴직을 하고 남들처럼 해외여행을 갔어요. 비행기 안에서 입국신고서를 받았는데 멍해지더라고요. 직업을 쓰라는데 내가 무직이라고 써야 하나? 내가 직업이 없다고 쓰는 게 말이 되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부터 직장과 직업이 어떻게 다른지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꽤 상당수의 직장인이 겪어봤을 일이지 않나 싶다. 어떤 이유로든 직장을 쉬고 있는 기간 동안 직업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순간 복잡한 감정이 든다. 직장에서 어떤 일을 했든 어떤 직책을 맡았든 직장이 없는 순간 날 결정짓는 단어는 '무직', '백수'가 되는 현실. 그동안 직장에서 한 것들은 나에게 어떠한 것도 남겨주지 않았구나를 느끼는 순간.


열심히 일한 당신 백수가 되어라?

첫 회사에서 기본 퇴근 시간 밤 10시를 기록하며 열심히 일했다. 첫 회사라 더욱 열정을 불태웠던 것 같다. 그리고 이직을 하기 위해 퇴사했을 때 나에게 달린 명찰은 '백수'였다. 두 번째 회사도 마찬가지였다. 오랜 시간을 몸담으며 매출을 2배 이상 끌어올렸던, 가장 좋은 성과를 냈던 회사를 퇴사한 난 '백수'가 되었다.


직장인은 직장을 다니며 월급을 받는 사람이다. 직장을 그만두면 직장인이 아니다. 당연한 사실을 왜 퇴사를 하고 알았을까? 직장인은 직업이 아니다. 직장인은 독자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연봉은 몸값이 아니다

김호 대표는 직장인이라면 당연히 받아들이던 '몸값=연봉'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몸'의 값이라면 직장의 유무에 관계없이 유지되어야 하지 않을까. 몸 자체의 값은 직장이 나에게 주는 돈이 아니라 '나'로서 벌어들이는 값이어야 하는 게 맞다.


개인적으로 주변 상황과 맞물려 공감이 갔던 부분이다. 요즘 나와 친구들의 주변 어른들이 하나 둘 퇴직하시고 있다. 몇십 년간 회사에서 배운 것들을 회사 밖에서 쓰실 수 있는 분은 매우 드물다. 대부분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시작하려 하신다. 하지만 그동안 훈련되지 않은 무언가를 늦은 나이에 시작한다는 건 힘든 일이다. 점점 많은 친구들이 퇴사하고 자기 일을 찾아 나선다. 지금의 어른들의 모습을 보고 직장이 답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다. 직장인으로서 매겨진 몸값이 아니라 개인으로서의 몸값을 찾아 나선 친구들이 아닐까.


진정한 몸값 만들기

성장 사회에서는 기업이 오랜 고용과 월급 상승을 제공하기 쉽다. 올해보다 내년에 성장할 확률과 기대가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저성장 시대에는 일자리가 줄고 성장률이 낮으며 기업도 오늘내일을 예측하기 어렵다. 시중에 돈이 풀리며 투자가 늘고 경쟁사는 우후죽순 생겨난다. 이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세대 간 갈등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제 조직이 매긴 값을 기대할 것이 아니라 진정한 몸값을 만들어야 할 때다. 그 몸값이 돈일 필요는 없다. 1인 카페를 10년 간 운영하다 망한 대표의 몸값은 0인가? 일반 직장인은 상상도 못 할 문제에 맞닥뜨리며 배운 해결력, 관리 능력, 재무 처리 능력, 투자 유치 능력, 정식력 등이 그의 몸값이다. 결과가 실패라도 더욱 성장해 있을 그의 능력치는 지속력 있는 가치로 봐도 충분하다.


하지만 나는 창업이나 자영업을 할 돈도 능력도 없다. 김호 대표는 그에 대한 해답으로 3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실험들을 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방법이다.


부서 이동을 통한 커리어 확장

새로운 프로젝트를 통한 업무 경험

퇴근 후의 자기 계발


3가지 방법의 공통점은 1) 주어진 일만 하지 말고, 2) 필요한 일만 하지 마라는 점이다.


커리어 테크 트리는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속도로 변화하는 사회 속 기존 성공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우린 너무 많이 봐 왔다. 좋은 대학과 커리어를 가진 사람에게 유리한 건 맞지만 모두 좋은 조건을 가질 수는 없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의 실험과 노력을 하는 게 중요한 시점이 온 게 아닐까.


https://www.youtube.com/watch?v=600GX4LtZe4&t=926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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