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대를 놓는다는 것—자율주행차

일상(Life-수필)

by 불씨

누구에게나 운전은 익숙하지만 피곤한 일이다.

특히 장거리 주행이 잦은 사람에게, 운전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인내와 긴장의 연속이다. 핸들을 쥔 손에 나는 그런 순간, 제네시스의 반자율주행 기능을 만났다.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와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 처음엔 이 낯선 기술을 믿기 어려웠다. ‘정말 차가 알아서 달린다고?’ 의심 반, 기대 반으로 기능을 작동시켰던 첫 날이 기억난다. 차는 내 손보다 조심스럽고 정확하게 차선을 따라갔다. 커브에서는 부드럽게 핸들을 꺾고, 앞차와의 간격은 안전하게 유지했다. 마치 나보다 더 침착한 운전자처럼.


놀라운 건 피로감이었다.
이전 같았으면 2시간 운전에 어깨가 뻐근했을 길이었지만, 손과 발을 거의 쓰지 않은 채 목적지에 도착했다. 차가 나 대신 상황을 살피고, 속도를 조절하며, 나를 실어다 주었다. 그날 밤, 나는 처음으로 '운전이 편할 수도 있구나'를 깨달았다.

특히 야간 주행은 감동에 가까웠다. 어두운 도로 위, 차는 헤드라이트를 자동으로 켜고, 흐릿한 차선마저 정확히 인식하며 부드럽게 나아갔다. 졸음이 밀려와도 차는 흔들리지 않았고, 터널 안에서 급정거한 앞차를 감지한 차량이 경고음을 울리며 멈춰섰을 땐, 기술이 내 생명을 지켜줄 수도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러나 모든 기술엔 한계가 있다.
시내 도로에선 복잡한 상황이 많다. 갑작스러운 보행자, 끼어드는 차량, 다양한 신호등. 이런 환경 속에서 반자율주행 기능은 마치 눈을 감은 듯 불안해진다. 급커브에선 차선 인식이 흔들리고, 차선 변경도 종종 손이 먼저 반응해야 한다.

한 번은 지방도로에서 신호를 인식하지 못한 차량이 그대로 직진하려는 걸, 내가 급히 브레이크를 밟아 멈춘 적도 있다. 그 순간, 자율주행이라 해도 궁극적인 책임은 여전히 사람에게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자율주행 기술은 아직 '보조'에 머문다.
하지만 그 보조 하나로도 운전은 분명 달라졌다. 더 멀리, 더 오래, 더 편하게 갈 수 있게 됐다. 가족과의 여행이 여유로워졌고, 혼자만의 장거리 출장도 고단하지 않게 느껴진다.


나는 지금도 이 기술이 완벽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이 기술과 함께라면, 피곤한 운전 대신 조금 더 여유롭고 안전한 길을 갈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운전대에서 손을 잠시 놓는다는 것은, 기술에게 전부를 맡기는 게 아니라 내 삶의 여유를 되찾는 일일지도 모른다.

언젠가 완전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우리는 차 안에서 책을 읽고, 음악에 더 집중하고, 창밖 풍경을 더 오래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 나는 이 반자율주행차와 함께, ‘운전’이라는 익숙한 행위 속에서 조금씩 달라지는 미래를 살아가고 있다.

속도 110km, 차선유지, 차간거리 40m 설정, 현재 속도 100km 연비 15km/L. 일시 hand o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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