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탄생화
봉선화에 대한 포스팅도 몇 차례 한 적이 있어 중복되는 내용을 피하고자 하였으나 부득이 같은 내용이 있어도 이해해 주기 바란다. 다 아시다시피 봉선화의 순우리말 이름은 봉숭아이다.
이 글에서는 우리 이름인 봉숭아로 지칭한다.
오늘의 탄생화가 빨강 봉숭아라는 것을 알고 나는 또 허둥댄다.
내게 고향 같은 봉숭아에 대한 글도 몇 차례 썼기 때문이다.
어떤 이야기가 남아있을까?
내가 아직까지 봉숭아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못한 것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 화단에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봉숭아가 꽤 많이 있었다. 분홍색, 흰색, 빨간색, 드물게 흰색과 빨간색이 어우러진 투톤 색, 그리고 장미 봉숭아까지. 아침저녁 기온이 서늘해지자 하루가 다르게 이렇게 싱싱하던 봉숭아 잎은 누렇게 그 빛을 잃었고 더 두고 볼 수 없어 그저께 봉숭아 줄기를 모두 뽑아냈다.
풍성한 봉숭아 꽃을 보려면 내년 여름까지 기다려야 한다.
꽃을 기르다 보면
계절의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어
시간의 오고 감에 둔감하려야 둔감할 수가 없다.
가끔
궁금해진다.
새싹이 날 때와
풍성한 잎과 줄기를 낼 때
그리고
꽃이 피는 시기를
어떻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알아서 피고 또 지는지
그 꽃을 가꾸는
나는
정작
내가 가야 할
때를 모른다.
그런 점에서
꽃 앞에 서면
저절로 겸손해진다.
이다음
때가 되어
이 세상을 떠나게 될 때
이 봉숭아 꽃처럼
겨자씨만 한 미련도
두지 않고
바람 되어
훨훨 날아갈 것이다.
옛날 올림포스 궁전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아름다운 여신이 무언가를 훔쳤다는 혐의를 받고 조사를 받게 되었다.
그러나 여신은 실제로 아무것도 훔친 것이 없었다. 결국 이 여신의 혐의는 심술궂은 신이 장난을 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 여신은 누군가에게 의심을 받았다는 그 자체가 엄청난 수치라고 생각했다.
너무나 억울하고 분했고 한편으로는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여신은 스스로 '봉선화'가 되기를 자청했다.
그렇게 봉선화가 된 여신은 꽃이 되어서도 억울한 마음이 없어지지 않았다.
봉선화 열매가 익으며 살짝만 건드려도 열매 꼬투리는 순식간에 터지면서 뒤로 말리고 씨앗은 사방으로 흩어져 버린다. 그 이유는 여신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얼마나 억울했으면 여신은 꽃이 되어서도 그 분노를 다스리지 못했을까?
여신 삶은 작은 허물도 용납하지 않을 만큼 깨끗하게 살아왔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정이 깔끔하고 정갈한 여신의 이야기를 알고 나니 봉선화가 새삼 다르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