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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야 Oct 27. 2022

포항 죽도시장에서 맛본 개복치

국내 여행 

말로만 들었던 포항 죽도 시장을 방문했다.

여행 일정이 빡빡하여 죽도 어 시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7시 10분


저녁 식사로 포항에서 제일 유명한 대게를 먹을 생각에 일행들은 부풀어있는데 회나 생선을 전혀 못 먹는 나는 고민을 해야 한다. 대게를 주문한 일행은 대게 집으로 향하고 나는 혼자 죽도 시장을 걸으며 저녁 먹을 곳을 찾는다.


이곳을 자주 방문하시는 기사 님에게 여쭤봤지만 게 음식 외에 마땅한 곳은 없을 거라고 하셨기에 돌아다니다 마땅한 곳이 없으면 편의점에서 간단한 요기를 하기로 작정을 하고 죽도 시장을 걷는다.



죽도 시장 초입부터 양쪽은 온통 대게와 회를 파는 식당들이 즐비하다.



수족관 가득 담겨있는 대게와 각종 수산물들이 어 시장으로 유명한 죽도 시장에 왔다는 것을 실감 나게 한다.


그러나 나는 그리 반갑지 않다. 비린내 때문이다. ㅠ

대게와 회 전문 식당을 지나쳐 건어물을 파는 곳도 가득가득 건어물이 쌓여있다.


마침 지나가는 요구르트 아주머니를 만났다. 너무나 반가웠다. 요구르트 아줌마는 이 시장 구석구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비린내 나지 않는 한식당이 없느냐는 물음에 요구르트 아주머니가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몇 곳 있는 데 아마 문을 다 닫았을 텐데요."


그러다 생각났다는 듯 말한다.


"저쪽으로 쭉 가면 곰탕집이 있어요. 혹시 문을 안 닫았는지 모르겠는데, 한번 가 보시죠."


고맙다는 감사 인사를 마치고 발걸음을 재촉하여 아주머니가 가르쳐 준 방향으로 걷는다. 새벽부터 시작한 여행 일정이 너무 빡빡하여 배가 몹시 고팠기 때문이다. 

요구르트 아주머니가 알려준 식당에 불이 아직 켜져 있다. 안으로 들어가 식사가 되냐고 물어보니 이미 장사를 다 끝마쳤단다. 난감해진 나는 내 사정을 설명했다.


'서울에서 여행을 왔는데 비린내 나는 음식을 못 먹어 저녁을 굶을 처지인데 국밥 한 그릇만 팔면 안 되겠느냐?'라고 간절하게 말하니 인상 좋은 주인아주머니가 난감해 한 표정을 짓더니 그러란다. '뭘 드시겠느냐?'라는 물음에 돼지국밥을 먹으란다.


이것저것 따질 처지가 아니었던지라 좋다고 했다.


솔직히 나는 국밥 종류를 별로 좋아하지만 않는다. 그러나 아침도 거르고 점심도 비빔밥으로 간단히 먹은 터라 배가 몹시 고팠다.


아주머니가 일부 커졌던 식당의 불을 켜고 음식 준비를 위해 주방으로 들어가고 식탁에 앉아 천천히 식당 안을 둘러본다. 참 정갈하고 깨끗하다 어디를 둘러봐도 먼지며 손자국도 없다.

드디어 국밥이 나왔다. 너무 고마웠다. 국물을 한 수저 떠먹어보니

오~ 돼지 냄새가 전혀 나지 않고 구수하고 담백하여 입맛에 맞다.


국밥을 먹으면서 이것저것 여쭤본다. 무엇보다 궁금한 것이 개복지라는 음식이었다.


개복지에 대해서 여쭤보니 포항에서는 아주 유명한 음식이란다.

남도 지방에서 경조사 때 홍어요리가 빠지지 않는 것처럼 포항에서는 경조사 때 개복치 요리가 빠지지 않는단다.


아주머니가 그때까지 식당에 남아있었던 이유도 다음날 주문받은 개복치 요리에 착오가 없나 확인하고 있었던 거라고 하신다.

개복지가 궁금하던 차 갑자기 아주머니가 주방으로 들어가시더니 접시에 무언가를 들고 나오신다. 청포묵처럼 희고 부드러운 음식이다. 나는 청포묵을 주시는 줄 알았다.

개복치


그런데 그 음식이 바로 개복지란다. 한번 먹어보라고 주신 것이다. 개복지가 생선이라 선뜻 손이 가지 않았지만, 아주머니의 성의를 생각해서 먹어보았다. 


전혀 비리지 않았다. 청포묵이나 순두부처럼 부드럽게 목 넘김이 좋다.


아주머니 말씀에 의하면 신선할 때만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산지에서만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라고 한다.


식당의 유래를 여쭤보니 시어머니 때부터 시작한 오래된 식당이라고 한다. 식당보다 개복치 요리가 전문인 것 같았다.


죽도 시장에 가셔서 저처럼 회나 생선을 못 드시는 분은 대구소머리곰탕집을 추천해 드린다. 깨끗하고 맛있는 국밥을 드실 수 있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와 개복지에 대해 검색을 해보니 정식 이름은 '개복치'인데 개복지로 불리는 것 같다.

개복치 [ common mola, ocean sunfish ]


아주머니 말씀처럼 포항에서 제사 음식이나 장례식장 음식으로 먹는다고 한다. 쥐치처럼 복어목이지만 독이 없기 때문에 식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 요즘은 포항에서도 자주 보기 힘든 물고기라 고래고기보다 구하기 힘들다고 한다. 


친절하고 마음씨 좋은 아주머니 덕분에 생선을 전혀 먹지 못하는 내가 처음 방문한 죽도시장에서 개복치를 얻어먹은 것이다. 기분 좋은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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