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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야 Nov 20. 2022

산사의 김장 / 공주 마곡사 김장하는 날

삶의 단상


가을이 다 가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이 있었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고 미루다 더 이상 미루면 안 될 거 같아 벼르던 곳을 11월 19일 어제 다녀왔습니다.


공주 마곡사는 20년 전 봄에 다녀온 것이 전부니 두 번째 방문입니다.


경내 곳곳을 돌아보던 중 뜻하지 않은 모습을 만났습니다.

말로만 전해 들었던 어마어마한 사찰의 김장 모습입니다.

마곡사는 큰 사찰이라 배추도 엄청나고 김장을 하는 분들도 많으시네요.

보이시나요.


이 어마어마한 양의 배추!


얼마나 되느냐고 물으니 무려 1300포기라고 합니다.

이날은 절인 배추를 씻어 버무리는 날이니 배추를 수확하고 다듬고 소금에 절이고 하는 일은 며칠 전부터 계속되었을 것입니다.

실내에서는 김칫소를 만드는 보살님들이 가득하시고

툇마루에는 손질해둔 이며 무청이 놓여있고 댓돌 위 높인 부츠가 정겹습니다.

고무장갑과 장화로 중무장한 보살님들~

벽 담장 밑에 장화와 벗어놓은 신발들이 어수선하지만

담너머 전각은 고요 그 자체입니다.

툇마루 한쪽에는 이렇게 뜨거운 커피와 차를 마실 수 있는 곳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사찰 경내에 이렇게 간이 가스레인지가 두 개나 있고 커다란 들통에는 무언가를 끓이고 있습니다. 무엇을 끓이는지 묻고 싶었지만 모두 바쁘게 일을 하고 계셔서 차마 물을 수 없었습니다.

어제 날씨가 봄 날씨처럼 따뜻했지만 찬물로 배추를 헹구는 일은 저도 해봐서 알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도, 스님이나 대중들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합니다.


즐거운 행사를 하는 것처럼 그렇게 화기애애한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습니다.

시간이 넉넉하면 김장을 버무려 갈무리하는 것까지 지켜보고 싶지만 일행이 있어 그럴 수 없어 너무 아쉬웠네요.

김장 마무리를 못 봐서 서운했는데

마곡사 홈페이지에 이렇게 사진과 글이 올라와 있네요.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에 걸쳐서 김장을 한 거였네요.


대한불교 조계종 제6교구 마곡사는 11월 19 ~ 20일 2022년 겨울 월동을 위한 김장을 스님과 신도 등 70여분이 참석 김장을 마쳤습니다. 김장 담그기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 게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마곡사 김장 / 사진 출처 : 마곡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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