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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야 Feb 07. 2023

물망초 키우기 / 물망초 전설과 꽃말

가야의 꽃 이야기 

오늘의 주인공은 물망초입니다.


물망초


여학교 다닐 때부터 그 애잔한 꽃말로 또래 친구에게 사랑을 참 많이 받은 꽃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습게도 그 당시 우리는 물망초 꽃이 어떻게 생겼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지금처럼 인터넷 검색을 할 수도 없고 사진도 귀하던 시절이다 보니 실물은커녕 사진도 본 적이 없었던 것이지요.



물망초는


그렇게 오랜 시간 내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살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까맣게 잊고 있을 때도 많았지만, 혼자 있거나 누군가를 짝사랑할 때 나모 모르게 물망초 꽃말을 생각했고 그 꽃말이 나를 위해 생긴 것처럼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린 적도 있었습니다.


그 물망초를 처음 본 것은 4년 전 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봄이 왔고, 화단이 너무 허전해 근처 재래시장 꽃집으로 화사한 봄꽃을 사러 갔습니다.


아주 젊은 꽃집 여사장님은 아직 이른 봄이라 화단에서 꽃들이 잘 살 수 있을지 걱정을 하면서 조금 더 있다가 구입해 심으라고 친절한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아쉬운 발길을 돌려 꽃집에서 나와 얼마쯤 걷고 있는데 꽃집 여사장님이 다급히 나를 부르며 달려오더군요.


무슨 일인가 궁금해하며 그 자리에 서있는데,


숨을 헐떡이며 달려온 꽃집 여사장님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합니다.


"있어요. 화단에 지금 심어도 잘 사는 꽃이 있어요. 제가 오늘 새벽 서초동 꽃 시장에 가서 사 온 아인데 계단에 두고 아직 짐을 안 풀어 깜빡 잊고 있었어요."


추위 걱정 없이 화단에 심을 수 있는 꽃이 있다길래 사장님을 따라 다시 꽃집으로 갔고, 사장님은 계단에서 아직 풀지 않은 큰 종이박스를 들고 오셨습니다. 그 속에는 신문지에 돌돌 만 화분 몇 개가 나왔고, 신문지를 풀자 내가 좋아하는 푸른빛 작은 꽃이 방긋 웃으며 나를 맞이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파란색 꽃은 조금 귀한 편이지요.


아주 파랗지도 않은 은은한 하늘색 꽃 이름을 물었지요.


"물망초예요."


물망초?


이 꽃이 물망초라고.


나는 거듭 물었지요.


보조개가 귀여운 사장님은 양볼에 보조개를 깊이 새기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내가 물망초를 처음 맞이한 순간이었지요.


물망초 꽃이 저렇게 작고, 하늘색이라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습니다.


내가 물망초를 그리워하기 시작한 것이 중학교에 갓 입학한 직후부터이니 무려 반세기도 넘어서 처음으로 조우한 것입니다.


사장님이 서초동에서 사 온 물망초는 모두 4개의 화분이었고, 나는 그 4개를 모두 구매했지요. 가격도 아주 착해 화분 하나에 3,000원 12,000원을 드리니 사장님이 1,000원을 깎아주셨습니다.


나는 원래 물건값 깎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물건을 파는 이유는 이윤을 남기기 위한 목적인데 1,000원을 깎아준다고 그 돈이 내게 큰 도움도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내가 부자라는 말은 결코 아닙니다. 나는 부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니까요. 여하튼 나는 노점상이나 재래시장에서 절대 물건값을 깎지 않는다는 철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굳이 괜찮다며 돌려받지 않자 사장님은 작은 화분 하나를 덤으로 주셨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셨지요.


"잘 심어서 예쁜 꽃 보세요. 아마 두고두고 오래 꽃을 보시게 될 거예요."



사장님의 말은 결코 거짓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심은 물망초는 봄부터 초여름까지 화단에 푸르른 빛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고, 아침햇살에 안쪽 꽃잎의 노란 부분은 보석처럼 영롱한 빛까지 내게 선물해 주었습니다. 


나는 사장님이 오래오래 두고 볼 수 있을 거란 말을 물망초가 여러해살이 식물이라는 이야기로 듣었는데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오자 물망초는 시들시들 생명이 다 했다는 것을 내게 고하고 있었습니다.


어쩌겠어요.


때가 되어 떠난다는 데,


슬프지만 나는 물망초에게


'그동안 너로 인해 정말 행복했어! '


라고 가만히 속삭여줬어요.



마치 내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물망초는 그렇게 떠나갔습니다.


화단에 갈 때마다 물망초가 있던 자리를 자꾸만 돌아보게 되었지요.


그런데


물망초가 아주 간 것이 아니었습니다.


물망초가 마른자리에 수많은 물망초 새싹이 빼꼼히 올라오고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물망초 씨앗이 너무 미세해 내가 볼 수 없었는데, 그 씨앗이 떨어져 저절로 발아를 한 것이었습니다.



네 포기였던 물망초는 수 십 개의 물망초 모종으로 자라났고 화단 곳곳에 옮겨 심고, 지인들에게 나누어주었습니다.


그렇게 가을을 지나고 추운 겨울을 화단에서 보낸 뒤, 이른 봄 물망초 하늘색 꽃이 다시 화단 곳곳에서 빛을 발했습니다. 이른 봄 하늘색 물망초 꽃으로 화단은 하늘 귀퉁이를 조금 떼어다 놓은 것 같았어요.



나는 보조개가 깊던 꽃집 여사장님이 두고두고 오래도록 물망초 꽃을 볼 거라는 말뜻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물망초는 해마다 봄이면 자신의 존재를 알리며 화단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물망초[ forget-me-not , 勿忘草 ]


물망초의 원산지는 유럽으로 대개 관상용으로 심습니다. 원예에서는 한해살이풀로 취급합니다. 잎과 줄기에 털이 많고 뿌리에서 모여 나온 잎은 거꾸로 세운 바소 모양이며 잎자루가 있으며, 줄기에 달린 잎은 잎자루가 없으며 긴 타원 모양입니다.


꽃은 5∼6월에 하늘색으로 피고 한쪽으로 풀리는 총상꽃차례를 이루며 달립니다. 화관은 위 사진에서처럼 5개로 갈라지고 인부(咽部)에 5개의 비늘 조각이 있습니다. 물망초는 영어의 ‘forget me not’을 번역한 것이고, 영어 이름은 독일어의 ‘페어기스마인니히트 (Vergissmeinnicht)’를 번역한 것이라고 합니다.


물망초 전설


독일에서 전해져 오는 이야기입니다.


옛날에 도나우 강(江) 가운데 있는 섬에는 아름다운 하늘색 꽃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도나우 강가에 산책 나온 사랑하는 남녀가 있었습니다.


강가를 거닐던 여자는 도나우 강 가운데 있는 섬에 아름다운 꽃이 너무나 예뻐 남자에게 말했습니다.


"저 섬에 있는 예쁜 꽃이 갖고 싶어요."


그 말을 들은 청년은 사랑하는 여자에게 그 꽃을 선물하기 위해 도나우 강 가운데에 있는 섬까지 헤엄을 쳐서 갔습니다.



그러나 청년은 그 꽃을 꺾어 가지고 오던 중 급류에 휘말리게 되었고, 들고 있던 꽃을 여자에게 던져주면서


‘나를 잊지 말아요’라는 한 마디를 남기고 물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녀는 물속으로 사라진 청년을 생각하면서 일생 동안 그 꽃을 몸에 지니고 살았다고 합니다.


자료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물망초 [forget-me-not, 勿忘草]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SNUAC))


물망초 꽃말은 이런 이유로 ‘나를 잊지 마세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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