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자나무 꽃이야기 / 나훈아의 '명자'
가야의 꽃이야기
명자나무 꽃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꽃 이름을 보면 어쩌면 꽃의 특징을 이렇게도 잘 대변하고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오늘의 주인공인 명자나무 꽃이 바로 그런 경우다.
요즘 화려한 봄꽃들 가운데 내 시선은 온통 명자나무 꽃에 가 있다.
동백꽃과 비슷하지만 동백꽃보다는 작고 벚꽃만큼은 아니지만 벚꽃에 못지않게 꽃도 많아도 핀다. 아파트 화단 경계에 온통 명자나무가 심어져 있다. 단정하게 키를 맞추고 그렇게 매스게임을 하는 아이들처럼 가지런히 서있는 명자나무.
해마다 보았으련만 무심히 지나쳤었다. 그런데 올해 명자나무 꽃이 유독 아름답다. 하루에도 몇 번씩 명자나무 꽃 앞에 서게 된다.
내가 명자꽃을 특히 귀히 보는 이유가 있다. 그건 나훈아의 '명자'라는 노래 때문이다.
명자라는 노래의 가사가 그 어떤 시보다 더 내 가슴에 들어와 꽃으로 피어난다.
명자 / 나훈아
나 어릴 적에 개구졌지만
픽하면 울고 꿈도 많았지
깔깔거리며 놀던 옥희 순이
지금 어디서 어떻게 변했을까
자야자야 명자야!
불러샀던 아버지
술심부름에 이골 났었고
자야자야 명자야!
찾아샀던 어머니
청소해라 동생 업어줘라
어스름 저녁 북녘하늘 별 하나
눈물 너머로 반짝반짝 거리네
나 어릴 적에 동네사람들
고 놈 예쁘다 소리 들었고
깐죽거리며 못된 철이 훈아
지금 얼마나 멋지게 변했을까
자야자야 명자야!
불러샀던 아버지
약심부름에 반 의사됐고
자야자야 명자야!
찾아샀던 어머니
팔다리 허리 주물러다 졸고
노을 저편에 뭉게구름 사이로
추억 별들이 반짝반짝 거리네
눈물 너머로 반짝반짝 거리네
자야자야 명자야! 무서웠던 아버지
술 깨시면 딴사람 되고
자야자야 명자야! 가슴 아픈 어머니
아이고 내 새끼 달래시며 울고
세월은 흘러 모두 세상 떠나시고
저녁별 되어 반짝반짝 거리네
눈물 너머로 반짝반짝 거리네
이 노래를 들으며 노랫말을 음미해 보면 가물거리던 어린 시절이 어제인 듯 생각난다.
동네 이 집 저 집에서 '00야!', '00야~' 부르는 소리와 함께 주전자 들고 술심부름하러 가는 아이도 보이고 어린 동생을 업고 집안일을 하던 어린 명자들이 동화의 삽화처럼 그려진다.
당시 아버지들은 왜 그렇게 막걸리에 절어 사셨을까?
집안의 가장이었지만 폭군이나 다름없었던 아버지들은 술을 드시면 또 그렇게 망나니가 되셨는지...
그러나 우리 아버지는 그렇지 않았다. 술을 좋아하셨지만 가족들을 괴롭히지도 힘들게도 하지 않으셨다. 아버지가 술이 거나해져 들어오시면 늘 '쑥대머리`'를 흥얼거리셨다. 요즘 신세대 아버지처럼 딸바보였던 울 아버지.
아파트 화단을 산책하면서 명자꽃을 보면 나도 모르게 '자야 자야 명자야!'를 흥얼거린다.
명자꽃이 붉은색만 있는 줄 알았더니 자세히 보니 흰색과 분홍 꽃이 있다. 낮게 키를 낮춰 전지한 까닭에 숨어 필 수밖에 없는 가엾은 명자나무 꽃,
그러나 나는 늘 그 모습에 익숙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핀 명자나무 꽃을 보기 전까지 그런 명자나무가 애처롭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집 화단에 눈이 번쩍 뜨일 만큼 환한 꽃나무가 있어 다가가 보니 명자나무다. 제대로 자라면 저렇듯 아름답게 꽃을 피웠을 명자나무에 갑자기 미안한 마음이 든다.
뭐든 자연 그대로가 가장 아름답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는다.
명자나무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관목으로, 학명은 Chaenomeles lagenaria (LOISEL) KOIDZ이다.
높이가 1∼2m에 달하는데 가지 끝이 가시로 변한 것도 있다.
잎은 어긋나고 타원형 또는 긴 타원형으로 양 끝이 뾰족하다. 길이 4∼8㎝, 너비 1.5∼5㎝로 거치가 있다.
꽃은 단성으로 짧은 가지 끝에 1개 또는 여러 개가 달리며 4∼5월에 분홍색·적색·담벽색 등으로 다양하게 핀다.
사진 / 우리 산야에 자생하는 약용식물(상)과실은 타원형으로서 길이 10㎝ 정도이며 청황색이다.
사진 / 문화 원형백과원산지는 중국이고 오래전부터 관상용으로 식재하여 왔다. 꽃이 아름다워 집의 아녀자가 이 꽃을 보면 바람이 난다고 하여 예전에는 집안에 심지 못하게 하였다고 하며, 은은하고 고결하다고 하여 아가씨 나무라고도 부른다.
정원에 심기 알맞은 나무로 여름에 열리는 열매는 탐스럽고 아름다우며 향기가 좋다. 열매는 거풍(袪風)·평간·건위의 효능이 있어 한방에서는 각기·수종·근육통·복통·위염 등에 치료제로 사용한다.
자료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명자나무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자나무 전설
옛날 어느 마을에 잘 생기고 착한 청년이 있었다.
청년에게는 의붓 누이가 있었다. 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한 집에서 살며 여느 남매처럼 의좋게 지내왔다.
세월이 흘러 두 사람은 성인이 되었다.
어느 날 들에 나가 일을 하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져 두 사람은 비를 흠뻑 맞고 말았다. 비에 젖은 얇은 옷이 몸에 달라붙은 누이를 보는 순간 갑자기 청년은 누이가 여자로 보이며 가슴이 뛰고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청년은 그날 이후 누이가 여자로 보여 혼자 가슴앓이를 하게 되었다. 누이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리려고 노력을 했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누이에 대한 욕망은 더욱 커져만 갔다.
그는 누이와 한 집에 있다가 자신이 무슨 일을 저지를 것 같아 집을 떠나기로 하였다. 식구들 몰래 집을 떠나버렸다. 갑자기 아들이 사라진 이유를 알 수 없어 모두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누이는 청년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동생이 자신을 마음을 억제할 수 없어 가출하였다는 것을.
청년이 떠난 뒤 누이도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누이도 청년을 이성으로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3년 동안 앓던 누이는 죽고 말았다.
사람들은 그녀를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었다. 이듬해 그녀의 무덤가에 나무가 자라 예쁜 꽃을 피웠는데 그 나무가 바로 명자 꽃나무다.
명자나무는 이런 슬픈 전설 때문에 집안에 심지 않는다는 속설이 전해진다.
명자나무 꽃의 꽃말은 '겸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