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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야 Aug 21. 2022

매미 우화 그 신비의 1시간 20분 / 아름다운 자연

자연의 신비 /


몇 년 전 우연히 매미 우화 과정을 지켜보면서 매미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매미의 우화 과정을 사진에 담기 위해 꽤 여러 날 헤매었었다.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여전히 이곳은 매미가 많다. 매미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도시가 노후되었다는 말과도 같다.


세 번의 우화 과정을 모두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는데 우화에 성공한 것은 두 번이었고, 한 번은 불행하게도 우화에 실패했다. 우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순간을 포착할 수 있는 행운과 지루한 인내가 필요한 일이다.


며칠 전 일이 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자그마치 7년 동안이나 애벌레로 보내고 마지막 관문인 허물을 벗다 그대로 죽어버린 매미


무섭도록 비가 내렸다.


장맛비에 온 나라가 젖어있는 수요일 아침 일찍 카메라를 들고 다시 그 숲을 찾았다.


평소 같으면 저녁 8시에 뉴스를 보며 하루를 마무리할 시간이었지만 어제는 신트리 공원을 향하고 있었다.


11단지 상가 앞에 이르렀을 때 도로변 쥐똥나무줄기에 매미 껍질을 본다. 이곳은 매미 유충이 많은 곳이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인도 위에 심심찮게 땅속을 뚫고 나온 매미 유충이 우화 할 곳을 찾아 느리게 걷는 것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미 많은 유충이 우화를 끝낸 빈 매미 껍질이 나무 곳곳에 붙어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내 눈에 포착된 것은 빈 매미 껍질이 아니다. 매미 유충이 우화를 시작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로등이 없었지만 상가 앞이라 사진을 찍는 데 무리가 없었다. 화소가 550만 인 내 디카는 성능이 우수하다.


매미 유충의 등이 갈라지면서 조금씩 매미로 변화하는 장면을 놓칠세라 쉴 새 없이 카메라를 눌렀다. 그렇게 찍은 사진이 무려 100여 장도 넘는다. 1시간 동안 다리가 아픈지도 모르고 인도 옆 화단에 서서 매미의 우화 모습을 사진에 담기 바빴다.

마침내 매미가 여린 날개를 접은 상태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었을 때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런데 갑자기 카메라가 꺼져버렸다. 배터리가 다 소진되어 버린 것이다. 순간 나는 당황한다. 가장 중요한 모습을 담을 수가 없다니... 너무나 아쉬웠다. 휴대폰 카메라로 나머지 우화 모습을 찍었지만 집에 돌아와 컴퓨터로 보니 화질이 엉망이다.


매미가 허물을 벗는 전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밤새 뒤척이다 7시가 다 되어 잠에서 깨었다. 베란다 창문을 열어 보니 비는 내리지 않고 사방은 안개로 자욱하다.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어제 그 장소로 향한다.

가는 도중 화단 곳곳에서 막 허물을 벗고 쉬고 있는 갓 태어난 매미를 만난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어제 내가 사진을 찍었던 곳에 당도해 보니 매미는 허물 만을 덩그렇게 남겨놓은 채 이미 날아가 버리고 없었다.


11단지 숲 초입으로 들어섰다.


자욱한 안개!


안개에 바지가 젖는 줄도 모르고 숲길을 걸으면서도 내 시선은 매미를 찾는다. 다행히 비에 흠뻑 젖은 나무줄기가 검게 변해있어 매미가 눈에 잘 띈다.

드디어 막 허물을 벗기 시작한 매미 애벌레를 만났다. 이때 시간이 오전 7시 10분이다.


그동안 경험에 의하면 이 애벌레 등이 이미 갈라진 걸로 미루어 허물을 벗고 있는 중이라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우산을 나무 둥치에 세워놓고 사진 찍기 좋은 자세를 취한다.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허물 중앙이 점점 더 크게 벌어지면서 불룩해진다.

아주 조금씩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 20여 분이 경과했다.

25분이 지났을 즈음 드디어 파르스름한 매미 머리가 껍질 밖으로 쑥 나왔다.


참으로 의젓하고 늠름한 모습이다.


거의 미동도 없고 변화가 없는 것 같지만 푸르스름한 몸통의 모습이 확연히 보인다.

정면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또렷한 눈동자, 날개 주위가 몹시 파랗다. 우주에서 본 지구의 모습처럼 아름답다.


순간 지금 우화(羽化) 하는 먼 우주에서 온 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뜻 보면 청개구리 가 앉아있는 것 같다.

매미를 위에서 내려다본모습이다.

드디어 날개가 나왔다.


그리고 이미 껍질이 되어 버린 매리 껍질의 세 쌍의 다리는 단단하게 나무줄기를 잡고 있다.

매미의 통통한 다리도 보인다. 점점 껍질에서 빠져나오는 다리와 몸통

매미의 옆모습과 뒷모습이다.


아주 작은 날개와 속 날개도 보인다. 아직 완전한 매미의 모습은 아니다.

끊임없이 허물을 밀고 밖으로 나오는 매미 쉬지 않고 발을 움직인다.


그렇게 두 쌍의 다리가 껍질에서 나왔다.


두 쌍의 다리를 앞으로 모두어 힘을 모으는 아기 매미


이제 거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생각 같아선 허물을 잡아 벗겨주고 싶지만 참아야 한다.


과연 어떻게 발끝에 걸려있는 허물을 벗을 것인지 유심히 바라본다.


매미는 다리를 조금 전보다 더 부지런히 움직인다.


그러고는 힘껏 다리를 모우 더니 이렇게 몸을 곧추세웠다 접혀있는 날개


절반쯤 몸을 일으켜 세운 매미


그러나 아직 두 발은 허물 안에 있다.

그러더니 갑자기 뒤로 몸을 그대로 젖힌다.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혹시 뒤로 그대로 땅에 떨어져 죽는 것이 아닌가 하고,


그때는 몰랐는데


사진을 자세히 보니 두 다리가 나무껍질을 단단히 붙잡고 있다.


이제 어떻게 마지막 다리를 빼낼 것인가 숨죽이며 지켜본다.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어 났다.


뒤로 젖혀있던 몸에 힘에 주면서 몸의 반동을 이용해 몸체를 바로 세운 것이다.


그러자 껍질 속에 남아있던 마지막 다리가 드디어 나왔다.


어떻게 알았을까?


아무도 가르쳐 주지도 않았을 텐데...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이 중요한 순간에 갑자기 나타난 지렁이 한 마리!


지렁이를 싫어해 비 오는 날 밖에 나오는 것도 싫어하는 내가 망설이지 않고 지렁이를 제거했다.ㅠ


마침내 아기 매미의 모든 몸은 껍질에서 나와 독립된 개체가 되었다.


접혀있는 겉 날개와 속 날개!


갓 우화 한 매미는 자신의 껍질을 단단히 붙잡고 있다. 우화 전 껍질에 붙은 다리는 나뭇등걸에 단단히 붙어있고 우화를 마친 매미는 그 껍질을 붙잡고 그 위에서 우화를 마무리한다. 우화 하는 모든 매미는 이와 같다.


잠시 후


접혔던 날개도 조금 펴졌다.


그러나 어찌나 껍질을 꽉 붙잡고 있는지 그 강인함이 고스란히 내게 전해진다.


이렇게 날개가 조금씩 자라기 시작해

점차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날개는 제 모습을 갖추면서


아름다운 매미의 모습이 완성되어 가고 있다.


우아한 매미의 옆모습


온몸이 파르스름한 것이 여치 같다.


조선시대 임금이 정사를 볼 때 머리에 쓰던 익선관(翼蟬冠)은 매미의 날개를 본떠서 만들었다.


그 이유는 매미의 오덕(五德)을 생각하고 백성을 다스리라는 의지가 담겨있다.


임금이 본받고자 한 매미의 오덕이란 진나라 시인 육운(陸雲)의 시에서 비롯되었다.



매미의


'곧게 뻗은 입의 모양이 선비의 갓끈 같다'라고 하여 문(文)을 상징하고


'이슬과 나무 수액만을 먹어 맑다'라는 청(淸)


다른 해충과는 달리 '사람이 기르는 농작물을 먹지 않는다'하여 렴(廉)


'제 살 집조차 없이 검소하다'라고 검(儉)


약 3주간의 '짧은 생을 마감한다'하여 신(信)


이렇게 '문 청렴 검신(文淸廉儉信)'의 다섯 가지 덕(德)을 갖춘 청렴결백의 상징으로 묘사했다.


비록 육운의 시가 아니더라도 매미의 날개는 정말 아름답다.

이렇게 자세히 매미의 날개를 관찰하기는 쉽지 않다.


조금 있으면 날개의 색이 투명해져 전문가가 아니면 사진을 찍기도 어렵다.


저렇게 작은 허물에서 이렇게 큰 매미가 들어있었다는 사실이 믿기 힘들다.


아마 대부분의 매미들은 허물의 두 배는 족히 넘을 것 같다.

이제 정말 매미답다


푸르던 몸 빛깔도 점차 변해가고 있다는 걸 눈으로 확연히 느낄 수 있다.

볼수록 우아한 매미의 옆모습이다.


꼬박 1시간 30여 분에 걸친 태동이었다.


그러나 매미 유충이 땅을 뚫고 나오는 시간과 느린 걸음으로 이 나무를 찾아 오르고 자리를 잡고 우화를 시간까지 모두 합한다면 이보다 훨씬 긴 시간이 소요되었을 것이다.

이제 매미는 완전한 모습으로 거듭났다.


힘든 순간 플래시가 터져 짜증이 났을 테지만, 저렇듯 의연한 매미 모습에 괜스레 미안하다. 나는 더 이상 이 자리에 머물 수가 없다. 왜냐하면 매미에게 휴식할 시간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벌써 8시 30분이 넘었고 사람들이나 천적들이 매미를 발견하기 전 날개를 말려야 하기 때문이다. 아쉽지만 발걸음을 돌리면서 자꾸만 매미에게로 시선이 가는 것을 어쩔 수가 없다.

껍질을 붙잡고 완전한 형태의 매미로 환골탈태한 매미는 오른쪽 사진처럼 껍질에서 떨어져 젖은 날개를 말린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나와 함께 산고를 겪은 매미처럼 이 아침 우화를 한 매미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이 즐겁다.


그들의 모습을 한번 감상해 보자.

막 껍질을 벗은 매미들이 날개를 말리면서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


매미 껍질과 갓 태어난 매미


다정한 모습이 엄마와 아기 같지 않은가.


앞으로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시작되면 우리는 지금보다 더 많은 매미의 합창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그때 절대 짜증 내지 마시기 부탁드린다.


길고 험난한 과정을 거치 온전히 스스로의 힘으로 매미는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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