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탄생화
6월의 어느 늦은 오후,
햇살이 벽돌 담장을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었습니다.
그 담장 너머로 흰 라일락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지요.
그 순간, 나는 아주 오래 전의 기억과 마주했습니다.
처음 누군가를 좋아했던 그 봄날,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처럼 마음이 흔들리던 그때.
흰 라일락은 말이 없었습니다.
그저 하얗게 피어 있을 뿐이었지요.
하지만 그 고요한 향기 속엔,
수없이 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어요.
흰 라일락의 꽃말은 ‘순결’, ‘천진난만’, 그리고 ‘첫사랑’.
하지만 그 사랑은 왠지 말끝을 흐리게 만듭니다.
어린 시절, 아무 말도 없이 멀어져 간 누군가.
마음은 분명 떨리고 있었지만, 말하지 못했던 그날의 공기.
흰 라일락은 그 말하지 못한 감정을 꼭 닮았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했지만
말하지 못했던 시간,
말 대신 향기로 남은 이야기.
라일락의 전설처럼,
다가설 수 없던 사랑이
결국 향기가 되어 나에게로 돌아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흰 라일락을 보면 마음이 흔들립니다.
순백의 꽃잎 사이로
그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곤 하지요.
꽃은 지고, 향기는 남고,
그 향기는 사랑을 기억하게 합니다.
6월 26일,
흰 라일락을 닮은 당신에게
작은 마음을 전합니다.
– 꽃으로 여는 아침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