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탄생화
: 작고 낮은 들꽃, 한 여름을 밀고 자라는 이름 없는 강인함
어느 여름날,
햇살에 덴 풀잎들 사이에서 노란 무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너무 작아서, 너무 낮아서,
거의 땅에 붙어 숨을 쉬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노랑이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밝지도 않고,
꽃이라는 말이 아까울 만큼 조용한 들꽃.
그게 벌노랑이였다.
벌노랑이.
‘벌이 좋아하는 노란 꽃’이라는 뜻을 가진 이 식물은
‘노랑돌콩’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학명은 Lotus corniculatus var. japonica.
콩과 식물이며, 여러해살이 풀이다.
꽃잎은 보통 다섯 장.
세 장은 꽃 끝에서 모이고, 두 장은 줄기에 가까이 붙어
새의 발처럼 펼쳐진다 하여
영어 이름은 'Bird’s-foot Trefoil'이다.
원산지는 한국, 일본, 중국, 타이완, 히말라야 일대.
우리나라에서는 남부 지방과 제주, 산과 들의 양지바른 곳에서 자연스럽게 자란다.
높이는 30cm 안팎.
밑동에서 가지가 여러 갈래로 갈라져 땅 위로 비스듬히 뻗고,
줄기에는 털이 없어 맑고 단단한 인상을 준다.
꽃은 6월에서 8월 사이 피어난다.
꽃잎은 나비 모양으로,
가장 큰 꽃잎인 ‘기판(旗瓣)’이 거꾸로 세운 달걀처럼 생겼다.
꽃자루 끝에 우산살처럼 모여 피며,
그 위로 꿀벌과 나비가 자주 머문다.
열매는 꼬투리(협과) 형태.
길이 약 3cm, 곧고 가늘며
검은빛 종자가 여럿 들어 있다.
이 작고 노란 들꽃은
단지 예쁜 꽃이 아니다.
포기째로 가축의 사료가 되고,
사람에게는 해열제와 강장제로 쓰였으며,
꿀벌에게는 귀중한 밀원식물로 여겨졌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자기 할 일을 묵묵히 해내는 풀.
꽃보다 더 깊은 기능을 가진 생명.
그래서 벌노랑이를 아는 이들은
그 꽃을 ‘잡초’라 부르지 않는다.
척박한 땅,
인간이 자주 발을 디디는 길가에서도
이 풀은 기어이 살아남는다.
그 땅이 그를 필요로 하지 않아도,
스스로 피어나는 법을 잊지 않는다.
벌노랑이는 누군가를 위해 피는 꽃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향을 내지도 않고,
자리를 뺏기지 않기 위해 무리를 이루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피고,
계절이 다가가면 지고,
남은 씨앗은 땅속에서 다시 시간을 기다린다.
오늘의 탄생화가 이 꽃이라는 사실이
어떤 이에게는 깊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벌노랑이는
비록 작고 눈에 띄지 않아도,
그 자체로 생태계에 필요한 존재이며
조용한 생명력의 표본이기 때문이다.
오늘, 나의 마음에도
그 노란 들꽃 하나 피어났으면.
누가 보지 않아도 괜찮고,
길가에 핀 이름 없는 풀일지라도
내가 내 몫의 여름을 피워냈다는 증거 하나 남겨두고 싶다.
♣ 생태 요약
국명: 벌노랑이 (Lotus corniculatus var. japonica)
이명: 노랑돌콩, 새발풀
과: 콩과(Fabaceae) / 형태: 여러해살이풀
꽃: 6~8월, 노란색, 산형 배열
분포: 한국, 일본, 중국, 타이완, 히말라야
쓰임: 사료, 약용(해열, 강장), 밀원식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