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7월 11일 탄생화 – 아스포델

오늘의 탄생화

by 가야

7월 11일 탄생화 – 아스포델


잊지 않기 위해, 그대를 다시 부르는 꽃


세월은 마음을 무디게 하고,
기억은 흐릿해진 얼굴을 조심스레 감춘다.


그러나 어떤 꽃은, 지나간 이름 하나에도
순간 모든 것을 불러내곤 한다.


아스포델.
이름만으로도 숙연해지는, 그리움의 꽃이다.


언젠가 어디선가 본 듯한 모습,
그러나 막상 손에 쥐려 하면 자꾸만 멀어지는 듯한 그 모습.


하얀 꽃잎이 별처럼 피어나는 이 꽃은
고요하고 덤덤하지만, 그 속엔 오래된 이야기가 숨어 있다.

아스포델은 어떤 꽃인가요?


**아스포델(Asphodel)**은 유럽 남부, 특히 그리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등
지중해 연안에서 자생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식물학적으로는 **백합과 또는 아스포델과(Asphodelaceae)**에 속하며,
봄에서 여름에 걸쳐, 길게 뻗은 줄기 끝에 작고 별 모양의 흰색 또는 분홍색 꽃이 총상으로 모여 피어납니다.


학명은 Asphodelus albus 또는 Asphodelus ramosus,
흔히 무덤가나 들판에서 피는 야생화로 알려져 있지만
그저 야생의 꽃이라 부르기엔, 이 꽃은 너무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신화와 문학 속, 아스포델


아스포델은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죽은 이들이 머무는 **‘아스포델 초원(Asphodel Meadows)’**의 꽃입니다.


영웅은 엘리시움으로, 악인은 타르타로스로 가지만,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영혼들은 바로 이 들판에 머물렀지요.


그곳은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은, 단지 조용하고 무채색 같은 공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 들판을 ‘기억’이라 불렀습니다.


삶 속에서 사랑했으나 전하지 못한 말들,
끝내 묻어둔 감정들,
그리고 잊지 못하는 이름 하나.
그 모든 것이 아스포델의 들판에 남아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윌리엄 워즈워스는 시에서 아스포델을 ‘추억의 그늘에서 피는 꽃’이라 말했고,
호메로스는 『오디세이아』에서 죽은 자의 혼이 이 꽃을 밟으며 지나간다고 노래했습니다.

아스포델의 꽃말

그리움

영원한 사랑

죽음과 부활

잊지 못할 기억

영혼의 평안

이 꽃의 꽃말은 곧, 누군가를 향한 기억의 형식입니다.
잊지 않기 위해 피어나는 꽃, 잃어버린 시간을 꺼내기 위해 피어난 꽃이 바로 아스포델입니다.

당신의 마음에도, 아스포델 한 송이


지금, 마음속에 어떤 사람이 떠오르시나요?


이미 떠나간 사람일 수도 있고,
멀어졌지만 잊히지 않는 친구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끝내 닿지 못한 사랑일지도 모르죠.

그 이름을 속으로 한 번 부르고,
그를 향한 조용한 기도를 담아
작은 아스포델 한 송이를 마음속 들판에 놓아보세요.


그대가 잊지 않으면,
그 꽃은 지지 않을 것입니다.


#아스포델 #7월 11일 탄생화 #탄생화에세이 #그리스신화 #꽃말에 담긴 이야기 #잊지 못할 사람에게 #감성에세이 #문학과꽃 #죽음과 기억

keyword
작가의 이전글♣ 천일홍 이야기(5)-씨앗을 나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