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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2일 탄생화 -패랭이꽃

오늘의 탄생화

by 가야

패랭이꽃, 그 여름의 기억

여름방학이면 난 어김없이 큰언니네 집에 갔었다.
전북 무주군 부남면 장안리 상대곡.


지금은 작은 산골 저수지로만 기억되는 그곳이,
그땐 왜 그리도 넓고 깊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큰언니네 동네 어귀엔 큰 방죽이 있었다.
비포장도로 끝자락에 고요히 고인 물,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물결이 살짝살짝 흔들리던 그곳.


아이들 웃음이 물 위를 뛰어넘고,
나무 그림자와 벌레 소리가 섞여 여름이 짙어지던 오후.


그 방죽 가장자리에
드문드문 피어 있던 작은 꽃들이 있었다.


어느 날 언니가 말했다.


“이 꽃, 예쁘지? 나 어릴 땐 머리에 꽂고 다녔어.”


그때는 그 꽃의 이름도, 의미도 몰랐다.


가늘고 부드럽고, 어디선가 본 듯하지만 익숙지 않은,
말없이 피어 있던 그 꽃.


오랜 시간이 흘러
나는 그 꽃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패랭이꽃.

전통 짚모자인 ‘패랭이’를 닮은 꽃잎 테두리,
단아한 붉은빛과 연분홍의 조화.


화려하지 않지만, 한 번 보면 잊히지 않는 선명한 인상.
그 꽃은 그렇게 내 마음속에도 조용히 피어 있었다.


지금, 큰언니는 그 시골 동네를 떠나
용인에서 살고 있다.


어느 여름날, 우리는 함께
다시 그곳을 찾았다.


무주군 장안리, 상대곡.
어린 시절 내 여름방학이 깃들어 있던 그곳.


자동차로 방죽 둘레길을 휭— 한 바퀴 돌아보았다.


그때 그렇게 넓어 보이던 저수지는
이제는 아담하게 느껴지는 작은 둔덕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 둔덕 위에 피어 있던 패랭이꽃 무리는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 장면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떠오른다.
햇살 아래 잔잔히 흔들리던 분홍빛 꽃무리,


바람 따라 조용히 인사하던 그 꽃들.


시간은 많은 것을 사라지게 하지만
어떤 기억은 오히려 더 선명해진다.


패랭이꽃은 내게 그런 존재다.


사라졌지만 사라지지 않은,
이름을 몰라도 이미 마음에 새겨졌던,
그리움이 꽃잎처럼 피어나는 여름날의 기억.

오늘의 탄생화 – 패랭이꽃


7월 22일의 탄생화는 패랭이꽃입니다.


학명은 Dianthus chinensis,
꽃말은 순수한 사랑, 소박한 아름다움, 희망과 용기.
작고 정갈한 모습 속에 여름의 강인함과 순수를 함께 품은 꽃.


지금 누군가에게 조용한 응원을 전하고 싶다면,
패랭이꽃 한 송이를 마음속에 피워보세요.


https://youtu.be/F_5t7750G9I?si=z41HksqLHAwLMEQ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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