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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3일의 탄생화, 링커스터 장미

오늘의 탄생화

by 가야

◆ 붉은 장미가 남긴 것 – 7월 23일의 탄생화, 링커스터 장미


어느 여름날 아침,
햇살보다도 붉은 꽃이 창밖을 스쳤다.


가시 하나 품은 채 피어난 고결한 장미.
그 꽃의 이름은 링커스터 장미.


오늘, 7월 23일의 탄생화다.


장미라 하면 사랑과 열정의 상징쯤으로 알고 넘기기 쉬운데,
이 장미는 조금 다르다.


사랑을 품되, 싸움을 겪고, 평화를 피워낸 장미.
그 속에는 단순한 꽃 이상의 역사가, 감정이,
그리고 인간의 갈등과 화해의 서사가 담겨 있다.

◆ 붉은 장미, 피의 상징이 되기까지


15세기 영국.
왕위 계승을 둘러싼 두 귀족 가문, 요크와 링커스터가


왕관을 쟁취하기 위해 벌인 전쟁,
역사는 이를 **장미 전쟁(Wars of the Roses)**이라 불렀다.


요크 가문은 흰 장미를,
링커스터 가문은 붉은 장미를 내세웠다.


하얀 것과 붉은 것.
순수와 열정, 빛과 피, 꿈과 현실이 충돌하듯,
두 색의 장미는 칼날보다 날카로운 상징이 되어
영국 땅을 붉게 물들였다.


30년의 싸움.
그 안에서 수많은 피가 흘렀고, 수많은 사랑이 짓밟혔다.


그러나 모든 전쟁이 그러하듯,
끝내는 한 사람의 결단이 새로운 시대를 연다.


헨리 튜더.
그는 링커스터의 핏줄이면서 요크의 여인, 엘리자베스와 결혼했다.


그리하여 두 장미는 하나가 되었고,
새로운 시대는 **튜더 로즈(Tudor Rose)**라 불리는
겹장미로 피어났다.

Tudor-rose-1024x438.jpg 튜더 로즈.jpg


붉은 장미 안에 흰 장미가,
상처 속에 용서가,


절망 속에 희망이
비로소 한 송이 꽃이 되어 완성된 순간이었다.

◆ 꽃말 – 전쟁과 평화


링커스터 장미의 꽃말은 ‘전쟁과 평화’.


너무나도 명징한 이 꽃말은
이 장미가 단순한 식물이나 장식이 아니라,
한 국가의 고통과 치유의 상징임을 말해준다.


전쟁은 그치고,
상처는 마르고,


사람들은 그 붉은 장미를 바라보며
화해의 의미를 되새긴다.


그러니 이 꽃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이고,


한 편의 시이며,
피로 쓴 역사 위에 피어난 살아 있는 상징이다.

◆ 문학과 장미


셰익스피어의 『헨리 6세』에는
이 장미들이 등장한다.


한 장면에서는 두 귀족이 장미를 각각 꺾으며 말한다.


“나는 흰 장미를 들겠소.”
“그렇다면 나는 붉은 장미를 택하리다.”


단 두 줄의 대사.
하지만 거기엔 전쟁의 서곡이 흐르고 있다.


장미는 말없이 역사의 무대 위로 올라서고,
꽃잎이 떨어질 때마다 시대가 바뀐다.

◆ 오늘의 나에게, 붉은 장미 한 송이


가끔, 우리는 내면에서 전쟁을 겪는다.


용서하지 못한 자신과
이해받고 싶은 타인 사이에서,


욕망과 양심 사이에서,
눈물과 웃음 사이에서.


그때마다
링커스터 장미를 떠올려 본다.


피를 상징하던 그 장미가
끝내 화해의 상징이 되었듯,
우리 마음속 전쟁도 언젠가는 평화를 찾을 수 있으리라.


오늘이,
그 평화의 시작이 되기를 바라며.

Lancashire_County_Flag.svg 랭커셔의 국기
800px-WhiteRose_ofYork_Symmetric.svg 요크 왕실의 전령 배지 인 요크의 흰 장미

◆ 오늘의 꽃

7월 23일 – 링커스터 장미 (Lancaster Rose)
꽃말: 전쟁과 평화


https://youtu.be/93-93WtAjwg?si=NvvhoQvX4JIgBn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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