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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야 Sep 06. 2022

매미 우화 중 개미의 공격받은 말매미

가야의 매미 이야기 /


아침 식사 후 산책길에 막 땅에서 나온 매미 애벌레를 만났습니다.


예상외의 상황에 어리둥절하면서도 이 게으른 애벌레의 우화 과정을 더욱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오전 10시 30분 만난 이 애벌레를 만난 일이 행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대부분의 매미 애벌레는 저녁 5~6시경부터 땅속에서 나와 우화 할 장소를 찾아 나무나 풀 잎 등 우화 장소를 찾으면 우화를 시작합니다. 대개 1~ 2시간가량 걸립니다. 우화가 성공하면 갓 태어난 매미는 자신이 살았던 껍질을 꼭 붙잡고 젖은 날개를 말린 뒤, 조금 위 쪽으로 이동을 하며 휴식을 취하며 아침을 기다립니다. 그런데 이 매미는 무슨 이유로 아침 해가 중천에 떠올랐을 때가 되어서야 땅에서 나왔을까요?


천적들이 걱정이 되어 나는 그 우화 과정을 지켜보며 보호해 주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몇 번의 우화 과정을 본 적이 있었지만 대개 늦은 밤이나 새벽이었기에 밝은 아침은 처음이라 약간의 설렘도 있었습니다.


내 그런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매미는 용감하고 민첩하게 땅에서 근처 나무로 거침없이 행진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근처 나무줄기를 타고 올라가더니 약 1m 20cm 지점에서 움직임을 멈추고 우화를 시작했습니다. 사진 찍기도 딱 좋은 위치였고 내 눈높이와도 잘 맞았습니다.



크기도 상당히 큽니다. 대략 2~3cm는 족히 되어 보입니다.

제 검지와 비교해 보시겠어요.


등이 갈라지며 점차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늦게 나온 것을 만회하려는 듯 속도가 무척 빠릅니다.


위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까맣고 빛나는 매미의 눈동자가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몸을 한 번씩 꿈틀거릴 때마다 허물이 조금씩 벗겨집니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개미 떼의 습격!


화들짝 놀란 허물을 벗던 매미

그러나 내가 도와줄 방법이 없습니다. (ㅠ. ㅠ)


허물을 벗던 매미 어쩔 줄을 모르고 바둥거립니다.

앞으로 몸을 구부리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개미들의 공격은 만만치 않습니다.

도저히 두고 볼 상황이 아닙니다.

나무줄기 밑을 보니 수많은 개미들이 줄을 지어 매미를 향해 오고 있습니다.

서둘러 손으로 개미를 저지합니다.


절반쯤 허물을 벗은 매미는 구부렸다 펴기를 반복하며 어쩔 줄을 모릅니다.

생각 다 못해 저는 입김을 세게 불었습니다.


개미들은 추풍낙엽처럼 날아가 버리고,

진작에 그럴걸...


벌써 매미는 이 상태로 20여 분이나 버텼습니다.

그런데 유심히 보니 날개 옆으로 이슬방울이 맺혀있네요.

정말 특이한 현상입니다.


그런데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것이 매미의 눈물이라는 걸을...

위에서 내려다보니 매미의 몸은 이미 허물과 분리된 상태입니다.

이제 매미가 거꾸로 반듯이 누웠다 일어서면 탈피는 끝이 날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 틈엔가 개미들이 매미를 공격하니

매미는 굽힌 허리를 펴지를 못합니다.

다리를 부지런히 움직이며 결사적으로 항전을 합니다.

저는 무릎을 꾸부리고 앉아 열심히 입김으로 개미들을 불어 보지만 역부족입니다.


생각 같아선 개미들을 집어내고 싶지만 잘 보이지도 않는 개미를 집어내다가는

매미를 다칠 것이 분명한지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양쪽 날개 부분에서 자꾸만 이슬방울이 떨어집니다.

날개도 반쯤 퍼져있습니다.


왜 눕지를 않는 것일까요?

나는 이 용감한 매미가 위로 그냥 빠져나오려나 보다 하고 잔뜩 기대를 하고 지켜보았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뒷다리 하나가 이미 심각할 정도의 상처로 절단되었고, (위쪽 검은 부분)

허물을 벗는 매미의 날개 쪽에 흰 거품 같은 것이 보입니다.(ㅠㅠ.)


정면에서 보니 접힌 날개가 지금까지 허물을 벗는 매미와 약간 다릅니다.

슬그머니 걱정이 되기 시작합니다.


시계를 보니 12시가 다 되어갑니다.

흐렸던 날씨는 활짝 개고 어서 나오라는 듯 매미들의 합창소리가 요란합니다.


개미의 움직임이 다시 민첩해졌습니다.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개미가 득실거리는 그곳에 매미를 그대로 두고 온다면 매미는 개미들의 식량이 되고 말 것이 명약관화한 이치였습니다.


나는 살그머니 매미를 집어 들었습니다.

그러자 너덜거리며 매미 껍질이 벗겨졌습니다.


아아!

매미의 날개는 이미 펼쳐져 있었고

몸통 아래 부문은 누렇게 변색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아까 이슬처럼 흘러내리던 날개 부분에 검은빛이 가득....


안전한 곳이라 생각되는 나무줄기에 매미를 가져가니

매미는 다리로 힘껏 나무줄기를 움켜쥡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진작 개미들이 침범할 수 없는 안전한 곳으로 옮겼을 텐데...

살그머니 매미 껍질을 떼어보려고 애를 써보지만 날개 부분이 흠뻑 젖어 좀처럼 떼어지지 않습니다. 

조심스레 떼어내고 보니 껍질 안쪽에 하얀 실 같은 것이 보입니다.


그런데 

그런데

그것이 매미 날개의 일부분이었다는 사실...

저는 펑펑 울고 싶어 집니다.


아마 개미와 혈투를 벌이느라, 시간을 지체하여 날개가 껍질 안에서 상해버렸던 가봅니다.

아니면 껍질 속으로 기어들어간 개미들의 공격을 받았던지...


그래도 나무줄기를 꼭 잡고 있는 매미의 나머지 날개라도 날아다니는데 지장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며 그곳을 벗어났습니다.


발걸음이 나도 몰래 휘청거립니다.

내 부주의로 매미가 불구가 된 것 같아 마음은 천근만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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