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단상
익모초, 그 쓴맛 뒤에 숨은 여름의 약초 이야기
화단 한켠, 익모초가 자라고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나는 푸른 잎,
예전에는 귀한 약초였건만
요즘은 그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지요.
그 익모초를 보면,
저는 어린 시절 무더운 여름날이 떠오릅니다.
어느 날, 배탈이 나 끙끙 앓던 날이었어요.
어머니는 뜨거운 볕을 막고 익모초를 한 움큼 뜯어
확돌에 넣고 정성껏 찧으셨습니다.
그 즙을 삼베 보자기에 싸서 꼭꼭 짜내셨지요.
그리고는 작은 유리컵에 담아,
“이거 마시면 금방 나을 거야.”
하시며 내미셨죠.
쓴맛이 입안 가득 퍼지자
울며 도리질을 쳤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코를 꼭 잡아주며
“후딱 마시자, 얼른.”
그리고 그 뒤엔 늘 준비된
하늘색 껍질의 ‘눈깔사탕’ 하나.
그 사탕을 입에 넣고 굴리다 보면
금세 배는 거짓말처럼 편안해졌습니다.
그게 익모초 덕분이었을까요,
아니면 그 사탕의 달콤함 때문이었을까요.
어릴 적에는 알 수 없던 걸
지금은 어렴풋이 압니다.
어머니의 정성과 익모초의 효능이
함께 만든 마법 같은 치유였다는 걸요.
잊혀가는 풀 한 포기, 익모초
익모초는 본래 ‘어머니를 이롭게 하는 풀’이라는 뜻을 지녔습니다.
생리통, 자궁 수축, 출산 후 회복 등에 좋다고 하여
한방에서는 여성의 대표 약초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도시 화단의 한 구석에서
잡초처럼 자라나다 뽑히기도 하고
약초로의 가치도 점점 잊혀 가고 있습니다.
저는 그 익모초를 보며
어머니를 떠올립니다.
그 시절 정성 가득한 돌확 소리,
그리고 사탕 하나로 마무리되던 여름의 처방전.
다시 바라본 익모초
지금 제 화단에도 익모초가 자라고 있습니다.
그 쑥쑥 자라는 생명력,
그 푸르른 기세가 마치
어머니의 젊은 시절 같기도 합니다.
이제는 굳이 즙을 내어 마시지는 않지만
그 잎을 어루만지며 문득
그 시절로 마음이 되돌아갑니다.
쓴맛이 있어야
단맛도 더욱 달게 느껴지듯,
익모초는 저에게
삶의 쓴 기억과 단 추억을 함께 품은
귀한 여름 풀입니다.
이름: 익모초(益母草)
학명: Leonurus japonicus
분류: 꿀풀과/한해살이 또는 두해살이풀
원산지: 동아시아 (한국, 중국, 일본 등)
개화시기: 6~8월경 연한 자주색 꽃이 줄기와 가지에 송이송이 피며, 마주난 잎은 세 갈래로 갈라집니다.
번식력: 씨앗으로 매우 잘 번지며, 스스로 씨를 털어 주변으로 확산됩니다.
약효: 주로 여성의 생리불순, 출산 후 회복, 자궁 수축에 쓰이며, 소염·진통 효과도 있습니다.
복용법: 예전에는 즙을 내거나 달여 먹었으며, 지금은 한방에서 건조된 약재 형태로 사용합니다.
익모초에는 옛 중국의 슬픈 전설이 전해집니다.
한 어머니가 아이를 낳고 몸이 약해져 병상에 누워 있었지만
약이 없어 고통 속에 지내야 했습니다.
이를 지켜본 하늘의 선녀가
자궁을 따뜻하게 하고 피를 맑게 해주는 풀을 내려주었는데,
그 풀을 달여 마신 뒤 어머니는 건강을 되찾았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그 풀을 **'어머니를 이롭게 하는 풀', 즉 ‘익모초(益母草)’**라 불렀고,
오랫동안 여성의 필수 약초로 소중히 여겼습니다.
꽃말: 모성애, 희생적인 사랑, 회복
익모초는 화려하진 않지만, 뿌리 깊은 사랑과 치유의 에너지를 품고 있습니다.
그 꽃말 또한 어머니의 정성과 희생, 그리고 회복을 향한 기도를 담고 있지요.
지금 제 화단에서 자라는 익모초는
이제는 거의 쓰이지 않는 약초가 되어
잡초처럼 취급되지만
제게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풀입니다.
그 쓴맛이 전하는 치유,
그 향이 품은 기억,
그리고 사탕 하나로 완성되던 어머니의 여름 처방전.
익모초를 떠올릴 때마다
저는 마음속 어딘가가
조용히 회복되고 있는 걸 느낍니다.
https://youtu.be/BDNAcEms4sE?si=PIHenKm7rCk2seK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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