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병(病), 우째요?

춤추는 글자들

by 화니

글병에 걸렸다.

글자, 단어, 문장이 눈 앞을 마구 날아다닌다.

이 단어, 저 단어, 이 말, 저 말.

잡아채고, 돌려보내고 교체하고, 또 붙여보고

허공을 향해 계속 그러고 있다.


어제 카페라떼를 시켰다.

하얀 컵 위. 살짝 부푼 크림이 짙은 갈색 커피 위에서 잔뜩 멋을 부렸다.

하트가 하나였는지, 두 개였는지 기억은 안난다.

자신 있게 뽐내며 컵 둘레를 온통 차지하고 있었다.


한 모금 마시자,

그 형상이 흔들흔들 사라지는 듯 하다가

다시 원래 모양으로 돌아갔다.

한 쪽으로만 집중해서 마셔도,

호로록 소리내며 부셔버릴 듯 마셔도

흐물거리다가 다시 제 자리를 찾았다.

커피는 바닥인데

하얀 하트는 끝까지 버티고 있다. 놀라웠다.


우쨋든 요즘은, 무엇을 보든

마음을 살짝 갖다 대기만 해도,

몽실몽실 글자들이 눈 앞을 스쳐간다.


그리고 이렇게 주절대고 마는거다.

이게 도대체 뭔가 싶다.


이걸 '마음부수'라고 한다.

우리가 아는 마음은 사실 '마음+마음부수' 라고.

동쪽 학자들이 분석한 개념인데,

서쪽 심리학에도 비슷한 분류가 있다.


여기서 마음은 대상에 대한 알아차림이고

마음부수는 그때 곁에 일어나는 성질들.(탐욕, 분노, 자비, 지혜 등)


이를테면, 아이스커피 든 컵을 손에 쥐었을 때,

컵에 손을 뻗는 건 '마음'이 한거고,

차다고 느끼는거는 '마음부수'다.


그런데,

얘기에 집중 하거나, 손이 이미 차가우면

차갑다는 느낌조차 없다.

그래서 이렇게 인지하는 의식이 마음부수인데 무려 51가지나 있단다.

(좋거나, 싫거나, 착하거나, 악하거나, 화나거나 등등)


그래서, 그 대상을 알아차리는 순간,

어떤 마음부수를 장착하느냐는 여러 상황과 조건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만,

결국 제일 중요한 건 나의 선택과 결정이다.

그게 번개처럼 일어나고, 지나가 버려서

아무일도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 내 마음부수는

시도 때도 없이 요란하다.

대상이나 상황이 특별하지 않아도

글자들이 꿈틀거리고, 흐물거리다가,

조금 용쓰다가

뽀르롱하고 나온다.


이게 왜 병이냐고?


밥 먹는 시간을 놓치고,

할 일 잊고,

잠도 못자고,

눈도 아프고

옆 사람까지 무안하게 하니까.


뭘 하든, 안 하든 글자가 들썩인다.

재밌기도 하지만, 빠져 나오면 몸 어딘가가 결린다.

보통 심각한게 아니지 않은가?

우짜면 좋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