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입성 한 달

내 페이스, 다시 찾기 위하여

by 화니

브런치에 발을 들인 지 딱 한 달.
그 사이에 글을 40개나 썼다. 시작할 땐 단거리일 줄 알았는데, 뛰다 보니 장거리가 되어버렸다.

속도 조절 실패. 스스로 인정한다—나는 페이스 메이커 타입은 아니다. 이제 목표를 다시 세운다.

무리한 완주보다, 내 리듬을 회복하는 것.

우선, 내 페이스를 찾자.


눈을 뜨자마자 마음이 급해진다. 머릿속은 할 일과 생각들로 넘쳐나고, 이유도 없이 가슴이 조여 온다. 누가 등 떠민 것도 아니고, 채근하는 사람도 없는데—스스로를 족쇄 채운다.
글이 벌써 부담이 된 걸까. 보여주려는 마음이 앞선 걸까. 건너뛰면 어때, 하루쯤 빠지면 뭐 어때,라고 생각하면서도 자꾸만 붙든다. 놓지를 못한다.


예전과 달리, 할 일을 줄 세우고 시간을 쪼갠다.
조급해지니까 서두르고, 서두르다 보면 결국 불안해진다. 낯설지 않다. 익숙한 감각이다. 오랜만에 마주하는 긴장.
하지만 나는 원래 천천히 가는 쪽이 더 잘 맞는다.


그런데 왜 또 달렸을까. 루틴은 무너지고, 마음은 뒤집히고, 끝내 또 나를 몰아붙인다. 이쯤 되면 좀 우습다. 나답다. 예전부터 늘 그랬다. 과하게 몰입했다가, 그만큼 소진되는 패턴.

이번에도 그게 나온 거다. 어쩌겠나. 늘 내 안에 있었던 거니까.


마음은 10⁻¹² 단위로 튀어 다니지만, 몸과 글은 그 속도를 절대로 따라가지 못한다. 그런데 따라가야 한다고 착각하니, 당연히 지친다. 그걸 자각하기까지 한참 걸린다. 항상 그렇다.


그래서, 또 나에게 말한다.

조급해하지 말자. 시간에 쫓기지 말자.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말자. 보여주기 위해 쓰지 말고, 쌓기 위해 쓰지도 말자. 매일 아니면 어때. 하루 빼먹으면 또 어떤가.


나는 지금, 숨 따라, 마음 따라 걷고 있다. 그러자 글이 따라왔다.
쓰면서 나는 조금씩 나아가고, 배우고, 알아간다.
과정이 곧 결과고, 가는 길 자체가 도착지다.

그러니, 천천히 가자. 내 속도로.


마음은 어차피 통제할 수 없다.

그저 조용히 내려 앉히는 수밖에.
온 마음을 온 세상에 쏟지 말자. 선택하고, 집중하고, 만족하고, 분수를 알자.


나는 오늘도 새로워지는 중이다.
쫓기듯, 혹은 스스로를 쫓던 나를 다시 바라본다.
그리고 다짐한다.


나의 속도로, 나의 마음을 챙기며, 편안하게 가자.
글은 그냥 그 옆에 있으면 된다. 이 만큼 온 게 어디냐.


뭐가 더 중요한지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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