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타맨 Mar 08. 2024

내 모든 것,기억하고 싶나요?(feat<블랙 미러> )

지난해 9월 26일 <머스크의 다음목표는  AI정복>이라는 기사가 한국일보에 났다."일런머스크가 2016년 설립한 '뉴럴링크'는 인간의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하고 이를 통해 뇌에서 발생하는 생체신호를 특정해 해독하는 기술을 만든다.이를 컴퓨터나 로봇에 정확하게 전달하면 시각장애인이나 근육이 마비된 사람이 원하는 것을 구현할 수 있게 될것으로 머스크는 기대한다.장기적으로는 컴퓨터에 파일을 저장하듯 사람의 단기 기억을 사라지지 않도록 저장해 모든 인류의 지능을 향상시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라고 썼다.


이 기사의 줄친 부분을 보고 떠오른 드라마가 있는데,바로 넷플릭스에 공개됐던  <블랙미러 시즌1> 3화 <당신의 모든 순간>(The Entire History of You)이다.2011년 12월에 공개됐으니 벌써 12년 전이다.



이 드라마 속엔 '그레인'이란 신기술이 등장한다. '그레인'은 사람들의 귀 밑에 작은 캡슐을 심어서 단말기를 조작하기만 하면 보고 들은 지난 기억을 온전히 보존하고, 생생하게 눈 앞의 스크린에 재생해 남들과도 같이 볼 수도 있는 신기술이다.한마디로 '조작 불가능한 객관적 기억 데이타 시스템'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그레인을 귀밑 피부속에 심은채 살아가고 있다.


(휠처럼 생긴 기억 저장소 '그레인' - 반복재생,부분확대 다 가능하다) 


주인공인 변호사 리암은 친구들의 파티에 갔다가 자신의 아내와 조나스란 남자가 사이좋게 얘기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둘 사이를 의심하게 된다.리암은 그레인을 통해 자신이 본 순간을 반복 재생해 의심을 키우며 아내를 몰아붙인다.

아내는 결혼 전 아주 짧게 만났던게 다라며 아무관계가 아니라고 항변하지만 의심이 집착이 된 리암은 날밤을 새운후 조나스를 찾아가 그를 무자비하게 폭행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조나스의 그레인에서 아내가 자신의 침대에서 조나스와 불륜을 저지른 기억을 목격한다.부부의 관계는 완전히 파국으로 치닫는다. 



이 드라마엔 '그레인'이라는 신기술의 장단점이 다 나온다.


그레인이 없었다면 아내의 불륜에 대한 의심이 흔한 말다툼으로 끝났을 수 있지만 이잡듯 과거의 기억을 들여다볼 수 있는 그레인으로 인해 결혼은 파탄에 이른다.

반면 이 저장된 기억들로 인해 아내가 낳은 아이가 내 아이가 아닐 수 있다는 충격적인 팩트를 체크할 수 있었던것은 장점일 수 있겠다. 

귀가하자마자 아기의 그레인을 통해 베이비시터가 제대로 아일 돌봤는지 확인하는 장면 또한 인간관계의 신뢰보다 기계에 의존하는 걸 보여준다.그러고보니 요즘 학교에서 벌어지는 온갖 빌런 부모와 아이, 교사 사이의 다툼엔 편리하거나 끔찍한 도구가 될 수도 있겠다.  

어쨌거나 이런 신기술이 그저 좋기만 하진 않다는 것.그런 '경각심'은 <블랙미러> 전 시즌의 공통된 주제다.        


과연 기억을 저장한다는 건 축복일까 저주일까. 


기억력 없는 나는 내가 집중하지 않은 건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이라 쓸데없는 것+ '쓸모있는 것'도 많이 잊고 산다.

어떨 땐 불편하지만 또 어떨땐 좋은 점도 있다.  

가령 둘 다 기억력이 없는 우리 부부는 과거를 고구마 줄기처럼 캐내는 "그 때 당신이 그랬지?"류의 과거소환형 부부싸움을 잘 하지 않는다.아니 못한다.되도록 나쁜 기억은 일부러,애써서, 곱씹지 않는 편이기에 더 그럴 수도 있다.

반면,저주받은 기억력때매 봤던 영화를 또 본 적도 있다.(엔딩에 가서야 생각났다. 그 영화가 <조디악>이었던 것,실화냐..)   

그리고 나의 가장 오래된 기억 중에 초 2때 아빠가 골목길에서 자전거를 가르쳐줬던 기억이 있는데, 공익 CF의 한 장면같은 그 따뜻한 기억이 그레인으로 돌려봤더니 조작된 거라면? 무뚝뚝한 아빤 역시나 시간낭비라는 표정으로 운동신경없는 딸을 한심하게 쳐다보고 있던 거라면? 그렇진 않겠지만,왠지 슬퍼진다.  


드라마에서도 ' 인간의 기억은 50%는 쓸데없는 것이다'라고 했는데,굳이 쓸데없는 걸 기억하는 쓸데없는 짓을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각자의 해마엔 좋은 기억만 고이 저장해두고  잊어야 더 좋은 건 잊히는게 좋지 않을까. 


나는 <블랙미러>의 대단한 에피소드들을 볼 때마다 오버 테크놀로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엄습하곤 했는데 ,시즌 1이 벌써 12년전이니 블랙미러가 구현한 신세개가 낼모레쯤 현실이된다해도 놀랄 일은 아닐게다.


나이를 점점 먹다보니 나는 달팽이처럼 사는데 테크놀로지는 빛의 속도처럼 느껴져서 버겁다. 

'당신의 모든 순간'은 굳이 몰랐음 좋겠다.

일런 머스크도 좀 덜 부지런했음 좋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