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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맨 May 11. 2024

영화<특종의 탄생>:영국왕자를 무너뜨린 여성언론인들


제프리 엡스타인과 앤드루 왕자의 성범죄 스캔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BBC인터뷰에 대한 이야기는 낯설어서 보게되었다.드라마 <더 크라운>에서 인상적이었던 영원한 '스컬리' 질리언 앤더슨의 연기도 궁금해서 선택했다. 

 

출시 : 2024.4.5(넷플릭스 스트리밍 중)
감독 : 필립 마틴  
출연 : 질리언 앤더슨 ,빌리 파이퍼  


▶ 제프리 엡스타인의 절친  앤드루 왕자의 추락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둘째 아들인 앤드루 왕자는 여왕이 가장 사랑했던 아들이었다.해군에서 22년을 복무했고 ,불륜과 다이애나비와의 이혼으로 국민들의 미움을 한몸에 받았던 찰스 현 국왕보다는 여러모로 나은 인물이었다.

그런데 그가 한순간에 국민비호감으로 추락한다.바로 미성년자 성매매로 복역하다 자살한 제프리 앱스타인과 절친이었기 때문이다.   

   앤드류 왕자는 2006년 아동성범죄로 한차례 유죄판결을 받고 복역한 앱스타인과의 친분을 2010년까지 유지했다.대중들이 앱스타인에 더이상 관심을 주지 않는 동안 은밀하게 그들의 범죄는 계속되어 온 것이다.

2019년 앱스타인의 초청자 명단에 빌 클린턴,도널드 트럼프,앤드루 왕자가 포함되었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왕자는 부인한다. 하지만 2010년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앱스타인과 찍힌 사진으로 거짓임을 드러난다. 


(앤드루 왕자(왼쪽)에게 2001년 17세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버지니아 주프레가 공개한 실제 사진)


▶  BBC 여성 언론인들  VS 왕실 속의 화초 앤드류 왕자    


영국 공영방송 BBC 뉴스프로그램 ‘뉴스나이트’ 팀의 섭외담당 프로듀서인 샘 매컬리스터(빌리 파이퍼)는 2019년 엡스타인이 다시 한번 구속되자 앤드루 왕자를 인터뷰하려 한다.샘은 앤드루 왕자의 홍보담당 측근을 끈질기게 설득한다.홍보담당은 언변이 뛰어나고 매력적인 왕자가 방송에 노출되면 반전을 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 BBC 내부에서도 톡톡튀었던 <뉴스나이트>  섭외담당 프로듀서 샘)


결국 앤드루 왕자가 여론을 뒤집기 위해 방송에 출연하기로 결심하면서 BBC와 왕실의 대결 양상으로 극이 전개된다.

이 때  뉴스나이트의 앵커인  에밀리 메이틀리스(질리언 앤더슨)은 성 추문 사건에 대해 직접적으로 추궁하기보다는 그가 자신의 죄를 스스로 고백하도록 만드는 노련함을 보인다.

왕자는 엡스타인과의 만남에서부터 술술 얘기를 해나가는데,앱스타인의 범죄는 모르쇠로 일관한다.심지어 앤드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당시 17세의 여성의 증언에 대해서 어이없는 주장을 펼치며 부인한다.


앤드루 왕자와 그의 측근은 인터뷰가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하지만,그건 엄청난 착각이었다. 

대중들이 TV를 통해 본 건 버킹엄궁의 차밍한 '왕자'가 아니라, 더듬거리며 별 시덥잖은 얘기를 묻는다는 태도로 일관하는 오만한 왕실 귀족,어린 여자가 당한 범죄에 대해 일말의 동정조차 보이지 않는' 개저씨' 그 자체였다. 


앤드루왕자와 왕실이 인터뷰가 실패한 줄도 모를 정도로 높은 궁의 담장 속에서 얼마나 시대착오적 삶을 사는가를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에밀리가 인터뷰장에 오자마자 앤드루 왕자가 아래위를 훑으며 꾸짖듯 하는 한마디 말.



(여자가 조신하게 치마를 입지않고) 바지를 입었네! 



이 인터뷰 이후 왕자는 모든 걸 잃는다.2022년 왕실에서의 왕족 지위 대부분과 지원의 대부분을 박탈당하게 됐고  현재는 왕족으로서의 법적인 지위를 거의 상실한 상태가 되었다고 한다. 

2022년 2월 15일, 피해자와 합의하면서 합의금으로 피해자에게 1,200만 파운드(한화 약 195억원)를 주었다고 한다.


(2010년 앤드루 왕자가 제프리 엡스타인과 뉴욕의 공원에서 찍힌 실제 사진)


▶ 실화 이상의 재미는 없는 밋밋한 구성   


2019년 실제 있었던  BBC 인터뷰와 주요인물이 모두 실존인물로서 실제 사건자체는 흥미를 끌지만,영화 자체는 있었던 사실을 극화한 이상의 재미를 주지 못한다. 

싱글맘으로 인터뷰를 성사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샘과 인터뷰에 앞서 고민하는 에밀리,두 여자의 이야기는 겉돌고, 극적인 전개없이 밋밋한 이야기는 영화가 끝나면 허탈함을 안긴다. 에밀리 역의 질리언 앤더슨은 넷플릭스 드라마 <더 크라운>에서 대처 수상 역을 놀라운 싱크로율로 해냈는데, 이 영화에서도 성대를 긁는듯한  칼칼한 목소리로 존재감은 대단했으나 연기라고 할만한 뭔가를 보여주진 못했던 것같다.(이건 배우가 아닌 각본의 한계로 보인다)  


  ☆ 죄와 벌    

이 영화엔 앤드루 왕자 외에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실명과 사진으로 등장한다.얼마 전  엡스타인 재판 과정에서도 빌 클린턴의 이름이 50차례 이상 언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클린턴은 퇴임후 엡스타인의 전용기를 타고 자주 별장에 놀러다녔다.
전용기의 이름은 (역겹게도) '로리타 1호'다. 
2002년엔 엡스타인의 피해 여성으로부터 안마 시술을 받는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지만, 불법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우겼다.
그가 과연 죄가 없을까? 또 한번의 특종이 탄생할지도 모르겠다. 
(엡스타인 자택에 걸린 클린턴 초상화. 모니카 르윈스키를 연상시키는 파란 드레스에 빨간 하이힐을 신고 있는 클린턴이 누군가를 가리키고있다(이 그림은 영화 속에도 등장한다)) 


실화만 흥미롭다.영화적 재미는 기대에 못미친다.

내맘대로 랭크 :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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