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타맨 Oct 30. 2024

<지옥2> : 부활자들의 재회가 남긴것..  


지난 25일 지옥 시즌2가 공개됐다.

처음 1,2화를 볼 때는 지옥 1편이후 3년이나 지나서인지 스토리가 잘 생각이 안나는 와중에,좀 산만하고 혼란스러워 집중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3화부턴 꽤 집중해서 봤다. 

오픈일 : 2024.10.25(넷플릭스)
원작 :만화 지옥2:부활자 (스토리:연상호/작화:최규석) 
연출:연상호/ 각본:연상호,최규석 
출연: 김현주,김성철,김신록,문근영,문소리,임성재


3년만에 돌아온 <지옥2>는  계속되는 지옥행 고지로 더욱 혼란스러워진 세상, 갑작스레 부활한 새진리회 정진수 의장(김성철) 과 박정자(김신록)를 둘러싸고 소도의 민혜진(김현주 분) 변호사와 새진리회, 화살촉 세력이 새롭게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의문만 남기고 급마치는 시즌 2... 


정진수 의장이 사라진 뒤 새진리회와 화살촉의 갈등은 더욱 커진다.화살촉은 가장 먼저 신의 의도(고지를 받은 아기가 살아남은건 사실 죄인인 부모를 벌하기 위한 신의 의도라는 것)를 선점해 세력을 키운다. 이 가운데 대통령실 정무수석 이수경(문소리)은 박정자를 세상에 드러내 새진리회와 화살촉,소도등 각 세력의 균형을 맞추고 혼란을 잠재우려고 한다. 새로운 세력(정부)이 합류한 거다. 

각 세력이 저마다의 신념 혹은 이익을 위해 박터지게 싸우는 것,이것이 큰 줄거리이기때문에 스토리를 따라가는게 어렵지는 않다. 

하지만 지옥1이 누가 고지를 받고 시연을 당할지 모른다는 설정이 불러오는 공포,그 공포를 이용한 사이비종교의 창궐 ,그리고 박정자의 부활을 알리는 강력한 엔딩으로  신선하고도 충격적인 세계관을 완성했다면, 

시즌2에서 구축한 세계관은 많은 것이 의문으로만 남는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시즌2에서 남는 의문은 이렇다.

지옥의 사자는 대체 어떤 존재들인가,지옥의 사자에게 대체 누가 선택되고 부활하는가, 부활자 정진수와 박정자가 겪은 지옥은 왜 다른가,그리고 정진수가 마지막에 지옥의 사자로 변했다면,3인조 지옥의 사자는 모두 부활한 인간이었던건가? 가장 중요한 정진수,박정자,배영재 송소현의 아기의 부활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등등이다.

시즌 3로 가기 위한 빌드업일 수도 있지만,어떤 단서도 없다는 건 불친절함을 너머 스토리텔링에 실패한 듯한 인상을 준다.


드라마는 수만명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고지를 받고, 박정자가 민혜진에게 '세상은 멸망할 것이다'라는 말을 남기며 민혜진은 부활자 아기의 엄마가 되어주려하는것에서 끝난다.

많은 의문들이 해소되지 않은채,재료소진으로 급히 식당 영업을 끝마치듯 훅 끝나버리는 결말은 좀 당황스럽기도 하다.



정진수에 드리운 유아인의 그림자,그리고 지옥의 햇살 문근영 .. 


이 드라마에서 정진수 역할의 김성철은 연기를 성실히 아주 잘해냈다고 본다.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 유아인의 그림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전편에서 유아인의 정진수가 너무도 확고히 각인이 된데다,유아인 특유의 오글거리는(?)똘끼와 속을 알 수 없는 의뭉스러움,살짝 맛이 간듯한 표정과 우물거리지만 날카로운 대사같은 것들이 사이비 교주 정진수를 훨씬 더 창의적인 캐릭터로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김성철은 부활을 겪은 후의 고통과 혼란 속에서 폭발적인 감정연기를 하지만,유아인이 만든 여러겹의 레이어가 깔린 듯한 묘한 연기에는 미치지 못한다.아무래도 밀리는 모양새임은 어떨 수 없다.



'지옥 2'를 가장 지옥스럽게 만든 캐릭터는 아무래도 햇살반 선생님 오지원 역할의 문근영이다.평범한 인간에서 화살촉의 교리에 빠져 휘황하고도 유치찬란한 옷을 걸친채 세력의 리더가 되는 그녀는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기괴한 분장과 음이탈을 수시로 일으키며 비명에 가까운 괴성을 지르는 모습으로 충격을 준다.

생각해보면 문근영은 ,<어린신부>(2004년작이니 벌써 20년 전이다...),<댄서의 순정>같은 작품에서의 청순귀염뽀짝한 모습보단  <장화,홍련>,드라마 <신데렐라 언니>같은 좀 음울한 작품에서 더 매력적이었던 듯하다.

한마디로 시즌2를 구한건 '지옥의 햇살' 문근영이라고 본다.


판타지를 버리고 남은건,(고작) 종교집단의 암투와 액션 .. 


<지옥1>이 화제 속에서 사랑받은건,'고지''지옥의 사자''죄''신'과 같은 개념들이 불러일으키는 신비로우면서도 판타지적인 세계관이었다.

그것이 알고보니 비록 '자연재해'와 같이 그저 인간에게 '주어진 것'이라고 해도 우리가 알 수 없는 것들이 불러일으키는 경외로움과 소름끼치는 충격은 그것 자체가 시리즈의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하지만 시즌2는 이런 판타지적인 매력을 그저 '배경'으로서만 기능하게 하고선- 지옥의 사자 3인방은 3분 대기조인지,때만 되면 나타나서 할 일 하고 떠나는 '일꾼 기능'만 수행한다-  새진리회 VS 화살촉,거기에 소도와 정부까지 끼어들어 서로 충돌하는 것으로 대체한다.여기서 많은 분량을 채우는 건 액션씬이다. 

민혜진(김현주)이 차량 앞유리를 뚫고 앞차의 유리를 깨고 들어가는 등 박진감 넘치게 연출된 액션씬이 지루하진 않지만,딱히 지옥2만의 무엇을 보여주진 않는다. 


전편에서 보여준 세계관과 차별화된 무엇에 집착하다보니,전편의 매력을 많이 까먹고 2편에서도 대중들을 사로잡을 뭔가를 보여주지 못한 건 아닐까싶다.초자연적인 현상인 '부활'만이라도 잘 풀었다면 어땠을까싶다.시즌 1에서 판을 잘 깔아놓고는 시즌2의 모든 에피소드가 겨우 종교집단끼리의 싸움이라니 좀 허무하지 않은가 말이다.

게다가 변호사 민혜진이 '지옥에서 온 전사'라도 되는지 일당백도 두렵지 않은 무술을 보여주는 건 현실감이 너무 떨어진다. 또한 문소리가 맡은 대통령실 정무수석 이수경은 영리한척 판을 짜기는 하는데,기억나는 건 굳이 들고다니는 텀블러뿐,뭔가 너무 전형적인 점도 아쉬움을 남긴다.


최규석 작가는 "원작의 결말과 드라마의 결말과 다르다"고 했는데,원작을 보지못해서 결말이 어떻게 다른지는 잘 모르겠다.어쨋든 원작도 1,2편으로 마무리 되는 것으로 보아 딱히 시즌3가 나올 것 같지는 않다.

나는 여러 아쉬움도 있지만,지옥1을 보셨다면 시즌2도 보시라고 권하고싶다.

1편보다는 못하지만,광신도 문근영의 연기,에피소드3부터 속도감있게 전개되는 서사는 지루하지 않으니 말이다.


내 맘대로 랭크 : B- 





매거진의 이전글 <전,란> 기대에 못미친 부국제 개막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