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타맨 Oct 17. 2024

<전,란>
기대에 못미친 부국제 개막작     


OTT 오리지널 최초로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에 소개된 영화 <전,란>을 보았다.

박찬욱 감독이 제작,각본을, 박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2000년)에서 미술감독으로 활약한 김상만 감독이 연출했다.김 감독은 수애·유지태 주연의 '심야의 FM'(2010년) 을 감독했는데 무려 10년 만에 연출에 복귀했다.

여러모로 관심이 갔던 작품이다.


▶전,란 (Uprising) ▶감독: 김상만 ▶각본: 신철, 박찬욱 ▶출연: 강동원, 박정민, 김신록, 진선규, 정성일, 차승원 ▶제작: 모호필름, 세미콜론 스튜디오 ▶제공: 넷플릭스 ▶공개:2024년 10월 11일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전,란’은 ‘임진왜란’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전쟁 속에서 서로 계급이 다른 두 남자의 운명을 그린 작품이다.

 ‘이종려’(성인역 박정민)는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자제다.하지만 검술이 시원찮다.

어린 종려가 검을 잘못 다룰 때마다 대감은  종의 아이를 죽기직전까지 가혹하게 매질한다.그 '매잡이 노비'자리에 새로 들어온 아이가 '천영'(성인역 강동원)이다.양민이었지만 빚 때문에 노비신세가 된 천영은 분한 눈물을 삼킨다. 

신분차를 넘어 우정을 나누던 종려와 천영. 무과에 번번이 낙방하던  종려는 천영 덕에 무과에 장원급제하고 대신 노비문서를 찢어 '면천'하기만을 기대하던 천영은 대감의 배신으로 몸서리를 치게 된다.

그리고 임진왜란이 터진다.선조(차승원)는 궁을 버리고 도망치고 ,의병이 궐기한다. 결국 종려는 선조의 최측근 무관으로 천영은 김자령(진선규)장군이 이끄는 의병으로 다시 만난다.

이야기는 많은,데 깊이가 없다...

영화는 신분 차이로 엇갈린 두 남자의 운명을 그린다.동시에 기존의 계급사회 시스템에 일대 혼란을 가져온 '임진왜란'을 통해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던' 옛 조선으로의 회귀냐,'대동',나아가 천영이 제안하는대로 범,동('두루 온세상 사람이 다 하나다') 사회로 전진이냐라는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다룬다. 

그 과정에서 '임진왜란'7년은 과감히 순삭한다.

그런데 이 두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이 한마디로 엉성하다. 

가장 중요한 천영과 종려의 우정,혹은 의리도 그닥 깊이있게 그려내지 못하니 공감이 어렵다.뿐만 아니라 어제까지만해도 대감집 종이었던 이들이 피난길에 오르게되자 대감을 낫으로 찍고 마님을 이불채 불태워죽이고 ,칼을 잘 쓰지 못하던 종려가 하루아침에 왕의 최측근이 되었다거나,천영이 얼떨결에 의병을 모아 김자령 장군의 오른팔처럼 활약하는 등,많은 부분이 '그렇다치고' 얼렁뚱땅 넘어가버린다.  

그 뿐 아니다.애초 두 남자의 갈등과  왜란의 소요로 인한 여러인물들의 이야기가 섞이다보니,두 남자의 사연은 설 자리가 좁아져 둘의 대결이 빚어낼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결국 영화는 고만고만한 사건들이 큰 임팩트없이 진행되다가 마치 결승점까지 2단기어만 놓고 달리는 자동차처럼,대체 어디가 클라이맥스인지 모를 밋밋함 속에서 서둘러 결말에 이른다.

가장 어이없는건 종려가 천영에게 품은 수년간의 오해는,왜군 장수 겐신(정성일) 셋이 싸우는 과정에서 '스몰 톡'으로 로 풀려버린다.'니가 그런게 아니라고?'로 퉁치면 다인가.보는 관객은 그 얄팍함에 당황스러울 정도다. 


액션은 많은데,볼만한게 없다 ...


그렇다면, 빈약한 서사를 훌륭한 액션으로 땜빵 할 수 있을까?그렇지 않다.

강동원이 영화초반 도포자락 휘날리며 말을 타고 검을 휘두르는 모습은 아름답다.

<형사: 듀얼리스트>도 떠오르고,<군도: 민란의 시대>도 겹친다.하지만 그게 다다.

칼날이 춤추고 피가 낭자하고 손발이며 모가지가 댕강댕강 잘려나가는 댕강 액션씬이 수 없이 많지만,시선을 빼앗는 볼거리나 통쾌한 쾌감을 전하는데는 실패한다. 

반복되는 액션 시퀀스가 지겨울대로 지겨울 때쯤 영화말미,짙은 해무가 깔린 해변가에서의 액션이 펼쳐져 기대를 했지만,' 해무가 깔린데서 칼싸움을 한다'이상도 이하도 아니다.신선도 '0'에 수렴하는 상투적이고 지리멸렬한 칼싸움 끝에 남는건 비장함이 아니라,그저 무덤덤함이다.



들쭉날쭉한 영화의 톤,이게 최선입니까...


게다가 영화의 서사는 무척 심각한데 중간중간에 엉뚱한 음악이 깔리거나 작정한 유머가 웃기지 않고 우스꽝스럽기만한다거나 하는 문제는, 영화에 활력을 주는게 아니라 영화의 톤을 들쭉날쭉하게  만든다.     

예를 들면 발이 댕강 잘린 겐신의 통역사가 피를 철철 흘리면서 계속 통역을 하는 상황같은 건,웃기기 위해 넣은 듯하지만  얼굴을 찌푸리게 된다. 

차승원의 선조 연기도 개인적으로는 좋지 않았다.역사상 가장 찌질하고 무능한 왕이었긴 하지만,가볍고 우스꽝스러운데다가 마치 조폭처럼 보이는 그의 연기가 이 영화에 맞았는지는 의문이다.

강동원은 물론이고 박정민 김신록 진선규등,물론 좋은 배우들이지만,얄팍한 캐릭터에 갇혀 연기력을 제대로 뽐내지 못한듯해 보인다.



제목 전란(戰亂) 사이엔 쉼표가 있다.일단 싸움 전(戰)은 종려와 천영의 개인적인 다툼,그리고 '왜란'을 뜻하겠다. 다음 어지러울 란(亂). 이 말은 이 전쟁으로 인해 조선의 체제가 흔들린다는 뜻이겠다.

영화 속엔 전,란 사이에 다툼 쟁(爭)이 추가된다.전쟁과 혼란이 충돌하여 큰 다툼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그러고보니 ,영화제목부터 많은 걸 담아내려는 욕심이 컸던 듯 보인다.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봤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했다.TV화면이 아니라 대형 스크린에서 봤다면 감상은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싶다. 

여러모로 아쉬운 영화다.


내 맘대로 랭크 : C-    


 




매거진의 이전글 <조커:폴리아되>'조커'가 아닌 '아서 플렉'의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