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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갑순이 Aug 16. 2023

금쪽이 성장 일기 1

예민한 아이

“갑순님은 조금 특별한 거 같아요. 전 원래 사람들한테 속내를 이야기하지 않는데 왜인지 갑순님께는 술술 나오네요.”

요즘 종종 듣는 이야기. 내가 편해서, 알 수 없는 어떤 감정에 속내를 털어놓는다는 이야기.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의 상처를 함께 들여다보며 내 속내를 이야기할 때가 있다. 그런 내 경험을 글로 차분히 정리해보려 한다.  

태생적으로 예민했다. 아빠로부터 유전된 아토피는 예민한 촉감을 가진 아이로 만들었다. 몸에 무언가 닿는 느낌 자체가 싫어 사람들과 살갗 닫는 것에 극도의 불쾌감을 느꼈다. 태어날 때 한쪽 눈 시력이 거의 없이 태어났다. 앞이 보이지 않았던 갓난쟁이는 극도의 불안, 소리에 대한 자극이 심한 아이로 자라났다.

태어난 곳은 지도 어딘가 표기된 섬마을. 그 시골에 제대로 된 병원이 있을 리 만무했다. 아토피가 흔한 시절도 지역도 아니었다. 아토피가 심해지면 나중엔 농가진으로 번졌다. 시골 사람인 나의 부모는 농가진으로 번지고 나서야 배를 타고 한 시간 남짓 걸리는 육지로 나가 병원을 향했다.

한쪽 눈 시력이 없어 동공 움짐임이 없다는 것 역시 알아차리지 못했다. 결국 누군가에 의해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우리 부모는 부랴부랴 대학 병원을 알아보고 섬에서 6시간 걸리는 서울 모 대학병원에 나를 입원시켰다.

내 인생 첫 기억 역시 그 무렵이다. 아직도 애착 인형의 이름이 기억난다. ‘쥐돌이’. 하얀색 코알라 얼굴에 쥐꼬리를 가진 내 몸통만 했던 인형. 입원한 나를 보기 위해 방문한 누군가의 선물.

입원 기간 내 그 인형을 꼬옥 품에 안고 있었다. 수술대에 누운 4살짜리 아이는 차가운 수술대 촉감에, 초록색으로 눈 빼고 모든 곳을 가린 낯선 이들의 분주함에 겁이 나 울었다. 울면서 가슴에 붙여지는 이상한 스티커 촉감에 또 한 번 대성통곡을 했다. 이내 마취약에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땐, 피로 물든 붕대가 보였다. 붕대로 꽁꽁 쌓인 시야는 두려움 그 자체였다.

그 뒤로 기억나는 건 엄마의 푸념 소리.

“저 돈 덩어리. 돈 잡아먹는 귀신.”

퇴원 후 난 다시 섬으로 왔다. 하지만 눈 수술은 실패했다. 그래서일까, 당시 그 나이의 내 사진은 없다. 기억도 없다. 하지만 천천히 과가를 톱아보려 한다.

그렇게 예민한 금쪽이의 성장일기 첫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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