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틀리지 않았음을...
아직, 상식은 남아있었다.
횡령 사건 고발 그 후 내 사직서는 반려당했다. 나와 함께 범죄 행위를 파헤치고 회사의 불공정함에 진절머리가 나 도망치듯 나갔던 동료도 돌아왔다.
회사는 조용하게 그를 처리했다. 그리고 고소했다. 자세히 들여다본 결과 금액은 생각보다 컸다. 내가 아는 금액보다 훨씬. 건물주가 꿈이라 말하던 그의 말이 헛된 말이 아니었음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의 옆에 항상 붙어 다니며 그와 함께 쇼핑을 하고 그와 함께 밥을 먹었던 이는 꿈에도 몰랐다는 말로 공범에서 제외됐다. 2년간 붙어 다니며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쇼핑을 하고 여행을 다녔는데 몰랐다라...
증거주의에 한 해 그는 무죄, 그렇게 그는 살아남았다. 이건 굉장히 찝찝한 결과였지만 어쩌겠는가. 그래도 지금까지 다닌 회사 중 가장 합리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리고 나와 퇴사했던 이에게 회사는 사과했다. 이걸로 난 내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받은 거 같아 위로받았다.
이런 사건이 생길 때, 주변에서는 말했다.
“계속 다닐 생각이면 그냥 조용히 있어. 너만 다친다는 걸 이젠 알잖아.”
‘맞아... 항상 문제제기를 한 내가 문제아가 됐었지...’
“그냥 출입기자들에게 터트려.”
‘그럼 앞으로 홍보 일은 못하겠지...’
“경찰서로 가는 건 어때?”
‘역으로 회사가 날 기밀 누설 같은 걸로 고소하면 어쩌지...’
조용히 하는 게 맞다. 이 세상에 정의로움은 아무 의미가 없다, 그저 내 안위, 오롯이 ‘내게 피해가 오는가?’만 생각하면 된다. 그걸 지난 7년간 직장 생활을 통해 뼈저리게 깨달았다.
어릴 적 배웠던 도덕은 그저 허울뿐이라는 것, 눈 감고 입 닫고 버티는 사람이 살아남고 살아남은 사람이 결국 정답이 된다는라는 것도.
이번 횡령 사건으로 심적으로 괴로울 때, 아빠 원망을 참 많이 했다. 왜 착하게 자라라고, 불의에 입 닫으면 안 된다고 가스라이팅을 해서 내가 이렇게 괴로운 건지...
계속해서 생각이 났다. 회사의 미래를 위해 밤낮없이 일하는 동료들, 영업을 위해 건강이 무너질 정도로 일을 하는 상사.
그리고 결국 내가 선택한 건 내부 고발. 당연히 회사는 날 쳐내겠지라는 자포자기. 그러나, 회사는 날 쳐내지 않았다. 너무나 의외의 결과에 다시금 마음을 잡고 일을 해본다.
어디선가 또 범죄를 저지르고 있을 그가 응당한 대가를 치르길...
이번 사건을 통해 나는 ‘공정’이 지니는 가치와 아직은 ‘상식’이 통하는 사회라는 걸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