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발탄을 쏴봐야 영점을 볼 수 있게 된다.
계속되는 실패 속 좌절한 누군가에게.
최근 웹소설 작가 데뷔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을 흘려보낼 때면 스스로 화가 난다. 그 화를 다잡기 위해 나는 억지로라도 책상에 앉아 글을 쓴다.
하루 5천 자의 글을 쓰고 때로는 그 5천 자를 모두 삭제하는 날도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지금껏 글을 쓰며 매번 지웠다 쓰길 반복해 온 덕분인지 삭제하는 것 자체에는 큰 타격이 없었다.
그렇게 하나의 작품을 출판사에 투고 가능한 수준까지 만들어 냈다. 선생님의 특별 지도 아래 약 20여 곳의 출판사에 투고를 진행했다.
다들 그 순간이 가장 떨린다는데, 나는 떨리진 않았었다. 오히려 무언가 어떤 행위에 온점이 찍힌 느낌이 좋았다.
출판사들의 회신 메일을 받기 전까지는.
‘반려’
‘내용은 좋으나….’
‘저희와 결이 맞지 않아….’
열 개쯤 그런 부정적인 답변이 들려왔을 때, 무언가 처절하게 실패한 느낌이었다.
이 작품이 큰돈이 돼 돌아올 거라 생각하지 않았었다. 엄청난 작품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적어도 이렇게 많은 반려를 받을 만한 글도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무수히 많은 반려 속 학원에 나가 글을 쓰던 중 다른 수강생의 계약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 이야기를 전해 듣는 순간 ‘사실 나는 재능이 없는 게 아닐까’, ‘괜스레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건 아닐까.’
‘다시금 취업 시장으로 나가 커리어를 쌓는 게 맞지 않을까.’
무수히 많은 먹구름이 머리 가득 차는 기분이었다.
이 답답함을 어디에 털어놓을까 고민하다 남편에게 카톡을 보냈다.
「나는 사실 재능이 없는 게 아닐까. 취업 알아볼까.」
「영점을 맞추는데 오래 걸리는 게 당연하지.」
그의 카톡을 보는 순간 머릿속 먹구름이 걷히는 기분이었다.
영점 맞추기.
언젠가 오빠와 사격을 하러 간 적이 있었다. 총을 쏠 줄 아는 그와 달리 나는 그 묵직한 무게에 그저 놀랄 뿐이었다.
총은 그냥 탕탕 쏘면 되는 건 줄 알았는데 당시 그는 꽤나 오래 숨을 가다듬고 숨을 참으며 과녁을 노렸었다. 그가 알려준 대로 영점을 맞추는데 긴 시간이 걸렸던 게 기억이 났다.
호흡을 다잡지 않고 성질대로 쏠 때면 총알은 과녁은커녕 어디론가 증발해 버렸다. 총을 쏘고 나서 숨이 찰 만큼 숨을 다듬은 후 쏜 총알은 과녁 중앙 가까이에 맞아 있었다.
그런데 숨을 참고 어떻게 영점을 봐야 하는지 알게 된 것도 몇 번의 오발탄 덕분이었다.
그날의 기억, 그날의 감각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영점을 맞추기 위해 호흡을 가다듬고 숨을 참고 과녁에 집중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언젠가 가운데 언저리를 맞췄던 그날처럼 나의 새로운 도전의 결과가 과녁 중간 언저리라도 맞추지 않을까.
첫술에 배부른 사람이 어디 있을까.
다시, 다시. 집중하고 힘을 빼고 호흡을 가다듬어 본다.
계속되는 실패로 좌절하고 있을 누군가 역시 내가 받았던 위로를 전해주고 싶었다.
「영점을 맞추는데 오래 걸리는 게 당연하지.」
몇 번의 오발탄을 쏴봐야지만 영점을 보는 법도 알게 된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