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을 듣고 아무것도 할 수 없던 내게 화가 났다.
회사는 학교만큼이나 다양한 인간들이 모인다.
다양하지만서도 어디에나 꼭 있는 인간 군상이 존재한다.
속칭 '개저씨'라 욕먹는 이들.
이런 혐오적 표현을 싫어하는 편이지만, 이런 자들을 어떻게 명칭해야 할지 모르겠다.
회사에 젊고 누가 봐도 예쁜 한 친구가 입사했다.
입사 동기란 명목 아래 그녀와 긴밀하게 지냈다. 직급보다는 현재 느끼는 감정을 공유할 수 있음에 동질감을 느끼며 우린 그렇게 가까워졌다.
그런 그녀에게 벌어지지 않았으면 했던 일이 벌어졌다.
이제 막 사회에 발 디딘 그 친구에게 약 10살가량 많은 곧 마흔을 바라보는 아저씨가 퇴근 후 주변 맛집을 추천한다는 그럴싸한 변명 아래 카톡을 전달한 것이다.
그 전에도 그는 온갖 간식 공세를 퍼부으며 그녀에게 호감을 표시해 왔다.
그의 카톡에 그녀는 단호하게
"저 비건이라서요."라는 어마 무시한 철벽을 날렸다.
이 그 이후에도 그녀를 향한 그의 일방적이다 못해 폭력적인 구애는 계속됐다.
그녀의 철벽도 계속됐다. 선을 그어도 선인 줄 모른 채 혼자만의 밀당을 즐기는 아저씨에게 그녀의 말투는 점점 더 차가워졌고, 날이 세워졌다.
그녀의 말투에 상처를 받았던 걸까? 그는 사사건건 그녀에게 직장 상사란 직함을 들이밀며 시비를 걸어댔고, 그녀가 알겠다 하면 싸가지가 있네 없네를 찾으며 부서 장과 그녀의 사수에게 험담을 늘어놓았다.
그런데 그녀의 부서장과 사수의 태도가 소름 끼칠 정도로 폭력적이었다.
그녀의 부서장과 사수 역시 모두 딸아이를 가진 엄마이자, 여성이다.
그런 그들은 그녀에게 이상한 조언을 남겼다.
"알아. 그 대리가 너에게 그러는 거 아는데, A대리는 그럼에도 잘 지내. 그러니 너도 좀 잘 지내봐."
그 말을 내게 전달하며 시무룩한 그녀에게 위로조차 건네지 못했다.
이곳저곳 귓동냥을 하며 들은 정보들이 쭈주죽 맞춰지며 그녀의 장들이 한 말이 무슨 뜻인지 너무나 정확하게 와 닿았기 때문이었다.
그 아저씨는 A대리에게도 끝없이 질척이며 혼자만의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사랑을 과시해 왔단 걸 알고 있다.
그러나 A대리는 웃으며 항상 선을 그었고, 그의 구애를 못 본 척 외면하며 그렇게 자신을 지켜왔다.
그런데, 왜 너는 A대리처럼 웃질 않고 화를 내며 선을 긋는 것이냐는 다그침.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마법. 가해자 옹호 논리가 직장에서도 통용됐다.
그들이 남성이었다면 조금은 덜 충격이었을까?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인데 어떻게 가해자를 옹호하며, 가해자의 편에 서는지 이게 회사인 건지 너무나 궁금했다.
왜 아저씨의 주체 못 할 강압적이고 일방적인 구애 행위는 질책의 대상이 되지 않는지.
그 순간 아가 기자 시절 악몽이 떠올랐다.
7명의 수습 중 유일한 여기자였다.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딛었고 그저 열정 하나로 글밥을 먹고자 했었다.
그런 내게 9살가량 많은 선배가 유독 이상한 장난을 치며 다가오려 했었다.
사건을 물어오면 "경찰 남친 생겼냐?"
경찰들과 술자리가 잡혔다 보고하면 "몸 똑바로 해라."
남초 집단에서 견뎌야 하는 건 줄로만 알았다. 그래야 기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생각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그의 말은 도를 지나쳤다.
"낙하산이냐?", "경찰들 사이에서 니 이름 들리더라?", "행동 똑바로 하는 거 맞지?"
그때 처음으로 울부짖으며 말했다. 신발이 찢어지도록 뛰어다니고 볼이 얼어 터질 정도로 뻗치기를 하는데, 그딴 식으로 무슨 성매매 대가로 기사를 따온단 식으로 말하는 걸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고. 기자 안 하겠다고. 고소할 거라고.
뭐 결국 돌아온 건 "네가 참아. 쟤가 너한테 관심을 저렇게 표현한 거야."
그런 폭력적인 방법이, 그런 강압적인 방법을 사랑으로 포장하는 아저씨들이 없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
그런 아저씨들은 글을 읽지도 않겠지만, 한마디 꼭 해주고 싶다.
"네 주제를 알라."_소크라테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