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럽집 Oct 15. 2020

가을을 여행하다.

여행 : 강원도 영월 청령포

모든 잎이 꽃이 되는
가을은 두 번째 봄이다.

알베르 카뮈


세 줄 노트


노랑의 가을

주황의 단풍

갈색의 영월을 여행했습니다.




여행 : 강원도 영월 청령포


한국에도 멋지고 아름다운 곳이 많은 것 같아요. 특히 가을이라는 계절엔 우리나라가 제일 예쁘단 생각도 들고요. "가을인데 어디 단풍 볼만한 곳 있나?"하고 찾다가 수도권에서 얼마지 않은 강원도 영월을 가보기로 했습니다.


청령포 들어가는 길


서울에서 출발하면 2시간. 경기도, 충청도, 강원도 사이 위치한 영월에 도착해서 어디를 먼저 가볼까 고민하다 '청령포'라는 곳을 가보기로 했어요. 청령포는 아주 작은 섬이었습니다. 세종대왕의 손자 '단종'이 삼촌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유배 생활을 했던 곳이기도 한 청령포. 자연경관은 아주 멋지지만 단종을 생각하면 마음이 좀 아프기도 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자연 풍경을 좋아하지만 여행을 갈 때는 사연이 있는 곳을 주로 찾게되요. 그래서 슬픈 사연이 있더라도 그를 찾는 여행, 가서 누군가의 마음을 대입해볼 수 있는 여백 있는 곳을 좋아하기에 이번 가을 여행으로 청령포를 선택했는지도 모르겠네요.


한반도 지형


영월을 가면서 인근에 있는 한반도 지형, 탄광문화촌, 장릉, 서부시장도 둘러봤는데 이번엔 청령포 여행만 이야기해볼까 해요. 좀 아까 이야기했지만 '청령포'라는 곳은 단종의 유배지로 유명합니다. 예전에 유시민 아저씨와 유현준 건축가가 출연했던 <알쓸신잡 2> 영월 편에서 단종과 세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었어요. 단종은 12세에 왕에 즉위해 3년이 채 안돼서 삼촌 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이 곳에 혼자 유배 와서 외로운 시간을 보내다 17세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나는 비운의 왕이었습니다. 짧게 살다 떠났다 하여 '단종'이라는 이름이 붙었데요.

그리고 이건 여담인데요, 무속인들이 '단종'을 많이 모신다고 합니다. 부모도 없이, 가족도 없이 삼촌의 권력욕 때문에 불쌍하게 살다갔기에 그 억울함의 한으로 불쌍한 사람을 도와줄 것 같은 기대감에 많이들 모시나 봐요.


단종어소 /  청령포에 둘러싸인 강
단종어소 담벼락 / 소나무 숲


단풍이 아주 예뻤지만, 3면이 강으로 둘러싸여 있고 나머지 한쪽도 암반으로 둘러싸여 있는 '자연의 감옥'같은 곳이라서 강폭은 넓고 깊지 않더라도 배를 타야만 들어갈  있었습니다.

들어가면 제일 먼저 '단종 어소'를 갔다가 '관음송'을 지나 '망향대'에 올라가는 코스로 걸으면 1시간이 채 안 되는 시간에 단종이 살았던 한옥과 소나무 숲, 가을의 정취까지 보고 느낄 수 있었어요.

'단종 어소'는 기록유산 '승정원일기'를 참고하여 복원했다고 하는데 실제로 가보니 옛 사극이나 조선시대 영화에서 나오는 담벼락을 실제로 볼 수 있었고요, 단종의 삶을 보고 들었다던 소나무 '관음송'을 보러 나가면 멋진 소나무 숲을 지날 수가 있어요. 그리고 '망향탑'까지 한 10분 정도 가볍게 걸어 올라가면 단종이 어머니와 부인을 그리워하며 '한양 방향'을 봤다는 전망대에서 서서 소백산맥의 가을 풍경을 제대로 느낄 수도 있고요.


망향탑에서 본 '한양 방향'
망향탑 가는 길


망향탑 : 고향을 바라보는 곳.


전 사진을 찍느라 청령포를 구석구석 둘러보고 꽤 오래 머물다 나왔는데요. <알쓸신잡 2> 영월 편에 나왔던 장동선 뇌과학 박사님의 말이 생각나더라고요. 해가 밝을 땐 몰랐는데, 해 질 녘이 되니 청령포 전체가 스산해서 그제야 '자연의 감옥'을 체감할 수 있다고 했었어요. 저도 청령포를 두 번 다녀왔는데, 그중에 한 번은 비가 내리는 날이라 그런지 더욱 어두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곳에 4년이나 유배되었던 단종은 정말 여기서 외로웠을 것 같아요. 저도 여기를 나오면서 뭐랄까, 어릴 때 친구네 집에 갔다가 친구랑 싸우고 "나 집에 갈 거야"라고 나오는 기분이랄까요. 아니면 친구는 집에 혼자 있어서 날 불렀는데, 나는 엄마가 오라고 해서 친구를 두고 가야 하는 느낌이랄까요. 하여간 그런 기분을 뒤로하고 애잔하게 청령포에서 다시 배를 타고 나왔습니다.


그리곤 단종이 망향탑에서 그토록 그리워했던 '한양 방향'으로 가기 위해 자동차 시동을 켰습니다. 이미 어둑어둑 해졌는데 친구를 두고 온 느낌에 약간 마음이 무겁긴 했습니다. 여행이라는 건 기분 좋고, 맛있는 거 많이 먹어서 배부르고, 아주 맑아서 기쁘고 여유로워야 좋았겠지만 시동을 킨 그 순간의 바스락 거리는 외투에 차가운 공기도 그다지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리움' 또는 '슬픔' 아니면 '애잔함' 그런 것도 하나의 감정인 거고, 가을의 여행은 그런 감정과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던 것 같아요.

수도권에서 멀지 않은 강원도 영월. 가을이라는 계절을 여행하고 돌아왔습니다.

이전 16화 네모난 세상, 삼각형 지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