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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럽집 Jun 03. 2022

영화 : 클래식

흑백사진 같은 옛날 감성


왓챠에서 상영 중

개봉 : 2003. 01. 30

평점 : 9.1(다음 영화)

장르 : 로맨스, 멜로

누적 : 18,973명

국가 : 한국

등급 : 12세 관람가

감독 : 곽재용

시간 : 132분

출연 : 손예진(지혜/주희 역), 조승우(준하 역), 조인성(상민 역)

수상 : 2회 대한민국 영화대상, 2003





가끔 우울증처럼 '클래식'이 필요한 날이 있다. 영국에서는 100년이 지난 골동품을 '클래식'이라고 표현한다지만 이 영화는 그냥 오래되고 가슴 아픈 사랑의 추억이라서 클래식이다. 잡고 싶은데 닿지 않는 과거의 시간을 여행하는 영화. 풋풋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어서 그리운 1960년대, 그리고 1990년대. 영화 「클래식」은 낡은 앨범 흑백사진 같은 그 시절을 상상할 수 있게 해 준다. 손예진, 조승우, 조인성 배우가 등장으로 더욱 유명해진 영화이기도 하다.

손예진은 1960년대 살고 있는 '주회'로 등장하면서 동시에 주희의 딸 '지혜'로도 연기하며 1인 2역을 소화한다. 조승우는 1960년대에 주희를 좋아하지만 끝내 사랑이 이뤄지지 못하는 비운의 '준하'로, 조인성은 1990년대 주희의 딸 '지혜'가 좋아하는 학교 선배 '상민'으로 등장한다.


1990년대 상민과 지혜


첫눈이 오면 사랑하는 사람과 길거리를 거닐어야 한다는데 난 편지를 쓸 뿐이야


영화는 손예진 배우가 연기하는 '지혜' 엄마 '주희', 엄마가 어릴  좋아했던 남자 '준하' 나누는 편지를 읽게 되면서 시작된다. 수원에 살면서 시골에 놀러 갔다가 주희와 준하가 만나게 되고 둘은 사랑하게 되고 우연을 거듭한 만남으로 사랑을 확인하고 서로 좋아하기까지 하지만, 국회의원의 딸이었던 주희의 집에서는 이미 정략결혼할 대상이 있었고 그렇게 서로 좋아하지만 이뤄지지 못하는 슬픈 사랑이야기가 진행된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했던가. 주희와 준하의 사랑은 곱고 예뻤지만 둘이 좋아하면서 신분의 차이, 빈부격차, 삼각관계, 군대와 베트남 파병 등으로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시인 류근의 작사하고 김광석이 노래한 OST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라는 노래가  어울리는 곡이었다. 미치도록 슬프고, 슬프도록 아름다운 노래.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이뤄질  없는 사랑은 그렇다. 슬프고도 아름답다.


상민과 주희가 빗속으로 뛰어가는 장면


하지만 영화는 비극으로만 끝나지는 않았다. 1960년대의 주희와 준하는 사랑을 이루지 못했지만 주희의 딸 '지혜'와 조인성 배우가 연기하는 준하의 아들 '상민'이가 그 사랑을 결국 이뤄낸다. 슬프고 안타깝게 끝날뻔한 사랑이 당사자들의 아들과 딸의 사랑으로 결실을 맺는 장면에서 겨우 해피엔딩이 된 것 같았다. 1990년대 지혜와 상민이도 친구의 친구를 좋아한다는 설정, 짝사랑, 질투, 고백이란 소재 때문에  쉽게 결실을 맺는 사랑은 아니었지만, 빗속에서 둘이 비를 피하며 뛰는 모습은 영원히 기억에 남을 명장면으로 남는다.  



옛날 교복, 전봇대, 증기기차, 가로등, 편지. 그 시절의 말투, 목소리, 표현들, 종종 등장하는 사투리 같은 서울말 듣다 보면 정겹기도 하고 때론 "어우 유치해"라며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민망하기도 하지만 생각해보면 하나같이 소중한 과거의 흔적들이다. 한 번도 살아보지 않았지만 그 시절을 꼭 살아본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이 영화를 다시 보고 또 보게 되는 것 같다. 영화 「클래식」은 그 시절의 흔적들을 들추어내면서 이렇게 낡은 앨범 흑백사진 같은 옛날 감성을 느끼게 되는 영화였다. 끝.


ps.

고등학교 때 좋아했던 여자애가 있었다. 아주 친했는데... 걔도 분명 날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 왜 난 고백 대신 "우리도 나중에 클래식 영화처럼 나는 아들을 낳고, 너는 딸을 낳아서 결혼시키자"라고 바보 같은 소리를 했을까. 고백하면 차일 것 같으니까 그런 말을 했던 걸까. "그래도 그걸 또 수긍하는 네가 미워서 다시 그 말을 주워 담진 못했어..." 이제야 이걸 여기서 말하게 되네.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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