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순간 올바른 선택을 하고 싶은 마음에
지난 3년간의 일기를 정주행 해보았다
날 것 그대로의 과거 내 모습을 마주하면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정말로 생생히 대화하는 느낌이 든다
매일의 내가 안쓰럽고 대견하고 바보 같고 현명하고 귀엽다
하루에 한 줄이라도 적어야지 다짐하면서도
나와 마주할 자신이 없거나 펜을 들 힘도 없거나 시간이 없는 날
저렇게 연속으로 비어있는 페이지를 보면,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아도 그 무렵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내용이 없어도 마음이 애리다
저 빈 공간들을 원망으로 눈물로 허탈함으로 아쉬움으로 슬픔으로 채우고
또 금방 며칠 뒤 휘어진 글씨로 채운 시간들이 애틋해
아침부터 일기를 읽다가 엄마가 담가주신 간장게장을 먹었다
밥 두 그릇째 먹고 있다, 요즘은 몸과 마음을 건강히 하는 게 목표라는 카톡에 전화가 왔다
힘들었지?
항상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어
살면서 나쁜 일도 있고 마음 아픈 일도 있는 거 알잖아
밥 맛있게 먹고 사랑해 딸
하는 말에 입에 게장을 잔뜩 문 채 닭똥 같은 눈물을 주룩 흘려보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