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 영화‘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두 작품 모두 공통적으로 일상 속 빛나는 순간들을 있는 힘껏 느끼고 소중히 여기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도서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에서는 전화, 영화, 시계, 고양이를 하나씩 사라지게 하면서,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에서는 사쿠라의 죽음으로. 흔하고 진부하다고 느낄 수 있는 주제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울림을 주는 이유는 그만큼 우리가 매일 되새겨도 부족한 메시지여서가 아닐까. 여담이지만 매체를 통해 영화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표현이 다소 과격하다고 느껴서 ‘도대체 하고많은 것들 중에 췌장을 왜 먹고 싶어? 우웩’하고 영화를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원작 소설가의 인터뷰에서 당시 신인작가였기 때문에 일단 눈에 띄고 싶어 제목으로 강렬하게 지었다고 하더라.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트레바리에서 선정되었기 때문에 볼 수 있었던 영화였고, 사실 함께 영화를 시청한 멤버들의 과반수가 불호를 외치던 와중에 나는 겨우 눈물을 참을 수밖에 없었던 장면이 몇 있었기 때문에 좋았다! 고 평가했다. 물론 오글거려서 온몸에 힘이 들어갔던 장면도 한둘이 아니었다. 사쿠라가 하루키를 칭했던 말 중 특히 ‘친한 사이 소년’이라는 호칭이 너무 낯부끄러웠다. 타이핑을 하면서도 으웩.
둘의 대화에서 사쿠라는 하루키가 본인에게 평범한 나날을 선사해 줄 사람이라고 말한다. 일상을 선물처럼 여길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이 얼마나 귀하게 느껴졌을까. 또 “산다는 건 어떤거야?”라는 질문에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는 일”이라고 대답한다. “누군가를 인정하고 좋아하게 되고, 싫어하게 되고, 누군가와 함께 있고 손을 잡고, 포옹하고, 때론 엇갈리기도 하고. 그게 산다는 거야. 혼자 있으면 살아 있다는 걸 알 수 없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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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간은 p172이다.
[그렇다, 우리에게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있다. 어머니의 이 표정을 사랑이라 부르지 않고 뭐라 표현하겠는가. 그리고 그 사랑이라는, 인간 특유의 귀찮고 거추장스럽고 그러면서도 인간을 절대적으로 지탱해 주는 그것은, 시간과 아주 비슷하다. 시간, 색, 온도, 고독, 그리고 사랑. 인간 세상에만 존재하는 것들. 인간을 규제하면서도 인간을 자유롭게 해주는 것들. 그런 것들이야말로 우리를 인간답게 만든다.
... (중략)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거기에 나를 지탱해 주는 뭔가가 있음을 느꼈다.]
이외에는 [인간은 속박을 대가로 규칙이 있다는 안도감을 얻은 것이다.] (p140)인데, 두 구간 전부 몇 번을 곱씹으며 읽었다. 고양이와 비교하며 인간만이 정의한 ‘시간, 색, 온도, 고독, 사랑’ 따위의 가치가 결국 인간을 살아가게 만든다는 문장이 와닿았다. 알면서도 강조해서 이야기해 주니 좋더라.
그러면서 내가 주인공이라면 악마에게 무얼 없애도 된다고 고를까 고민해 보았다. 무얼 없애도 되나 생각하다 보니 무얼 없애면 안될까라는 고민에 도달해서 처음 떠오른 게 음악이다.(물론 그 전에 물과 밥과 공기와 샤워와 머리카락도 떠올랐다.) 갑자기 떠올랐는데 없어지면 좀 많이 슬플 것 같다. 사실 난 한 가지 일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보다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걸 좋아한다. 여기저기 집중이 분산된 순간에 더 능률이 오르는 성향이라. 그래서 하나에 온전히 오랜 시간 집중하는 사람이 존경스러울 정도이다. 여하튼 멀티를 하는 거의 모든 순간에 음악이 있다. 혼자 살며 조금 공허해서 멍 때리는 순간에도, 친구를 초대해서 한껏 들떠 술병을 세워둘 때에도 거의 매 순간 음악이 있다. 지금 독후감을 적는 순간에도, 입사를 위한 자기소개서를 적던 순간에도, 트레바리 숙제로 책을 읽던 순간에도 항상 스피커를 켜두고 기분에 맞는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두고 있다. 엄청난 무언가를 선택하게 될 줄 알았는데 조금 시시하지만 흥미로운 고민이 되어버렸다.
여러분은 무얼 고르실랑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