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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마도당근 Jul 12. 2021

글을 적어내리는 마음가짐

 불규칙 속의 규칙을 좋아한다. 남들이 보기에는 마구 어질러져 있는 것 같아도 내가 보면 분명한 패턴이 보이는 듯한 느낌 말이다. 일상을 지내다가 느린 호흡으로 마음을 한차례 가다듬고 싶을 때마다 글을 쓰고 싶어지는 것도 그중 하나이다. 


 마음이 복잡하거나 상황이 정리가 되지 않은 느낌이 들 때면 유독 자리를 잡고 앉아서 종이에 생각을 끄집어내려고 한다. 몸속 어딘가에 꾹꾹 눌러 담겨있던 마음이 종이 위로 드러날 때면 부끄러운 순간이 많다. 그래 봐야 그렇게 꺼내진 마음을 평가하는 건 나 혼자일 테지만. 그래도 부끄러운 건 어쩔 수 없다. 어른스럽고 책임감 있는 척 하지만, 사실은 굉장히 철없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들켜버리는 것 같기에. 겉으로 보이는 말투나 행동거지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 것들이 이렇게 드러난다. 마음을 종이에 털어놓으면 어김없이 숨어버리고 싶기도 하지만, 틀림없이 그 끝은 매번 후련하다. 


 나 자신이 스스로에게 들키기 싫어 모른 척 덮어두었던 마음을 조심스레 꺼내어 보기도 한다. 일부러 숨겼거나 희미하게만 드러났던 마음을 꺼내어, 또 가만히 들여다보았던 시간이 쌓인다. 겉치레 없이 담백하게 담아내고 싶기도 하다. 또 내가 기록한 글의 농도는 더 짙어지고, 마음은 더 가벼워지길 기대하며 다듬는다. 


 다듬고 다듬은 글자들로 하여금, 

온전히 혼자일 때 더더욱 따스하고 견고하기를. 

그 온기로 조금 더 나른하고 부드러워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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