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건설현장 기술인력의 평균 연령은 37.5세였다.
2025년, 그 숫자는 51.4세가 되었다.
20년 사이에 14살이 늙었다. 사람이 아니라, 산업 전체가.
20–30대 기술인력의 비중은 같은 기간 64%에서 15.7%로 쪼그라들었고, 60대 이상은 3.5%에서 28.1%로 뛰었다.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은 2033년이 되면 현장의 20–30대 비중이 4.3%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00명이 일하는 현장에 서른 살 이하가 네 명. 그 네 명마저 사무직이거나 서비스 종사자일 확률이 높다. 숙련된 ‘손’을 가진 젊은 기능공은 사실상 멸종 단계에 있다.
건설업이 3D 직종이라는 인식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이 인식이 실제 수치로 증명되는 시대가 왔다. 종합건설기업의 87%가 ‘기술인력 부족은 구조적 문제’라고 응답했다는 조사 결과는, 더 이상 체감이 아니라 산업 전체의 자기 진단이다.
사람이 없으면, 값이 오른다. 단순한 경제 원리다.
대한건설협회가 발표한 2025년 상반기 건설업 임금실태조사에 따르면, 132개 직종의 일 평균임금은 전년 동기 대비 1.93% 상승했다. 숫자만 보면 완만해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공공 발주 기준의 ‘시중노임단가’ 일뿐이다. 민간 인테리어 현장에서 숙련 목수 한 명을 부르는 데 드는 실제 비용은 이 통계가 담아내지 못하는 온도 차가 있다.
일당 40만 원을 줘도 일정을 맞출 수 없는 날이 있다. 인건비라는 것은 숫자가 아니라 수급이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재비가 겹쳤다.
PVC 창호는 2–3년 사이에 30–50% 올랐다. 실크벽지와 바닥재는 20–30%. 페인트는 원유 정제 원료를 쓰기 때문에 유가와 연동되는데, 최근 몇 년간 30%가량 상승했다 - 오늘 페인트업체 연락을 받았는데, 중동전쟁여파로 페인트원자재 수급이 되지 않아 공장직원들 다 휴가 보냈다고 한다 - 대부분의 건축 자재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의 구조에서 환율은 곧 견적서의 숫자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넘나드는 시대에, 이탈리아산 포세린 타일 한 장의 가격은 고객이 ‘예쁘다’고 느끼기 전에 먼저 한숨을 쉬게 만든다.
2–3년 전만 해도 소비자가 떠올리는 인테리어 평당 단가는 100만 원 안팎이었다. 지금은 150만 원이 최저가 수준이다. 창호 교체를 포함하면 평당 200만 원. 구조 변경까지 들어가는 올수리는 200만 원대 중반을 넘기고, 포세린 타일에 원목마루, 제작 가구까지 반영하면 평당 300만 원까지도 간다. 30평대 아파트 올수리에 최소 6,000만 원. 이것이 2026년 대한민국 인테리어의 현주소다.
업계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말한다. “2–3년 전 대비 40–50% 올랐다.”
이 40–50%라는 숫자 안에는 자재비와 인건비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니다.
철거 공사비가 올랐고, 건축폐기물 처리 비용이 올랐다. 석면 철거가 포함되면 별도의 전문 업체와 감리가 필요하다. 운반비도 올랐다. 유가가 올랐으니 당연한 일이다. 양생에 필요한 부자재도 올랐다. 이 모든 부수적 비용은 견적서의 행간에 숨어 있다가 최종 합계에서 고객을 놀라게 한다.
그런데 정작 업체의 이윤은 늘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줄었다.
9화에서 이야기했듯이, 5천만 원대 공사에서 업체가 지속 가능하려면 1천만–1천5백만 원의 이윤은 남아야 한다. 하지만 원가가 전방위로 상승하는 상황에서 이윤을 유지하면 견적이 고객의 예산을 초과한다. 이윤을 줄이면 한 건의 실수, 한 번의 하자 보수에도 적자로 전환된다.
결국 업체들은 견적서를 쓸 때마다 줄타기를 한다. 고객을 잃지 않을 만큼 낮게, 그러나 사업이 무너지지 않을 만큼 높게. 그 간극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인테리어 디자인 업체도, 현장소장 김 대리도, 타일 박 사장도 이 구조 안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체력을 소모하고 있다.
한편, 코로나19는 이 시장에 예상치 못한 변수를 던졌다. 팬데믹 기간 동안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인테리어 수요가 폭증했다. ‘집’이 사무실이자 카페이자 헬스장이 되어야 했던 시기, 사람들은 자신의 공간에 돈을 쓰기 시작했다. 수요는 급증했지만 공급 인프라는 그대로였다. 숙련공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LX하우시스, 한샘 같은 대기업들이 시공 기사를 직접 양성하겠다고 나섰을 정도니 인력 수급의 심각성은 짐작이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엔데믹이 왔다.
수요는 주춤했지만, 한번 오른 인건비와 자재비는 내려오지 않았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하방 경직성’이 현장에서 그대로 작동하고 있다. 부동산 거래량이 줄어 이사 수요가 감소해도, 공사 단가는 떨어지지 않는다. 일감이 줄어도 사무실 임대료, 직원 급여, 마케팅비, 면허유지비, 4대 보험은 매달 빠져나간다. 업체 입장에서 단가를 낮출 여지는 거의 없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만약 인테리어를 앞두고 있다면, 한 가지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싸고 좋은 인테리어’는 구조적으로 성립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자재 선택의 안목이 있고, 공정 순서를 이해하며, 시공자와의 커뮤니케이션 능력까지 갖춘 소비자라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소비자는 극소수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인테리어는 생애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한 경험이고, 그 한 번에 수천만 원이 왔다 간다.
문제는 이 ‘비싸진 인테리어’에 대한 소비자의 대응 방식이다.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업체를 더 많이 비교하고, 더 싼 견적을 찾아 헤매는 것이다. 결과는 대부분 비슷하다. 싼 견적서 뒤에는 누락된 공정이 있거나, 낮은 사양의 자재가 기다리고 있다. 공사가 시작되면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처음 그 ‘싼 견적’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다른 하나는 ‘내가 직접 하겠다’는 선택이다.
이른바 반셀프인테리어. 이 이야기는 다음 화에서 조금 더 깊이 다뤄보려 한다.
다만 한 가지는 미리 말해두겠다.
생업을 내려놓고 현장소장을 자처하는 일이 과연 비용 절감의 해법이 될 수 있는지, 현장을 24년간 지켜본 사람으로서 솔직한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다.
인테리어가 비싸진 것은 누군가가 폭리를 취하고 있어서가 아니다.
산업의 인력 구조가 무너지고 있고, 원자재 수입 의존도는 변하지 않았으며, 정보의 비대칭은 줄었지만 비용의 비대칭은 오히려 커졌다.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고객도 업체도 시공자도 모두 이전보다 더 힘든 시대에 서 있다.
견적서의 숫자가 커진 만큼, 이 구조를 이해하는 눈이 필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