묶음 시 vol. 001
쓰고 나서 지운 시 한 스무일곱 개
지우고 나서 아까운 문구
두세 개
지우기 잘한 거
거의 전부
말하지 않은 거
한 두 개
말하고 싶은 거
단 한 마디
내 마음 들키고 싶은 건
당신
가을밤 창가에 달빛이 반사되
산자락 나무들이 잠들고 별이 깨는 시간
검은 하늘이 배경을 깔아주네
디리리 디리리
가사 없는 곡을 쓰고
노래 없는 소릴 전하네
전 하지 않은 마음은 저 별도 모르지
죽어서 명작이 되는 그림처럼
묻어두는 거야.
행복하지 않은 시간이
불행하지도 않아서
올곧이 시간과 흐를 수 있어 온전하다
그리 좋지 않아도 좋은 이유다
아주 나쁘지 않음에 되려 평안함 이라니
시간과 나를 평행선에 놓고 달리기를 하고 싶다
그저 단 둘이 서만
주변엔 뙤약볕 가끔 그늘,
나무와 벌레, 공기와 헐떡거림만이 있을 것
유혹은 날 멈추라 한다
난 유혹에게 말한다
내게 그 유혹을 멈추라고
그녀는 떠나고
다시 아스팔트와 콘크리트길 들숨날숨
지나가는 엉덩이들
먼지와 콧구멍
내겐 피니쉬만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