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클래식의 기원, 그리스 미술(BC 4~3세기)
헬레니즘(Hellenism)이란, 그리스어인 헬레니스모스(Hellenismos)에서 파생된 단어로 그리스화 혹은 그리스의 영향력 하에 있는 상태를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이 의미를 확대해 개념화한 것이 헬레니즘으로, 19세기 독일 역사학자 드로이젠에 의해 최초로 체계화되었으며 알렉산더 대왕 이후 그리스 문화가 동서양의 여러 지역으로 확산되고, 다양한 지역의 문화와 융합된 시기를 설명하는 데 사용되었다. 즉, 고대 그리스 문화가 더 이상 그리스 본토에만 국한되지 않고, 더 넓은 지역으로의 확장과 변화, 그리고 그 과정에서 형성된 새로운 문화적 혼합이 이루어진 시대를 헬레니즘이라 일컫는다.
헬레니즘 미술은 기원전 4세기 후반에서 기원전 1세기경까지 즉, 알렉산더 대왕의 사망(기원전 323년) 이후부터 로마 제국이 그리스 전역을 정복하기 전까지의 기간으로 알렉산더 대왕의 정복활동을 논하지 않고서는 설명할 수 없다. 그의 정복은 단순히 영토의 확장을 넘어 정복지에 그리스인들을 이주시켜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는 정책을 펼침으로서 그리스 문화와 비그리스 문화가 융합하는 계기가 되어 새로운 형태의 문화적 정체성이 형성되었다. 특히, 후계자가 없는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제국을 여러 개의 헬레니즘 왕국으로 분열케 하여 토착 문화와의 융합을 더욱 촉진시켰다. 분열 후 대표적인 헬레니즘 왕국들은 다음과 같다.
1. 프톨레마이오스 왕국 : 이집트를 중심으로 한 왕국, 프톨레마이오스 1세가 세움. 알렉산드리아가 수도로, 헬레니즘 문화를 꽃피운 중심지 중 하나.
2. 셀레우코스 왕국 : 서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왕국, 셀레우코스 1세가 세웠으며 바빌론, 시리아, 페르시아 등을 포함하여 헬레니즘과 동양 문화가 융합된 독특한 문화 형성.
3. 안티고노스 왕국 : 마케도니아와 그리스를 중심으로 한 왕국, 안티고노스 1세가 세웠으며 그리스 본토에 헬레니즘 문화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역할.
기원전 5세기, 위대한 각성 후 그리스 미술은 '신' 중심에서 '인간' 세계로 그 관심이 점차 옮겨져, 감정적이고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하는 사실주의적 표현이 많아지게 되었다. 특히, 현재의 초상화라는 개념이 처음 나타난 것이 이 무렵(BC 4C 말~3C 초)으로 알렉산더 대왕의 왕실 조각가인 '리시포스'에 의해 정립되었는데, 그는 단순한 외모의 재현을 넘어서 인물의 성격과 정신적 특성을 조각 속에 담아내는 데 탁월했다. 이런 이유로 알렉산더는 자신의 초상화를 다른 조각가가 아닌 '리시포스'에게만 허락했다고 한다. 그는 조각의 비례와 형태에 혁신을 가져온 시대의 거장으로 기존의 비례개념을 수정하여 8등신의 기준을 만들었고, 보다 자연스럽고 현실적인 표현으로 헬레니즘 미술의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사람들은 알렉산더 대왕 시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이 새로운 초상화법에 대해 논하기 시작했다. 알렉산더 대왕 자신도 리시포스에게 자신의 초상을 조각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의 놀라운 사실적 표현은 동시대인들도 놀라게 했다고 한다. 그가 만든 <알렉산더 대왕의 두상>은 로마시대의 복제품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불과 한 세대 전인 프락시텔레스 시대 이래의 많은 변화를 보여준다."_P 106 / Story of Art
"이 후기 시대의 미술은 그리스 미술이라 부르지 않고 알렉산더 대왕의 후계자들이 동방의 나라에 건설한 제국의 이름을 따서 헬레니즘 미술이라고 부른다. 이 제국들의 풍요로운 수도들을 위한 새로운 건축 양식에 간결한 형태의 도리아 양식이나 평이하고 우아한 이오니아 양식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새로운 형태의 건축 기둥의 원주가 선호되었는데 코린트라는 부유한 상업도시의 이름을 따서 코린트 양식이라 불렀다. ~ 중 략 ~ 이렇게 호사스러운 양식은 동방에 새로 건설된 도시의 거대하고 호화로운 건물과 잘 어울렸다. 그리스 미술의 양식과 창의성은 오리엔트 왕국들의 규모 및 전통과 융합되었다."_P 108 / Story of Art
헬레니즘 문화에 대해 곰브리치는 '그리스 미술의 양식과 창의성'이라 표현하며 다소 유럽 편향적 관점에서 기술된 부분이 있으나 20세기 중반 이후 여러 학자들은 서양 문화의 확장으로 보지 않고 다양한 문화들의 상호작용의 결과로 복잡하고 다층적인 문화적 현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의 대표적인 학자와 학파는 마틴 버넬, 알렉산더 데마시오, 그레코-로마 연구 학파 등이 있으니 참고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