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미술은 페르시아 전쟁의 승리 이후 경제의 부흥과 함께 공공예술을 기반으로 미술의 급진적인 발전을 이루어 약 5세기부터 고전기(클래식, 황금기)를 맞이하게 된다. 특히, 고전기 미술의 전반부를 이끈 두 명의 쌍두마차가 있었으니 페이디아스(Pheidias)와 미론(Myron)이다.
우선 페이디아스의 업적부터 살펴보면, 페이디아스는 예술가적 능력이 워낙 뛰어나기도 하였지만 역사가 그의 이름을 기억하게 만든 것은 친구의 영향이 크다. 당시 최고권력자 중 한 명이던 페리클레스가 그의 절친으로 기원전 449년 아테네의 최고권력자로 등극한 후 페이디아스는 꽃길을 걷게 된다. 페리클레스로부터 아테네의 전반적인 예술활동에 대한 지배 위임권을 받은 페이디아스는 이후 약 15년간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파르테논 신전'을 재건하였고 <아테나 레무니아> <올림피아의 제우스> <아테나 파르테노스> 등 '신들의 상 제작자'로 칭송되었다.
특히, <올림피아의 제우스>는 그 규모의 웅장함과 재료(상아와 금)를 다루는 뛰어난 솜씨로 당시 고대 세계에서 인류가 만들어낼 수 있는 최고의 예술 작품으로 인정받아 고대 인류의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사람들이 이 조각상을 직접 보게 되면 신비로운 경외감마저 느껴진다고 전해지고 있으나 애석하게도 우리는 문헌을 통해서만 이 작품을 확인할 수 있다.
페이디아스와 페리클레스
또한, 지금까지 남아있는 그의 작품은 그의 감독아래 건설된 '파르테논 신전'과 여기에 부속된 조각 일부가 유일하다. '파르테논 신전'은 페르시아 전쟁을 승리로 이끈 도시의 수호여신 아테나에게 감사하기 위해 바쳐진 신전으로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1호의 영예를 가지고 있다.
파르테논 신전과 조각 작품 / BC 450년 경
곰브리치는 고대 유럽세계의 모든 유명한 조각상들이 없어진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하였다.
"조각 작품들이 없어진 직접적인 이유는 기독교가 승리한 뒤로 이교도의 신상은 어느 것이나 때려 부수는 것이 신성한 의무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미술관에 소장된 대부분의 조각품들은 여행자나 기념품 수집가들을 위해서, 또는 정원이나 대중목욕탕을 장식하기 위해서 로마시대에 만들어진 복제품들이다."_P84 / Story of Art
아테나 파르테노스(로마 대리석 복제품)와 올림피아의 제우스(상상화) / BC 432~447
고전기 전반기(기원전 5C)의 그리스 조각은 점차 사실적인 인체 표현과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탐구하기 시작한 때로 이 시기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이 미론의 <원반 던지는 사람>이다.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들은 신들을 위한 다양한 종교의식(축제, 연극, 제사 등)이 1년 내내 행해졌으며 특히, 범그리스 도시국가들이 참석한 스포츠 행사들이 많이 치러졌다. 이 또한 제우스신에게 바쳐지는 종교의식 중 하나로 그리스어를 사용하는 각 도시국가들의 화합과 친목을 위한 자리이기도 하였다.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종교는 곧 생활로 출산, 결혼, 죽음 등 중요한 삶의 전환점에서도 신들에게 제사를 지내 신의 가호아래 안녕과 번영을 보장받기를 원했다. 그들에게 신은 닮고 싶은 워너비로 이상화되어 스포츠의 행위조차도 완벽한(이상화된) 사람이 완벽한 자세로 행해져야 한다고 믿었고 이를 조각상이나 그림으로 표현하였다. 당시 스포츠 제전의 대표 종목인 원반 던지기를 이상화하여 표현한 것이 미론의 <원반 던지는 사람>이며 신들을 찬양하고 행사를 기념하는 등 다양한 목적으로 세워진 공공예술의 일환이었다.
"페이디아스와 동시대인으로 추측되는 미론이 만든 <원반 던지는 사람>과 같은 걸작들이 지금은 상실된 것을 애석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작품의 여러 가지 복제품들이 발견되어 적어도 원작품이 어떻게 생겼을지 대충 짐작해 볼 수 있다. ~ 중 략 ~ 이 조각상의 앞에 서서 그 윤곽선만을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이것이 이집트의 미술 전통과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몸통은 앞모습으로 다리와 팔은 옆모습으로 표현했고 또 그들과 같이 신체 각 부분의 가장 특징적인 면을 종합해서 한 사람의 신체를 묘사하고 있다. ~ 중 략 ~ 그 당시 화가들이 공간을 정복했듯이 미론은 운동감의 표현을 정복했다는 사실이다."_P 90 / Story of Art
원반 던지는 사람의 복제품들(미론은 청동으로 제작하였으나 로마시대 복제품들은 대리석으로 제작) / BC 450년 경
이 위대한 각성의 시기, 한때 조각가의 훈련을 받은 위대한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미술가들에게 강조한 말이 개인적 울림이 있어 소개하며 이번 장을 마무리 한다.
"감정이 육체의 움직임에 미치는 과정을 정확히 관찰함으로써 영혼의 활동을 표현해야 한다."_P94 / Story of Art
율리시스와 그를 알아본 늙은 유모, 적회식 도자기 / BC 5세기 경
"율리시스는 19년만에 거지로 변장을 하고 지팡이를 짚고 보따리와 탁발을 들고 고향으로 돌아오는데 늙은 유모가 그의 발을 씻어주면서 발에 있는 눈에 익은 상처를 보고 그를 알아본다. ~ 중 략 ~ 유모와 영웅이 교환하는 시선이 말 이상의 것을 전해주기 때문이다."_P94 / Story of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