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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7 - 업무 및 관계의 체계화

by 로그아웃

업무 및 관계의 체계화


카톡 시스템은 자연스럽게 현대인들에게 업무와 관계를 체계화하고, 그 둘을 채권-채무 관계로 엮어 놓았다. 여기서 업무는 경제 참여를 위한 모든 활동을 의미하고, 관계는 대인관계를 포함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현대인들은 이 두 가지가 서로 얽히고 혼용된 개념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따라서 업무 효율성과 효과성을 극대화하려면 자기 시간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특히 신입사원들은 상사의 업무 지시를 따르고 새로운 업무를 습득해야 하는 시기에,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우선순위에 따라 체계화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현실을 직면하고 있다. 카톡을 통해 시도 때도 없이 하달되는 지시 사항과 여러 부서에서 전달되는 산발적인 업무는 마감 기한이 있기 때문에, 이를 효과적으로 처리하려면 업무의 체계를 구조화해야만 했다.


카톡 시스템은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우선순위 기준(공과 사의 구분, 중요도, 시간 소요 정도, 대상과의 친밀도, 내용의 흥미도, 호기심 등)에 따라 메시지를 순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를 통해 개인은 끊임없이 밀려드는 업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대응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 대가로 사적 영역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버렸다.


어느덧 업무와 관련 없는 인간관계는 사치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삶의 효율성을 위해 자신의 일상을 루틴화하고, 불필요한 관계는 최소화하며, 신속하게 취할 수 있고 합리적으로 버릴 수 있는 시스템을 선택하게 되었다. 이 시스템은 업무와 관계 모두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만들어줬지만, 그 결과로 인간관계의 감정적 깊이와 개인의 자유는 점차 줄어들었다.

결국, 업무와 관계의 체계화는 현대인에게 필수적인 생존 전략이 되었고, 카톡과 같은 시스템은 그 과정을 더욱 가속화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인간관계의 진정한 가치는 뒤로 밀려났고, 사람들은 스스로를 점점 더 기계적인 시스템 안에 가두어가는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소확행의 수단


카톡 시스템에 의해 형성된 채권-채무 관계는 현대인들에게 업무와 관계의 압박을 지속적으로 가중시켰다. 이에 따라 사람들은 업무와 관계 시간 이외에 자신만의 절대적 시간, 즉 혼자만의 시간을 절실히 필요로 하게 되었다. 명품을 사거나 유명 맛집을 찾아다니는 큰 행복도 좋겠지만, 이제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소확행)이 더 중요한 행복의 척도로 자리 잡았다. 이는 복잡한 일상과 소통에서 벗어나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절대적 시간을 갖고자 하는 욕구를 의미했다.


우리는 스마트폰 안에 모든 복잡한 것들을 가둬 두고, 때로는 스마트폰의 전원을 꺼버리며 카톡과 업무로부터 완전히 벗어났다. 그 순간, 그들은 마침내 내가 살아있음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작은 음료 한 잔, 누군가의 방해 없이 오롯이 자신만의 선 안에서 느끼는 소소한 기쁨. 이 시간이야말로 소확행이 주는 의미였다.

하지만 소확행은 순간적이었다. 이 순간이 지나면, 다시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다. 우리는 다시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으로 돌아가 그곳에서 잠시 만족을 찾았다. 하지만 그 만족은 외로움을 동반했다. 화면 속 세계는 일시적인 위로를 주었으나, 결국 사람들은 그곳에서 근원적 외로움을 느꼈다. 그들은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인간관계와의 소통을 갈망하게 되었다.


스스로에게 주어진 소확행의 시간 속에서, 우리들은 서로 자기 자신을 만났지만, 그 깊은 외로움 속에 타인과의 소통이 필요하다는 깨달음에 이르렀다.

조용히 나가기

내 카톡에는 수많은 단체방이 존재했다. 중학교 친구방, 고등학교 친구방, 동창회방, 회사방, 팀원 방, 거래처 방, 밴드부 방, 마라톤 모임방 등 각종 모임과 연결된 방들이 한데 모여 있었다. 나는 관심사에 맞춰 마치 신용카드로 결제하듯 여러 방을 생성하고 가입했다. 처음에는 이 다양한 소모임들이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각 방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나에게 새로운 자극과 소통의 기회를 제공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방치된 방도 생겨났다. 몇 년 동안 말 한마디 없는 채 존재만 유지되거나, 흥미를 잃은 방들도 있었다. 사람들은 자기 삶의 루틴과 맞지 않거나 관심이 없는 방은 과감히 탈퇴하기 시작했다. 특히, 동성만 있는 방이나 자신의 개인적 선을 침범한다고 느껴지는 방은 빠르게 정리하며 관계의 취사 선택을 극대화했다.


하지만 단순한 친구나 지인 관계가 아닌, 특별한 관계 혹은 업무와 엮인 방은 쉽게 탈퇴하기 어려웠다. 이런 방들은 가상의 먹이사슬처럼 얽혀 있어, 단순히 나가는 것이 관계의 단절을 의미할 수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카톡은 새로운 기능을 도입했다. 바로 "조용히 나오기"였다.


이 기능을 통해 우리는 인사나 공지 없이, 눈에 띄지 않게 단체방을 떠날 수 있었다. 조용히 나오기는 소모임에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단절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좋은 도구가 되었다. 그러나 방에서 나오는 행위는 여전히 그들과의 단절을 의미했다. 방을 나가면서도 새로운 자극을 갈망했다. 탈퇴한 자리는 남겨둔 관계와 과거의 소통이 빈자리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더 새로운 만남이나 다른 관계를 찾기 위해, 또 다른 방을 찾아 헤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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