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시작한 1인 1책 프로젝트.
'내가 과연 책을 쓸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시작했지만,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있다. 처음엔 단순히 재미있을 것 같아 시작했던 일이, 점차 숨겨둔 서랍장 같은 마음속까지 열어보게 만들었다.
책을 읽고 쓰기를 반복하는 동안 조금씩 흉내내기는 했지만, 글쓰기는 여전히 어려운 존재였다. 말로는 쉽게 할 수 있는 이야기도 글로 쓰려니 낯설기만 했다. 다른 사람들은 물 흐르듯 잘만 쓰는 것 같은데, 나만 계속 넘어지는 느낌이었다. 때로는 막막했지만, 부족한 나를 인정하고 나니 조금씩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렇게 써 내려간 글을 모아 출간한다는 기쁨도 잠시, 두 달 동안 원고를 수정하며 망설임의 연속이었다. 퇴고를 하다 보니 허점이 너무 많이 보여서, 급기야 '이번 책은 내지 말자'며 노트북을 덮었다. 밤새 고쳐도 부족한 느낌이 들었고, 어떤 문장은 도려내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가 쓴 글인데도, 마치 "날 봐요! 이런 문장은 말이 안 되잖아요!"라고 비웃는 것 같았다. 왜 글이 이렇게 낯설고 불편하게 느껴질까.
12월 초 출판기념일이 다가올수록 초조함은 커졌다. '첫 책이 마지막 책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며칠 동안 노트북을 외면했다. 그때 남편이 이런 말을 했다.
"이 정도면 정말 잘했어! 완벽한 첫 책은 없어. 이제 네 글을 세상에 보내줘. 그래야 다음 이야기도 시작될 거야."
그 말에 용기를 얻어, 마침내 원고를 출판사에 넘겼다. 그리고 책의 '옷'을 고르는 일에 설렘과 열정을 쏟았다. 작은 도시의 조그만 출판사에서 책 사이즈부터 표지, 종이 재질까지 하나하나 골라가며, 마치 오래 정성을 들인 아이를 세상에 내보내는 마음으로 살뜰히 챙겼다. 밤새 고민 끝에 찾아낸 책 제목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뛰었다.
드디어 모든 작업을 마치고 나니, 마음이 한결 평온해졌다. 어설프지만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에 뿌듯했고, 그간의 고민이 새로운 시작의 밑거름이 될 거란 희망이 샘솟았다. 두통도 사라지고, 어깨를 누르던 무게도 훌훌 날아간 듯했다.
이제 다시 노트북을 켠다. 퇴고하며 발견한 부족함이 또 다른 도전이 되어 내 안에서 싹트고 있다. 글쓰기는 나를 놓아주기는커녕,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끌어내며 내 생각을 자꾸 터놓게 만든다.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설렘과 두려움이 뒤섞인 채로 조심스레 키보드를 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