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연말 조직개편으로 회사와의 계약이 해지된 상무님. 그 마지막 모습이 유독 쓸쓸해 보였던 건, 단순히 직장을 잃은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아니었다.
마지막 출근 날 상무님은 본인 집무실의 짐을 정리 중이셨다. 장갑을 끼고 문서들을 하나하나 버리고 계시는 모습. 평소 같았으면 누군가 도와드렸을 법한 풍경, 이날은 혼자 묵묵히 자신의 발자취를 없애고 있었다.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짐 정리를 위해 회사에 나와 지난 몇 년 간 쌓인 업무 서류들을 하나씩 하나씩 버릴 때마다.
상무님은 아직 50대 중반 정도이셨다. 대학 다니는 자식 뒷바라지를 한창해야할 나이인데 하루아침에 "월급"이라는 현금흐름을, 자신의 정체성을 뒷받침해 주던 직장을 잃게 되셨다. 재취업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50대 후반의 직원을 채용하려는 회사는 많지 않을 듯하다.
임원생활을 해왔기에 김부장 이야기처럼 급여 수준이나 배정 업무가 만족스럽지 못할 확률이 높다. 이런 사고관을 바꿔야 하지만, 막상 그 나이대에 그 직위를 누리다 보면 기대수준을 내려놓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일까. 상무님의 뒷모습이 유독 쓸쓸해 보였다. 단순히 직장을 잃은 것에 대한 안타까움보다는, 미래의 내가 겪을 수 있는 모습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마음이 안 좋아서 상무님 방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친분이 깊진 않았지만 남일 같지가 않아 짐을 정리 중이던 상무님 방을 "똑똑" 두드렸다.
서류를 치우던 상무님이 반가운 얼굴로 나를 본다. 상무님께 고생하셨다는 말을 건네고 악수를 나눴다.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 주라고, 다음에 또다시 볼 수도 있다고 약간의 여유감을 갖고 말을 건네셨다. 그저 멋쩍은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수년에서 십수년 앞서나간 선배들을 통해 회사 생활의 현실을 직감한다. 동료나 바로 위 선배보다는, 팀장님이나 상무님 같은 임원분의 모습을 살피며 무언가를 다짐하게 된다.
50대 상무님의 마지막이 유독 쓸쓸해 보였던 이유는 회사에 대한 애착이 강하셨기 때문일까, 아니면 상무님의 모습에서 내 미래가 보였기 때문일까.
올겨울의 회사는 유난히 춥다. 남일 같지 않기에 뼈에 사무칠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