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이번 겨울방학이 지나면 너는 이제 중3이 되는구나. 지금까지 학생으로써 기본적으로 해야하는 학업의 중요성을 이야기했지만, 더이상 공부는 네 길이 아니라는 너의 의견을 존중한다. 그 선택이 20살 이후 사회에 나갔을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가늠하기 힘들지도 모르겠구나. 하지만, 앞으로 부딪힐 수 있는 다양한 난관에 대한 대비는 꼭 해야 할 것이다.
공부가 길이 아니라는 너에게 엄마가 이것만은 꼭 당부하고 싶다.
투자공부는 반드시 해야한단다.
하지만, 그 전에 직업을 먼저 찾아야 한다.
세상을 살아보니, 흙수저로 태어나 부자로 살아가는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더구나. 엄마가 젊었을때 한창 유행했던 말이 '헬조선'이라는 말이 있었다. 듣기만 해도 암울해 지는 단어라 엄마는 이 말을 싫어했단다. 아마도 엄마 또래 혹은 더 어린 젊은이들이 하도 세상살기 힘들고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 자신과 비교되는 금수저들을 보고 있자니 속이 뒤틀려 나온 말일 것이다.
네 할머니땐 '개천에서 용난다'란 말이 있을 정도로 공부만 잘해도 좋은 대학을 나와 남들 다 인정하는 대기업을 들어가 월급으로 은행이자 대략 15%로(20%가 넘을 때도 있었다는게 믿겨지니?) 종자돈을 알뜰살뜰 모아 서울 변두리에 작은 집을 마련할 수 있던 시대였다면,(실제로 네 할아버지가 이렇게 서울 집을 마련하셨단다.) 엄마때는 좋은 대학을 나와도 대기업에 취직하기 힘들었고, 왠만한 직장에 들어가 월급을 받으면 5%도 안되는 은행이자로 종자돈을 모으기 더 힘든 환경이 되었지. 월급 모아 서울의 작은 집을 얻는 일은 하늘의 별따기로 느껴졌단다.
부모로부터 자산을 물려받지 못한 엄마세대들은 집한채 마련하기 힘들었고 전세나 월세를 전전하며 살아야 했고, 그 아래 좀더 젊은 세대들은 심지어 좋은 대학을 나와도 취직조차 힘들어 계약직으로 전전해야 했단다. 그래서, 아마도 '헬조선'이란 말이 나오게 되었던것 같다.
엄마의 자식세대인 너희 세대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엄마도 감히 예측하기가 힘들구나. 어떤 이들은 AI가 세상에 나오면서 점점 인간의 일자리를 뺴앗아가고 특별한 능력이 없어도 몸만 건강하면 할수 있었던 단순노동의 시장조차 로봇들이 대체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단다.
이젠 마땅한 능력이 없는 사람은 로봇에게 일자리를 뺴앗기면서 돈을 벌수 있는 일을 찾기가 정말 어려워질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딸아.
안좋은 면이 있으면 좋은 면도 반드시 있단다. 할아버지 때부터 보면 점점 세상 살아가는 것이 어렵고 힘들어 보일순 있겠으나, 살짝만 눈을 돌려보면 돈을 벌수 있는 기회는 더 많아졌다는 걸 알수 있단다.
엄마가 한창 직장에서 주 40시간 워라밸을 지키며 일하면서 2백만원이 조금 넘는 월급을 받고 있을때, 누군가는 유튜브라는 새로운 플랫폼에서 주말도 없이 일하지만 월2천만원이 넘는 수입을 얻고 있었단다. 그래서 엄마도 깨달았다.
이젠 직장이 아닌 직업을 찾아야 한다는 걸 말이다.
직장은 더이상 너와 그리고 가족을 평생 지켜주지 못한단다. 평균수명은 점점 길어지고, 평균퇴직연령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겠지. 지난 2022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퇴직연령은 49.3세이며, 기대수명은 82.7세라고 하더구나. 약 30년이 넘은 기간을 경제활동이 없이 보내야 하는 셈이다. 운이 나쁘면 100세까지 살아야 할지도 모르니, 미리미리 준비하지 못한다면 50년 넘게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할 지도 모른다.
이것이 수학과 영어공부가 너의 적성에 맞지 않다면 하지 않아도 되지만, 네 업을 위한 공부는 게을리해서는 안되는 이유 중 하나란다.(적성에 맞아 공부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니? 그럼에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세상엔 많단다.)
너희 세대가 부를 이루는 길은 엄마세대, 할머니세대보다 험난하단다. 은행 예금이자는 형편없이 낮고 노후를 위한 연금시스템도 불확실해졌다. 노인은 많아지고 태어나는 아기는 줄고 있는 현실때문에 윗 세대를 부양해야 하는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지. 서울집값은 네 월급을 한푼도 쓰지않고 따박따박 모아도 살수 있다는 희망조차 가지기 힘들 정도로 치솟아 버렸다.
투자자로 살아온지 4년을 맞이하는 이 엄마는 이제 중3이 되는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단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철저한 자본주의 세상이었다는 걸 엄마는 마흔이 넘어 깨달았단다. 중학교때 교과서에서 글로만 배웠던 자본주의를 현실에서 냉정하게 몸으로 배운셈이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엄마가 뒤늦게 피땀으로 배운 깨달음을 너는 좀 더 빨리 깨달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기 때문이다. 월급쟁이 공무원에서 4년차 투자자로 살아가고 있는 투자자로써 엄마가 남기는 작은 유산이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사랑한다. 딸아.
24.12.2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