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15년 어느 뙤약볕 아래 연병장에서 가족들로부터 떨어진 날부터 21개월 동안 나라를 위해 복무의 시간이 이어졌다. 그래도 운이 좋게 카투사로써 선발되어 비교적 다른 사람들과는 좀 특색 있는 경험들을 할 수 있었다 생각한다. 이 기간 동안 같은 입장의 카투사들은 물론, 미군들과 함께 생활하며 재밌는 일도 많았고, 사람들과의 생활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통제가 가장 심한 군대 속에서 느낀 자유로움도 있었다. 특히 경상도 지역에 있는 부대에 배정받아 1달 중 1 번은 서울 본가에 갈 때를 제외하고 나머지 주말 동안 대구 동성로를 탐방할 때가 특히 그러했다. 숨만 쉬어도 국방부 시계는 흘러갔기에 무언가 실적에 쫓기는 느낌으로부터도 자유로웠다. 게다가 남는 시간에 다양한 인문 서적을 읽으며 글을 쓰고 잡생각에 빠져 살 수 있었고, 타 군인 대비 외출이 자유로웠기에 부대원들과 매일같이 PC방에 가거나, 식당에 가지 않고 막사 내부에서 요리를 해 먹을 수 있던 점도 나에게는 정서적으로 큰 여유를 주었다.
물론 부대원들끼리의 마찰이나 스스로에게도 실망하거나 부끄러운 일도 많았지만, 돌이켜보면 마냥 헛되게 보낸 시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장 깊게 떠오르는 것은 토요일 새벽 2시, 대다수의 부대원들이 본가로 외박을 나갔을 때, 어두운 내 방에서 창 밖으로 어두운 부대를 바라보고 들리는 소리는 메아리뿐이던 그 편안하고 고요하던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