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1 K읍 캠프 R

군대

by 허지현

내가 속해있던 미군 부대는 후방 경북 지역의 작은 읍에 위치해 있었다. 부대의 정확한 크기는 모르지만, 출입구가 4개나 있던 만큼 어느 정도 규모는 있는 편이었다. 미군 부대는 옛 장교들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는데, 여기서는 실제 명칭과는 다른 캠프 R로 부르겠다. 캠프 R 안에는 여러 소속의 부대들이 함께 생활했는데, 내가 있던 곳은 여단 급이었지만 동일 캠프의 다른 부대는 대대급의 크기도 있었다.


캠프 R은 기본적으로 미군 부대였기 때문에 미군들의 생활의 안녕을 위한 시설들이 꽤 있었다. 기억나는 것으로는 수영장, 영화관, 미군 가족들이 사는 시설, 대형마트급의 PX, 게임장, 교회, 도서관, 볼링장, 체육관, 축구장, 병원, 미용실, 카페테리아, 푸드코트 등이 있었다. 체육관은 각종 헬스 기구 외에도 스쿼시 방, 사우나, 농구코트 등의 세부시설을 포함하고 있었다. 게다가 푸드코트는 정말 굉장했다. 피자헛, 파파이스, 등 우리나라에게도 친숙한 식당은 물론 그렇지 않은 가게들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전부 다 미국 현지 메뉴로 구성되어 있었다. 게다가 다른 캠프의 경우 당시 우리나라에 입점해 있지 않던 판다 익스프레스도 있었는데 그 부대에 훈련을 가게 될 때마다 없는 군인 월급을 환전해서 먹고는 했었다. 얘기한 부분 외에도 총기 관리소, 사격장 등의 장소도 있었다.


미군들을 위한 시설 외에도 카투사들을 위한 곳도 몇 곳 있었는데, 대표적인 곳이 ROKA STAFF OFFICE, 줄여서 RSO이다. 이 사무실은 카투사들을 통솔하는 지원대장과 국군 소속의 카투사들을 관리하는 육군 행정업무를 주로 한다. 거기에 미군 PX를 사용하지 못하는 카투사용 국군 PX도 있었고, 내가 상병을 달 때쯤에는 카투사 스낵바도 생겼다. 카투사 스낵바, 줄여서 카스바는 쉽게 말해 카투사용 분식집이다. 양식을 먹기 힘들어하는 카투사들을 위해 카페테리아에 김치와 쌀밥이 구비되어 있긴 했지만 그래도 국군 병사들의 복지 차원에서 한식 메뉴를 파는 시설이 별도로 있었다.


사실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낸 곳은 막사였는데 미군 말로는 배럭이라고 불렀다. 구형 막사에 살다가 일병 때쯤 신형으로 지어진 막사로 옮겼는데 구형은 2인 1실, 신형은 1인 1실이되 부엌과 화장실은 공용으로 사용했다. 함께 근무하는 만큼 막사도 미군과 카투사들 구분 없이 함께 사용하였다.


근무하던 사무실은 부대별로 나뉘어 있었고, 건물 밖에는 미군 국기가 꽂힌 국기 게양대가 있었다. 매일 국기를 내리고 접는 당번(보통 디테일이라 불렀다)이 있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오면 우리 여단장은 물론 그 위의 조직장들의 사진이 액자로 걸려있었다. 제일 위에는 당연 미국 대통령의 사진이 있었다. 내가 근무할 당시에는 오바마, 이후 트럼프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사무실은 보직별로 나뉘어 사용하였으며 나는 1층 제일 안쪽 사무실에 속해있었다. 우리 사무실의 입구는 서부극 영화에 나오는 살롱의 입구처럼 삐걱이는 형태였는데 그 점이 참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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