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3 KTA

군대 시절

by 허지현

카투사들은 논산의 육군훈련소 과정이 끝나면 미군 교육을 받기 위해 6주간 KTA라는 곳에 입소하게 된다. 카투사 트레이닝 아카데미의 줄임말로, 말 그대로 카투사들을 교육하기 위한 훈련소다. 내가 교육받을 당시에는 의정부 쪽에 있었으나 지금은 다른 곳으로 옮겼다고 한다.


훈련소 내부는 강당, 교육장, 체력 훈련을 하는 운동장, 총기 배급소, 사격 훈련장, 막사, 교회, 카스바, 카페테리아 외에도 교관들의 숙소 등이 있었는데 이제는 잘 생각이 나질 않는다. 이 KTA에서는 미군과 함께 근무하기 위한 기초적인 교육을 받는데, 신체적인 PT 훈련과 실내 교실에서 받는 미군 관련 교육으로 나뉘었다. 보통 하루 일과는 다음과 같았다 : 새벽 4시 기상, 새벽 5시 PT, 아침 식사, 오전 실내 교육, 점심, 오후 실내 교육, 저녁, 이후 자율 시간 후 8시 취침. 아마 내가 살아온 인생 중 가장 규칙적으로 살았던 기간이라고 생각한다.


6주라는 기간 동안 달성해야 하는 체력 테스트 기준이 있었는데 팔 굽혀 펴기 2분에 42개, 윗몸일으키기 2분에 53개, 2마일(3.2Km) 달리기 15분 54초 이내에 들어오기가 그것이었다. 전체 기준을 모두 통과해야 했기 때문에 모두의 걱정이자 관심사이기도 했다. 덕분에 자율 시간에 별도로 체력 훈련을 하는 카투사들도 꽤 있었다. 만약 탈락할 경우, 6주의 교육을 한번 더 받아야 했었다.


실내 교육은 주로 미군과 근무하는데 차질이 없도록 하기 위해 미군의 기초상식을 가르쳤다. 보통 규율 및 위계질서, 지도 읽기, 군대 용어 등이 있었고 교관들 중 일부 한국인이 섞여있기는 했으나 미군 훈련소인 만큼 당연히 모든 소통은 영어로만 진행되었다.


세월이 많이 지난 만큼 세세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생각나는 대로 막 적어보겠다.


1. KTA에서는 야외에서 늘 뛰어다녀야 한다는 규율이 있었으며, 늘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에 물을 호스로 빨아 마실 수 있는 카멜백이라는 가방을 메고 다녀야 했다.

2. 내가 입소했을 당시는 초가을로 넘어가는 시기였는데, 새벽 5시의 아침은 너무나도 추워서 다들 집합할 때면 바들바들 떨면서 몸을 붙여서 서로의 체온으로 몸을 덥히곤 하였다. 어떤 기발한 녀석은 카멜백에 온수를 넣어서 몸을 덥히기도 했었다.

3. 훈련소답게 쓸데없는 당분은 섭취하지 못하도록 과자가 전면 금지되었었고, 카투사 스낵바도 초기에는 당연히 사용할 수 없었다. 막사에 벌레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던 것 같기도 하다. 유일하게 당분을 섭취할 수 있는 곳이 카페테리아의 식빵에 발라먹는 잼이었는데, 일부 녀석들은 꿀벌처럼 이 잼을 몰래 막사에 반입하는 녀석들이 있었다. 한 번은 불시검문을 시행하여 잼을 밀반입한 녀석들은 얼차려를 받았던 적도 있었다. 이때 체중이 좀 있던 관심병사 형 한 명이 아무리 검사해도 과자가 나오지 않자 한 교관이 그의 캐멀백의 물을 꺼내 쏟자 그 안에 잼이 투둑 하고 떨어져 걸린 적도 있었다.

4. 카페테리아는 양식을 좋아하는 내게는 잘 맞았다. 물론, 여기서 "원 스쿱 앤 고"라고 부르는 규율이 있었는데 줄이 밀리지 않게 음식이 뭐든 간에 한 스푼만 뜨고 서둘러 이동하라는 말이었다. 한 번은 토마토를 두 번 펐다가 교관한테 걸려서 혼나기도 했었다.

5. 육군훈련소와는 달리 당연히 미군 총기를 쓰기 때문에 여기서 M4 소총을 처음 사용해 보았다.

6. 실내 교육은 여러 반이 있었는데, 우리 반의 담당은 한국인 선생님이었다. 팔씨름에 굉장히 자부심을 가질 정도로 강한 사람이었는데, 어떠한 병에 걸려서 식사한 영양분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해 야위어 있었다. 그 때문인지 항상 식사량을 늘려야 했었는데, 도저히 아내분께서 싸 오신 도시락을 다 먹지 못해서 몰래몰래 카투사들에게 나누어 줬던 기억이 난다. 이 선생님을 비록 하여 한국인 교관들 모두 엄하지만 좋은 사람들이 다수였다.

7. 다행히도 몸이 체력을 좀 받는 편이어서 그런지, 이 테스트를 입대 전부터 대비해서 그런지 체력테스트는 무난히 통과했다. 팔 굽혀 펴기와 윗몸일으키기는 90개를 넘겼고, 달리기는 13분대 후반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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