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영어 학원 앞의 역에는 서점이 하나 있었다. 학원 갔다가 집에 지하철로 돌아오기 전에 그 서점에 들렀던 기억이 난다. 서점 안쪽에는 만화책 코너가 있었고, 나는 그때부터 오타쿠웨이를 걷기 위한 초석을 닦은 것 같다.
집에 바로 가지 않고 한 30분 정도 시간을 때우다가 와도 집에서는 모르니까, 그렇게 들르곤 했다. 그때 용돈으로 엄마 몰래 둘리 애장판 만화책도 샀었다. 일주일에 한 번쯤 돈을 모아서 한 권씩 사 왔던 것 같은데, 그러다 엄마한테 걸려서 이제 그만 사라고 혼났다. 그래서 1권, 2권, 3권까지 사고 4권은 못 사고 넘어갔고, 5권이 마지막 권인데 5권만 사 온 상태로 끝이 났다. 그래서 지금도 4권이 없다. 이제는 절판돼서 구하지도 못할 텐데, 그때 그냥 말 안 듣고 샀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둘리 책도 그렇고, 그다음에 제로의 사역마였나, 제목이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데 핑크색 머리 여자 캐릭터가 있어서 좀 재밌어 보였다. 그냥 만화책인 줄 알고 집어 들었는데, 막상 보니까 라이트 노벨이었다. 만화가 아니라 소설이었다. 어쨌든 돈 주고 산 게 아까우니까 그냥 읽어 봤다.
읽어보면서 내가 그때까지 읽던 책들이랑은 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도 들었다. ‘뭔가 이렇게 쓴 글도 책으로 나와도 되는구나’ 같은 생각을, 어린 마음에 했던 것 같다.
그때 같은 아파트 동에 살던 형이 애니메이션을 소개해 준 것도 있었고, 나도 라이트 노벨을 한 번 읽어보고 하면서 그 심리적인 경계가 좀 무너졌던 것 같다. 사실 그전에는, 아주 어렸을 때를 빼고는 그런 쪽은 잘 안 보고 있었거든. 그러다가 그 시기를 거치면서 조금씩 그런 세계로 들어가게 됐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