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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도령 Nov 05. 2022

날아라, 항공점퍼 MA-1(Bomber Jacket)

BUZZ RICKSON’S MA-1 Flight Jacket

오랜만에 글을 써본다. 개인적으로 올해 일이 많아서 정신이 없다는 핑계로 글쓰기를 방치했다. 조금이라도 써서 자주 올려야겠다고 반성해보며 시작해보자. 오늘은 항공점퍼, 그 중에서도 국내에서 특히 유명한 MA-1을 중점적으로 다뤄보며 Buzz Rickson社의 MA-1 자켓을 리뷰해보려 한다.


항공 자켓의 배경과 MA-1의 탄생

1차 대전에 사용된 프랑스 전투기 "Nieuport 17"-개방형 콕핏을 볼 수 있다.

1차 대전 시절, 비행 기술의 한계로 인해 대부분의 비행기는 콕핏(운전석)이 개방형이였다. 덕분에 파일럿들은 비행시 차갑고 거친 바람에 노출되기 일쑤였고, 1915년 즈음 프랑스와 벨기에에서 파일럿들을 보호하기 위해 두꺼운 플라이트 자켓을 입기 시작했다. 가죽 자켓편에서도 이야기했던 바와 같이, 첫 비행 자켓들은 대부분 가죽을 소재로 사용했다.

A-1 자켓을 입은 파일럿(좌측), A-2 자켓을 입은 파일럿(우측)- 앞부분의 고정 형태가 버튼/지퍼인 점이 다르다

1917년, 미국도 항공 의류 지원회(Aviation Clothing Board)를 창시하였고 1927년에는 미 공군에게 최초로 공식으로 채택된 A-1 자켓을 탄생시킨다. 자켓의 앞부분은 버튼으로 고정하는 형식이였으나 1931년 A-2로 개량되며 지퍼 고정식으로 변경된다. 양털을 사용해 조종사들의 체온을 보호했으며, 앞주머니와 신축성 있는 소매, 높은 털깃이 특징이다. 좁은 기내에서 거추장스럽지 않도록 슬림한 실루엣을 가졌으나, 높은 고도에서는 비행시 가죽이 얼어 움직이기 불편한 단점도 있었다.

보잉 XB-15 폭격기(좌)와 B-3자켓을 입은 군인(우)

이후 비행 기술의 발전으로 비행 가능 고도가 상승했으며 동시에 다량의 폭탄을 실을 수 있는 폭격기도 등장했다. 봄버 자켓(Bomber Jacket)의 어원 또한 이 비행기를 몰던 파일럿들이 착용했기에 여기서 유래되었다. 1934년에 탄생한 B-3 자켓은 양가죽과 양털 안감으로 만들어져 7,600미터 상공에서도 착용자의 보온성을 보장했다. 그 뒤를 이어 D-1(1937년), B-6(1939년), B-7(1941년), M-422(1941년), B10(1943), B-15(1944), G-1(1947년)등의 여러 항공자켓들이 개량 및 탄생되었다. 수가 너무 많으니 그 중에 일부만 짚고 넘어가보자.


B-15 자켓을 착용한 조종사(좌), 빈티지 MA-1(우)

1944년, 현대 봄버자켓의 조상격으로 불리는 B-15 자켓이 등장한다. 털로 만들어진 칼라(collar)와 앞주머니가 있었으나, 소재는 면을 사용하였고 앞에는 산소 마스크를 고정할 수 있는 디테일이 있었다. 소매와 허리에는 찬바람이 들어오지 않도록 니트 시보리를 사용했으며 이 자켓부터 팔에 펜을 고정하는 펜 포켓 디테일이 추가되었다.


이 자켓은 A, B, C, D판의 개량을 거쳤으며 1944년 최종 개량된 D(B-15D) 버전은 MA1으로 이름이 변경된다. 이때부터 MA-1으로 유명한 Alpha Industries가 미군에 보급을 시작하나, 1959년 계약 유지를 위해 뇌물을 사용하다 적발되어 계약이 끊기게 된다. 

L2-B(좌), MA-1(우) 자켓

2차 대전 이후 나일론은 비행 의류의 기본 소재가 된다. 가볍고 방수가 되는 동시에 곰팡이와 해충들로 부터 강했기 때문이다. 비행 기술이 발달하며 낙하산 줄에 걸리적거리던 털 칼라는 사라지게 되었고, 니트 소재가 이를 대신하게 되었다. MA-1 또한 기본 소재는 나일론이며, 최초에는 미 공군의 시그니쳐 색인 남색으로 생산됐으나 이후 6.25전쟁과 베트남전에서의 위장 효과를 위해 초록색으로 변경된다. B-15와 동일하게 산소 마스크를 고정시킬 수 있는 중앙부 디테일과 통신 장비의 선을 고정시킬 수 있는 고정장치가 양팔 근처에 추가되었다. 내부 안감은 위급 상황일 때 구조를 요청하기 편하도록 오렌지색으로 디자인되었다.

* 더욱 움직임에 용이하도록 개조된 L2-B자켓과 화염에 약하던 나일론의 단점을 개선시킨 MA-2 자켓도 있지만 너무 길어지니 생략하겠다.

스킨헤드족의 고유 복장

이렇게 탄생한 MA-1은 1940~50년대를 거쳐 전쟁이 끝나고 찾아온 자유로운 60년대에 이으러서야 민간인들의 삶에 들어오게 된다. 미국에서 대량생산이 되어 유럽, 아시아에 퍼진다. 영국의 스킨헤드족은 그들의 시그니처 패션으로 삭발머리, 스키니진, 닥터 마틴과 더불어 MA-1을 착용하였다. 펑크 스타일...동시대에 미국 문화와 패션을 우호적으로 받아들이던 일본에서도 유행하게 된다. 

순서대로 NASA 우주 비행사, 존 F. 케네디 대통령, Top Gun의 톰 크루즈

이후에는 우주여행의 시대가 펼쳐지면서 봄버자켓은 다시 한번 주목을 받게 된다. 지상훈련을 할 때 NASA의 우주인들도 MA-1을 착용하였다. 당시 미 대통령인 JFK 또한 그만의 시그니처 자켓인 G-1을 착용했다. 이후 1980년대에도 MA-1을 비롯한 다양한 봄버자켓들이 할리우드에 등장하며 대중들에게도 사랑받게 된다. 대표적인 예시로 The Hunter의 MA-1, Indiana Jones의 A-2, TOP GUN의 G-1자켓 등이 그러하다.

순서대로 칸예 웨스트, 오프화이트 MA-1, 루이비통 MA-1

2000년대 이후에도 MA-1자켓을 포함한 항공자켓은 꾸준히 디자이너 라벨들의 재해석을 통해 계속하여 변화하고 있으며, 오늘날에도 다양한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MA-1 자켓 특징

위에서 얘기한 바와 같이 기본 소재는 나일론이며, 가장 기본적인 색은 Sage Green이다. 산소 마스크를 고정시킬 수 있는 중앙부 디테일과 통신 장비의 선을 고정시킬 수 있는 고정플랩이 양팔 겨드랑이 근처에 추가되었다. 외부 주머니 2개 외에도 안감 주머니 2개가 있으며, 좌측 팔쪽에는 펜과 소형 주머니 디테일이 있다. 항공점퍼인 만큼 추운 곳에서 장갑을 끼고 지퍼를 올리고 내리기 편하게 지퍼에 큰 가죽장식이 달려있다. 또한 지퍼 내부에도 천이 덧대어져 추위가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이중으로 막아준다.

정면과 후면
위에서 설명한 각종 디테일


개인적 의미 및 구매이유

영화 "레옹"의 마틸다, 버즈릭슨의 MA-1

필자에게 가장 처음 인상적으로 남은 봄버자켓은 영화 “레옹”의 마틸다가 착용한 자켓이다. 멋있다고 생각은 했으나 직접적으로 구매를 결심한 것은 역시 자주 방문하는 편집샵에서 복각 MA-1 제품을 직접 접하고 나서이다. 오묘한 광택의 녹색이 한눈에 눈길을 사로잡았고, 이내 마음을 뺴앗겨버렸다. 그렇게 필자가 구매하게 된 제품은 BUZZ RICKSON'S 사의 Alber turner&Co. INC판의 sage green 색상이다. 기존 모델들보다 업그레이드 된 소재로 헤비 나일론 트윌을 사용했으며, 충전재로는 울/코튼 혼방 원단을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처음으로 MA-1를 구매했던 당시의 필자로써는 솔직히 비교가 불가능했다. 그래도 확실히 SPA 브랜드의 MA-1과의 차이점은 광택에서부터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두툼하나 짧은 기장과 빵빵한 팔의 실루엣 또한 굉장히 색다르다. 


사실 이 제품 외에도 흔히들 '대륙의 실수'라 부르는 중국 BRONSON 사의 MA-1을 놓고 고민을 했었다. 브론슨의 경우 복각 MA-1을 복각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다. 실루엣이나 마감이 일반적인 중국산 제품들에 비해 월등하나 가격은 훨씬 저렴하여 가성비를 생각한다면 브론슨 제품을 사는 것이 옳았다. 미국의 한 블로거가 버즈릭슨과 브론슨 MA-1을 비교한 글을 읽어본 적이 있다. 그나마 느껴지는 차이는 사용되는 지퍼나 가죽의 부자재, 왼쪽 어깨의 US.ARMY 페인팅, 미묘한 원단의 색감의 차이라고 했다. 필자가 구매를 결심한 당시, 브론슨 MA-1은 입고가 되기 전이였기도 했고, 버즈릭슨의 자켓의 빛깔을 직접 보니 헤어나올 수가 없어 이 제품을 구매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한 치수 작은 M 자켓을 사려 했으나 고민하는 사이 품절되어 버려 어쩔 수 없이 L사이즈를 구매했다. 사실 자켓 안에 두껍게 레이어링을 하기 위해서는 L 사이즈가 더 좋다는 점원 분의 말을 위안삼기로 했다. 


구매한지 1년이 지난 지금도 추운 겨울 날씨에 자주 손이 가는 든든한 친구다. 얼굴은 가리기 귀찮고 마스크도 해서 그냥 올리기로 했다.

필자 착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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