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I x TANUKI 21.5oz Secret Denim 리뷰
데님 시리즈 세 번째 글입니다. 이전 글들에서는 데님의 역사와 특징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오늘은 데님의 세탁을 포함한 전체적인 관리법과 함께 Tanuki사의 ONI Denim과의 콜라보 제품 Secret Denim 21.05oz High Rise Tapered 리뷰를 해보겠습니다.
데님과 세탁에 대한 이야기
데님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바로 "세탁은 금물"이라는 말입니다. 정말 데님은 씻으면 안 되는 것이냐 묻는다면 결국에는 착용자의 관점 따라 달렸습니다. 데님의 청결과 수명을 중요시하면 세탁을 하고, 강하고 짙은 페이딩을 선호한다면 하지 않으면 됩니다.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해보겠습니다.
옷이나 원단은 결국 실을 꼬아 만든 물건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헤집니다. 옷을 착용하다 보면 실들끼리 마찰을 일으키며 손상되거나 풀려 구멍이 생기고 옷으로써의 기능을 못하게 됩니다. 장시간 착용하다 보면 실들 사이로 먼지나 흙 등의 이물질이 끼게 되어 더 큰 마찰을 일으키고 손상을 가속화시킵니다.
저번 글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데님의 경우에는 지속적인 마찰은 인디고의 탈거 및 페이딩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동시에 물에 닿을 경우에도 인디고가 물에 묻어나 빠지게 되죠. 즉, 세탁을 하게 될 경우, 옷 전체가 물에 닿게 되어 바지 전체적으로 인디고가 빠져 조금씩 연해지게 됩니다. 반대로 세탁을 하지 않을 경우, 착용자가 움직이며 마찰이 일어나는 부분에서만 인디고가 떨어져 다른 부위와 상대적으로 콘트라스트가 강한 페이딩이 일어납니다. 위 사진을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데님의 업체나 원단이 다르기에 조금의 차이는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세탁을 진행한 쪽이 연한 페이딩을 가지고 있습니다.
데님을 세탁하는 유형과 방법을 나누어 설명해볼까 합니다.
1. 노세탁
말 그대로 세탁을 하지 않는 유형입니다.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페이딩을 짙게 만들기 위해 아예 세탁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신 이런 경우 외부 먼지나 이물질의 유입, 몸에서 나오는 때나 분비물이 바지에 축적되게 되며 박테리아, 세균 등이 번식해 점차 악취가 강해지게 됩니다.
세탁을 하지 않아 생기는 악취를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주로 햇빛 건조, 냉동실 보관, 소독 스프레이 등의 방법 등이 있습니다.
햇빛 소독
- 통풍을 잘 시킨 상태에서 햇빛에 데님을 걸어두면 살균작용이 일어나 악취가 줄어듭니다.
- 단점으로는 장시간 널어둘 경우, 햇빛으로 인한 변색이 일어난다는 점과 흙이나 먼지 등의 이물은 제거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냉동실 보관
- 냉동실에 보관하면 박테리아 및 세균이 죽는다는 논리로 청바지를 냉동실에 보관하는 방법입니다.
- 개인적으로는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물론 박테리아는 영하의 저온에서 죽지 않고 잠복기에 들어가기 때문에 악취가 줄어들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박테리아가 영하 15도에서도 죽지 않고 상온에 노출되면 살아난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즉, 상온에서 바지를 다시 입으면 악취도 다시 나타나게 됩니다. 추가로 흙먼지가 가득 묻은 바지를 식용제품이 있는 장소에 같이 보관하는 것은 그렇게 현명해 보이지 않습니다.
소독 스프레이
- 살균 성분을 활용해 데님을 소독하는 방법입니다. 냉동실 보관보다는 위생적이고 악취 해결에도 도움이 되겠으나, 면에 화학성분이 끼치는 영향과 섬유 사이에 그대로 남는 이물질 문제는 해결하지 못합니다.
2. Soaking
이름이 말해주듯, 데님을 물에 담가 이물을 세척하는 방식입니다. 어찌 보면 노세탁과는 반대로 섬유 사이의 흙이나 이물질은 빼낼 수 있으나, 계면활성제를 사용하지 않기에 세균들이 서식하기 쉽게 수분을 공급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적게는 20분, 길게는 1시간까지 물에 담가 이물이 빠지기까지 기다린 뒤 데님을 접은 뒤, 눌러서 물을 짜내고 고리나 줄에 걸어서 자연 건조합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물을 짜낼 때 비틀어 짜내면 바지가 짜낸 방향으로 틀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또한 건조 시에는 바지 지퍼나 단추를 완전히 닫아야 균일하게 수축하여 착용 시에 불편하지 않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인디고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바지를 뒤집어 물어 넣기도 합니다.
3. 드라이클리닝
드라이클리닝은 의류를 물에 닿지 않은 채로 유기용제를 사용해 세척하는 방법입니다. 주로 기름에 녹는 지용성 이물을 제거할 때는 효과적이지만, 일상생활에서나 사람의 착용으로 인해 나오는 다양한 수용성 오염을 제거하기에는 효과적이지 못합니다.
4. 세탁기
어찌 보면 가장 현실적이고 간편한 방법입니다. 소킹 방식과 마찬가지로 청바지의 앞부분을 모두 잠그는 것을 권합니다. 세탁기에 무리가 가지 않게 다른 청바지나 이염되지 않는 어두운 색 옷을 함께 넣고 중성 세제를 넣은 뒤, 가장 약한 사이클로 돌리는 것을 권합니다. 요즘은 세탁기 기본 기능에 울/란제리 등의 기능이 있어 선택하기가 더욱 쉽습니다. 세탁기에 이런 기능이 없을 경우, 찬물과 약한 회전을 선택해 청바지가 과하게 수축하거나 손상되는 것을 막아주면 됩니다.
일부 사람들은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헹굼 과정 후 데님을 꺼내어 물을 눌러 짠 뒤, 옷걸이에 걸어 그늘에서 건조하기도 하나, 필자의 경우에는 그냥 일반 코스로 돌려 탈수 후, 걸어서 자연 건조합니다.
5. 손세탁
옷에게는 가장 좋은 세탁법입니다. 소킹 과정과 유사하나, 물에 중성 세제를 풀고 눈에 띄는 오염이 있는 부분을 살살 문질러줍니다. 이후 물에 헹궈 기타 세탁법과 동일하게 옷 걸에 걸어 자연 건조합니다.
* 건조기
빠르고 뽀송한 데님의 건조를 위해 건조기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건조기의 특성상 고온에서 의류가 기기 내부에서 많이 충격이 가해짐으로 큰 수축과 손상은 감안해야 합니다.
*여담으로 저번 글에서 적지 못한 페이딩에 대해 잠깐 써보겠습니다. 오션 페이딩이라고 불리는 페이딩 방법이 있는데, 청바지를 입은 채로 바다에 들어가 수영하고, 해수욕장의 모래를 물이 빠지길 바라는 부분에 비벼 빠르게 페이딩을 내는 방법입니다. 필자는 바다에서 사는 엄청난 양의 미생물과 흙까지 섬유에 끼워넣기 때문에 손상도 빠르게 일으키는 최악의 관리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아무리 세탁을 해도 완벽하게 그 오염물을 빼낼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데님을 보관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접지 않은 상태로 고리에 걸어두는 것입니다. 접어서 보관할 경우, 접힌 부분에 손상이 가거나 변색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크게 영향을 주는 요소는 아니기 때문에 공간이 여의치 않으면 접어서 보관해도 됩니다. 대신 접히는 수를 줄여 보관하면 더 좋겠죠?
비슷한 이유로 밑단은 롤업해둔 채로 보관하는 것도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밑단을 접은 채로 보관하면 접힌 부분에 손상이 더욱 쉽게 일어날 수 있습니다. 위 사진은 필자가 빈티지샵에서 구매한 슈가케인 데님인데, 전 사용자가 밑단을 접은 채로 장시간 보관하여 접힌 선부터 손상이 간 것으로 보입니다.
2016년 일본 유명 데님 브랜드들이 모여있는 오키야마에서 설립된 타누키는 이름을 밝히기 거부하는 데님 전문가들에 의해 시작된 데님 전문 브랜드입니다. 오니 데님에서 빠져나온 전문가들이라는 소문이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밝히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도 알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강한 요철감과 슬림한 실루엣, 엉덩이의 시그니처 디테일은 PBJ를 연상하게도 합니다. 이름보다는 자신들의 고품질 제품만으로 더욱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지켜봐 주길 바란다고 홈페이지 및 제품 포장지에 기재되어 있습니다.
타누키, 즉 일본 너구리는 일본 전설 속에서 변신이 가능한 요괴로 자주 등장합니다. 데님 또한 착용을 반복하며 변해가는 의류인 점에서 이러한 마스코트를 정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PBJ처럼 엉덩이에 브랜드 로고가 들어갑니다. 이 제품의 경우에는 또 다른 유명 데님 브랜드인 ONI Denim과의 콜라보를 통한 제품으로, 오니 데님의 Secret Denim 원단을 이용한 것이 특징입니다. 이 오묘한 색의 원단은 인디고의 푸른 색감 외에도 초록색이 조금 섞여들아간 감이 있어 색이 점점 빠지며 보통 데님과는 다른 특별한 색으로 남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위 사진을 통해 타누키(일본 너구리)가 그려진 단추와 핑크색 셀비지 라인이 들어간 디테일도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제품명에서 말하듯 Rise 즉, 밑위가 높게 올라오고 테이퍼드 제품이기 때문에 스트레이트 핏에 비해 다리에 착 달라붙는 느낌이 강합니다. 요철감이 강하고 21.5의 고온스 제품으로 페이딩 속도가 굉장히 빠른 편입니다. 원단이 두껍기에 여름보단 가을이나 봄 초에 착용하기 좋습니다.
타누키란 브랜드와 이 바지를 알게 된 것은 인스타그램과 해외 데님 리뷰 유튜버들을 통해서입니다. 사실 엉덩이의 디테일에 끌려 사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있었지만, 정말 구매를 하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를 통해서입니다. 여느 때와 같이 타누키 홈페이지를 구경하던 도중, 원화 가격이 평소에 비해서 10배 이상 오른 것을 보고 필자는 혼란에 빠졌습니다. 값이 오르기 전에 먼저 샀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오른 값은 상식을 벗어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인스타그램의 타누키 담당자에게 정말 그 가격이 맞는지, 무슨 이유로 값을 올리게 된 것인지 문의를 넣었습니다.
알고 보니 사이트의 오류로 원화 값만 비이상적으로 표기가 된 것이었고, 오류를 짚어줘서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할인 쿠폰을 전달받았습니다. 기왕 할인받는 거 원래 보던 제품보다 더 특별하고 고가의 제품을 고르게 되었고 그것이 오니 데님과 콜라보를 한 이 제품이었습니다. 나름 특이한 경험을 통해 구매한 데님이라 더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오니 데님의 원단을 사용해 타누키 디테일이 들어간 제품인지라 두 브랜드의 맛을 모두 느낄 수 있는 반면, 하나의 브랜드의 온전한 맛을 느낄 수는 없는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필자의 착샷으로 글을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