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한 동심, 떨을 마는 곰인형으로 표현하다(7/10)
'남자는 평생을 아이로 산다'는 말이 있다. 소년의 욕구가 어른이 되어서도 이어진다는 말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TED"는 이러한 점을 조명한다. 코미디 영화이지만, 왜 이런 설정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려고 했는지 생각해보는 것은 늘 재밌다.
영화에는 수많은 철부지 남자들이 등장한다, 주인공, 주인공 여자 친구의 직장상사, 고전 만화 "Flash"의 주연배우, 주인공의 상사가 그러하다. 그들은 나르시시즘에 빠져있으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에만 집착하는 유아 퇴행적인 모습을 보인다.
주인공 또한 예외는 아니다. 그의 경우, 어릴 적 소원으로 살아난 곰인형 친구 테드와의 관계가 집착의 대상이다. 여자 친구와 좀 더 진지한 관계를 원하는 동시에 그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 그럴 때 더 집착하게 되는 테드는 주인공에겐 동심의 상징이자 애착 물건인 셈이다.
동심의 상징이라고는 하지만 테드 또한 기존의 모습과는 많이 변질되어있다. 원초적인 모습을 보이기에 여자와 마약 같은 단순한 쾌락에 젖어 살아가며, 주인공에게 악영향을 끼친다. 동심에도 유통기한이 있는 모양이다. 그렇게 상한 동심을 끌어안는 주인공은 늘 현실과 충돌하고, 결국 진정 원하는 사람이 자신을 떠나려 하자 그는 필사적으로 그의 동심을 절단시킨다.
그가 밀어낸 테드는 결국 타인에 의해 납치당하고 죽어버린다. 밀어낸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자신의 과거를 완전히 심적으로 분리해낼 수 있을까? 마지막 장면에서 여자 친구가 테드를 소원으로 살려내는 장면을 보면 그래도 남자들의 발칙한 동심을 아껴달라는 감독의 애교가 아닌가 생각한다.
뜬금없는 설정만큼이나 병맛인 드립들이 난무하나, 이를 자연스레 엮어낸 스티브 멕팔레인의 센스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적당히 재밌고 적당한 메시지를 품어 좋았다. 원래 필자가 좋아했던 "Family Guy"만화의 제작자라 개그코드는 이미 어느 정도 맞을 거라 예상하긴 했었다.
요즘은 특히나 피터팬들이 너무나도 흔해졌다. 기존에 우리가 보고 자란 어른들은 이제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우리들 중에는 몸만 커버린 아기들이 너무 많다. 진짜 성장을 위해선 스스로를 발전시켜야 한다. 이 영화도 그런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닌 완전히 다른 누군가로 거듭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며, 과거의 소중한 소망과 기억을 원동력 삼아 한 발짝 나아가야 한다. 물론 그런 생각 없이도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다.
필자의 경우는 식료품점에서 일하는 테드가 사고를 치고 점장에게 혼나는 장면들이 가장 재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