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울 만큼 우스운 지루함(6/10)
<줄거리>
무서운집은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한 주부가 출장 간 남편을 기다리며 일어나는 일에 대한 내용이다. 집에 혼자 남은 그녀는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다 스튜디오의 마네킹이 갑자기 움직여 그녀를 쫓는 것을 보고 도망친다. 몇 번 이를 확인한 후, 그녀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집안일을 한다. 혼자서 밥을 해서 먹고, 설거지, 양치, 청소, 김장 등 무미건조한 일상이 이어진다. 그것도 무려 20분 동안이나... 그 이후에도 한참 동안 귀신은 아주 잠시 동안만 모습을 비추고, 그 뒤에는 주인공의 일상이 반복된다. 후반부에 가서야 주인공은 귀신에게 반격을 시작하지만, 거기서도 긴장감이나 공포감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다. 느닷없이 갑자기 귀신과 베사메무쵸 노래에 맞춰 춤을 추거나 커피를 마시기도 한다. 결국 식칼과 미쳐버린 칼솜씨로 귀신을 퇴치하는 것처럼 보이던 그녀는 결국 빙의당하며 끝난다.
<감상>
이 영화는 굉장히 독특하다. 색 보정도 없고 배우의 연기 또한 일상생활과 연기 톤 그 사이 어딘가로 느껴진다. 납득이 어려운 스토리 전개, 일부러 뒤흔드는 이상한 카메라 연출, 엉성한 컷 편집, 마네킹 귀신의 움직임 모두 어색하고 조잡스럽다. 그렇다고 실력이 없다거나 마냥 막 찍었다고 하기엔 인물을 담는 정석적인 영화 구도와 주인공의 대사의 리듬이 이를 반증한다. 즉 제작 의도 자체가 일부러 어색하게 찍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든 것이 엇갈리며 자아내는 웃음 외에도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주부들의 삶과 괴로움이다. 긴 원테이크 샷들은 지루한 그들의 일상, 계속 등장하는 주인공의 식사 장면은 실제 주부들이 심심함으로 인해 과식하게 되는 현상을 반영했다. 가끔가다 주인공이 던지는 대사들도 일상 속에 거슬리거나 불편한 것들은 지적한다. "이놈의 시계 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네", "청소하다 시간 다 지나가네", "먹는 즐거움이 최고지" 등이 그렇다. 또한 감독에 의하면 텅 빈 집안과 계단 또한 의도된 것이라 한다. 드넓은 곳에 혼자 방치됨에 따라오는 두려움과 오르내리락 하는 삶을 빗대어 표현했다고 한다.
마냥 웃을 수도, 무서워할 수도, 슬퍼할 수도 없는 그런 괴작이다. 의외로 두 번째로 봐도 생각보단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