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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도령 Oct 04. 2023

05. 평안으로 눈을 돌리다

필요를 강요받는 사회 속에서

지금까지의 내용을 요약해 보자.


01. 사람은 자신의 삶이 우주처럼 거대한 시스템에서 어떠한 목적을 가지는지 알 수 없다.


02.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은 정해진 대로 흘러간다. 즉, 모든 것은 운명이다.


03. 불안은 인류가 생존을 위해 진화하며 몸에 자리 잡은 생체 시스템 중 하나이며 이는 박멸할 수 없다.


04. 우울도 생존을 위해 존재하는 생체 시스템 중 하나이며, 신체가 괴롭거나 불만족스러운 상황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를 스스로에게 알리는 일종의 고통이자 신호이다.


05. 불안과 우울은 해소되지 않을 경우 심화되며 악순환에 빠져 사람의 인지 능력을 저하시킨다.


06. 인간은 욕구가 만족되면 보상회로에 의해 쾌감을 느끼나, 이는 단시간 안에 소멸된다.


그렇다면 사람은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무엇을 추구해야 할까?


고통과 쾌락의 중간점, 평안


앞서 생각해 본 바와 같이 사람은 욕구가 충족되는 짧은 순간에는 쾌감을, 충족되지 못하면 불안과 우울을 느낀다. 즉. 감정이라는 것은 욕구 충족 정도에 대한 사람의 상태를 나타내는 하나의 지표로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사람은 항상 매 순간 감정을 느끼는 존재일까?


식욕을 기준으로 생각해 보자. 배가 고플 때 평범한 사람이라면 기분이 처지거나 상대적으로 우울한 편일 것이다. 반대로 식사 중이나 직후에는 포만감과 행복감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식사를 하지 않을 때에도 항상 먹을 것을 갈망하지는 않는다. 배가 고프지도, 부르지도 않고 식사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중간점이 존재한다.


필자는 모든 욕구에 대해서 이런 중간점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타인과의 유대감, 신체적 욕구, 새로운 자극에 목마르지도 지치지도 않은 중간 지점이 존재한다. 그 범위나 상태에 대한 정의는 개인별로 다르겠지만 사람이란 존재는 디지털 신호처럼 부족/충족 둘 중의 한 상태로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이 중간 상태를 개개인이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크게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이 상태를 "평안"이라고 부르며, 행복/쾌락보다는 이 상태를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이 평안이 아닌 쾌락을 좇는 삶을 산다고 가정해 보자. 원시 사회와는 달리, 우리 사회 속에서는 쾌락을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넘쳐난다. 고칼로리와 정제된 순수한 당분, 컴퓨터로 순식간에 반응하는 디지털 기기 등은 자연에서 느껴볼 수 없던 쾌락을 우리에게 안겨준다. 그러나 우리의 몸은 쾌락을 느끼면 그 자극에 무뎌지고 그보다 더 큰 자극을 원하게 된다. 이 또한 앞에서 얘기했던 보상회로의 한 부분인데, 원래대로라면 새로운 경험을 갈망하고 더 높은 수준을 위해 동기부여를 하게끔 하는 원동력을 갖게 하는 역할을 가진다.


선조들이 진화해 온 사회에서 쾌락이란 그렇게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옛날의 쾌락은 혹독한 자연 속에서 먹잇감을 찾거나 자손을 퍼트리는 과정에서 얻는 작은 과실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옥수수나 벼 등의 농작물들이 과거의 빈약한 모습으로부터 오늘날 인간의 입맛에 맞춰진 형태로 변형되었듯이, 우리의 쾌락 또한 과다한 형태로 변형되었다. 우리의 쾌락은 고농도로 함축되어 항상 우리 주변을 맴돈다. 큰 노력으로 얻어지지 않은 쾌락은 우리 스스로가 더 큰 자극을 갈망하게끔 하고, 이는 중독으로 이어진다. 수많은 고농도의 쾌락이 존재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그만큼 많은 중독이 존재한다. 게임, 음식, 술, 담배, 마약 등등...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변하고 상품이 서로 경쟁하는 자본주의 정보화시대의 사회에서는 항상 스스로를 쾌락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우리가 던져진 사회


먼저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생각해 보자. 우리 사회의 큰 특성 2가지인 자본주의 체재와 정보화 시대에 대해서 언급해보고자 한다.


1. 자본주의


시대별로 차이는 있지만, 자본주의 사회는 기본적으로 개인의 자산의 소유권을 인정하고, 그로 인해 각 구성원은 기본적으로 이윤을 추구한다. 그 대상이 개인이던, 단체이던 모든 구성원은 부를 축적하기 위해서 경쟁한다. 완벽한 사회 시스템이란 존재할 수 없기에 자본주의에도 각종 부작용들이 따르는데 그중의 대표적인 것이 과잉 공급이다. 이는 후술 할 정보화 시대의 특성과도 맞물리는데, 원래대로라면 수요보다 한참 많은 공급량은 기업들로 하여금 각종 마케팅을 통해 허상의 수요를 만들어내게끔 한다.


요즘 한 사람은 적게는 3,000개, 많게는 10,000개의 광고에 노출된다. 1970년대에는 불과 500~1,600개에 노출되었던 광고 수가 50년 만에 6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많이 접할수록 광고의 효과가 올라가는 만큼, 우리들은 더 많은 것을 갈망하게 되었다. 물건 외에도 여행, 음식, 체험 등 누군가가 정해준 것 마냥 허상의 기준점을 만들어 어느 브랜드, 어느 품질 이상의 것을 항상 원하게끔 변했다. 사용하지도 못할 기능을 훈장처럼 줄줄 외우고 다니며 자랑스럽게 얘기한 후 구매 후에는 머지않아 당연한 것처럼 취급하고 소비한다.


마치 광고의 대상인 물건이나 체험이 없으면 우리의 삶이 무미건조할 것만 같은 그 느낌은 무서우리만큼 친숙하면서도 벗어나기 어렵다. 정작 손에 쥔다 하여도 그저 평범해질 뿐인데 그것을 염두에 두는 것은 참 어렵다.


2. 정보화 시대


컴퓨터, 인터넷의 발전으로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격변한다. 몇백 년 전에는 한평생에 걸려 이동하던 거리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요즘, 유행과 관심사는 빠르게 변한다. 불과 10여 년 전에는 연단위로 변하던 패션이나 음악도 이제는 동시에 여러 가지 트렌드가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진다.


유행 외 과학 기술의 측면으로 보아도 변화가 빠른 것은 마찬가지다. 반도체 산업을 예로 보면 기술의 발전 속도가 지수함수처럼 빠르게 성장하기에 몇 년 간의 격차는 이미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그렇기에 매년 새로운 기술을 접목한 전자기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우리는 예전에 있을 것이라 상상치도 못한 것들을 늘 새롭게 갈망한다.


이렇듯 늘 새로운 부족함을 느끼게끔 하는 우리를 자극하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기에 사람들은 항상 불안감과 우울감을 느끼게 된다. 다시 말해 쉴 틈 없이 외부로부터 필요를 강요받고, 그로 인해 불행해지는 것이다.


이전 같은 경우에는 디지털 디톡싱이라 하여 핸드폰이나 전자기기를 멀리하고 자극을 줄여 조금 더 심적인 여유를 갖는 방법도 하나의 해결책이 되었었다. 그러나 이제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핸드폰이 없이는 업무는 물론, 주민센터 민원, 은행 잡무, 학교 생활, 심지어는 버스까지 탈 수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욱 외부 자극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으며 그 속에서 중용을 찾아 평안한 상태를 유지하는 법을 단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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