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슈탈트 붕괴 현상
대충 하는 게 더 어려운 당신에게
곤죽이 된다는 말 아는가?
거의 철철 녹아버리는 거다.
소프트 아이스크림처럼.
퇴근길 전철 자리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흐물흐물 녹고 있는 사람들. 눈 코 입 귀
얼른 이어폰을 꽂아야 하는데..
가만.. 근데
귀가 어디 갔지?
무의식 중에 네이버뉴스를 본다.
활자가 어색하다.
다음 뉴스를 본다.
이 단어 맞아?
머리 왼쪽 풍선에 갑자기 뽕 등장한 아들
'쯧쯧 문해력이 없으니 그렇지.
안 되겠다 이제부터 문해력 문제집 매일 한 장씩!!'
1. 오늘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 어제 쓰다만 보고서 수정하기
2. 오늘 퇴근 때 가장 마지막 한일은?
- 광클로 간신히 수정 보고서 저장하기
3. 오늘 나의 마지막 파일명은?
"ㅇㅇㅇ 추진안. ver21.docx"
( 이 글 쓰는 지금도 열 맞추기)
너무 수정과 교정을 많이 해서 그런가
단어들이 이제 전부 이상해보이는 느낌
참 오랜만이다.
출판사 영어교과서 교정 인턴 때 이후로
간장 공장 공장장은 간공장장..
김치찌개 vs 김치찌게
육계장 vs 육개장
loyalty vs royalty
머리를 쥐어뜯고 있으니 옆에서 과장님이 우아한 진단명을 내린다.
"게슈탈트 붕괴에 빠지셨네요"
[게슈탈트 붕괴현상]
늘 보던 단어가 생소하게 느껴져 마치 이 조합을 처음 본 것처럼 느끼는 현상
어떤 대상에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그 대상에 대한 개념 또는 정의를 잊어버리게 되는 기이한 현상
이 현상이 일어나면 전체성을 잃고 개별적인 것만 인식하게 됨으로써 평소 느끼지 못했던 '생소한' 감정을 느낀다.
흥미로워서 찾아보니 원래 게슈탈트는, 독일어로 ‘형태(gestalt)’ 라는 뜻이라고 한다. 하지만 부분과 전체의 조합이 인간의 지각을 구성한다는 독일의 게슈탈트 심리학이 아닌 일본의 괴담에서 유래된 은어라고하니 세상 참 요지경, 어느 것이 정확한 정보인지는 인터넷 서치만으로 알아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 괴담에 따르면 매일 거울을 보며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 하고 되뇌다가 결국엔 내가 누군지 아예 '잊어버렸다'는 이야기. 아니 나에 대한 인식을 '잃어버렸다'라고 하는 게 맞으려나?
사람들은 말도, 그에 어울리는 그럴싸한
의미도 참 잘 만들어낸다.
반대 의미로는 '데자부' 또는 '기시감' 현상이 있어서 게슈탈트 붕괴는 '자메부' 또는 '미시감'이라고 부른다고도 한다.
집중해서 관련 글과 영상들을 집중해서 찾아보는 사이 어느새 집 근처 역에 도착했다.
으악 이번 퇴근길도 쉬지 못했다!
대충하는게 더 어렵다.
근데..
이 역이 맞던가?
이 출구 어색한데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쿠키: floccinaucinipilihilification
'가치 없다고 생각하는 것' . 출처: 네이버영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