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행의 시작

by 웨엥

약 2년간 IT 스타트업에서 구르고 구르다, 역시 이건 아닌 것 같다! 하며 부모님이 계신 지방으로 내려왔다.

내가 늘 좋아하고 꿈꾸던 F&B 분야의 일로 진로를 틀어서 행복하게 살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사실은 더 불행했다.

내가 어떻게 말하든 '카페 알바'에 지나지 않는 일이었고, 식음료와 함께 일하는 건 좋았으나 시간적 자유를 아주 많이 빼앗겼다.


그래도 불평할 수 없었다.

내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잘못된 의사결정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아빠가 정말로 순수하게 궁금해서 그렇다는듯, "넌 왜 니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낭비하고 있어?" 라고 묻는 말에 발끈했고, 주절주절 여러 이유를 늘어놓는 내 모습에 나도 놀랐다.

사실은 인스타그램에서 보이는 사업하는 내 친구들이 부러웠다. 나도 누군가를 위해서 일하는 것이 아닌, 나 스스로를 위해 일하는, 나 자신의 대표자이고 싶었다.


여러 날을 이유도 모르고 괴로워하다가 문득 자청의 <역행자>를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런 이상한 결론에 다다랐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청의 사고 프레임워크는 내가 이전 직장에서 마케팅이나 기획, 카피라이팅을 할 때 정말 큰 도움이 되었으므로 "이 사람이라면 무언가 쓸모있는 조언을 내놓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에 그런 것이 아닐까.


<역행자>를 처음 읽었을 때는 빌려서 보았는데, 이번에는 그냥 구매했다.

돈을 주고 읽으면 더 열심히 읽지 않을까 싶어서.

그리고 읽으면 읽을 수록, 이 책을 처음 읽었던 때의 나는 왜 곧바로 행동하지 못했을까 의아해졌다.

저자가 말하는 95%의 순리자처럼 그날의 나는 그냥, 자청의 조언을 툭 덮어버리고 만 것이다.


역행자의 7단계에서 곧바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들을 메모장에 써가며 읽어내려갔다.

자의식 해체 부분에서는 무슨 봇물이 터진 것 마냥 할 말이 줄줄 흘러내렸다.

나 스스로에 대한 실망과 질타, 내 오만했던 날들의 생각들이 빼곡히 차올랐다.


Screenshot 2025-11-27 at 10.12.48 PM.png 자의식 해체의 과정....


역행자의 7단계를 효과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무자본 창업하기>를 시도하는 것이 제일 좋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일단 일을 벌려 놓으면,


1. 내 미천한 실력을 마주하며 자의식이 해체될 것이고 (1단계 자의식 해체)

2. 사업가로서의 정체성을 자동으로 갖게 되며 (2단계 정체성 설정)

3. 내가 실패할까봐 쳐다도 보지 않았던 사업이라는 영역에 억지로 도전하게 되고 (3단계 유전자 오작동 극복)

4. 내 미천한 실력을 들키지 않기 위해 벼락치기로라도 해당 분야를 공부할 것이고 (4단계 뇌 최적화)

5. 내 사업을 알리기 위하여 블로그, 인스타, 유튜브 등의 도구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5단계 역행자의 지식)


사실 그 다음 단계는 지금 시점에 크게 머리에 각인되지 않았다.

내가 놀며 쉬며 지내는 동안 멍청해진 것인지, 아니면 일단 무언가를 실행해야 눈에 들어오는 지식들이라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일단 명확해진 액션 아이템들을 정리해본다.


1. 무자본 창업기: 근무일 아침 6시 - 8시 / 부족한 부분은 수요일 오후에 채우기

2. 뇌 최적화: 퇴근 후 8시 - 9시 45분, 도서관에서. 목, 금, 월은 도서관에서 / 토, 일은 카페에서. 목표는 30분 이상 책읽기, 30분 글쓰기

3. 정체성을 만들기 위해 <무자본 창업하기> 강의 결제하기 (근데 이번 달 돈을 많이 써서 다음달 월급 들어오면 끊어야 함.....하필.)

4. 일주일에 한 번은 한주를 돌아보며 꼭 브런치에 칼럼쓰기. 그 주의 KPT 회고하기. 가장 주요한 뉴스와 개선할 점 파악하기.


일단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브랜딩 회사 웹사이트 하나 만들자.

내 컨셉은 "포장지가 번드르르한게 브랜딩이 아니다. 매출로 이어지는 브랜딩을 해야한다. 내 고객은 누구이고, 무엇에 반응하고, 어떤 도움이 필요하며, 그들에게 닿기 위해서는 어떤 말을 써야한다. -> 이것이 브랜딩"


이걸 중심으로 웹사이트 하나 기획해서 퍼블리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