몆 주 전에 한 카페에 갔다가 야외 테이블에서 발견한 목도리였다.
누군가 놓고 간 걸까.
색도 마음에 들고, 집어들어서 자세히 살펴보니 캐시미어 100%라서
약간 쫄리는 마음을 안고 슥 집어들고 나왔다.
카페에서 나가는 길에 주인 아주머니를 마주쳤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인사를 하고 차에 타서 목도리를 얼굴에 대보며 좋아하고 있었다.
바로 그 때, 주인 아저씨가 날 쫒아와서 목도리를 가져갔냐고 물었고
1초 정도 망설인 다음 사실대로 말하고 용서를 구했다.
사실 진짜 미안해서라기보다는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대충하는 사과에 불과했다.
진정성 있어보이게 사과하는 것에는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해서.
그러나 그 일은 나를 매우 괴롭게 했고, 결국 이틀을 끙끙 앓다가 사과의 편지를 담은 선물을 카페 입구에 몰래 놓고 도망치듯 나왔다. 내가 두고온 것은 사실 진정한 뉘우침과 사과의 선물이 아니라, 나 스스로의 죄책감과 쪽팔림이었을 것이다.
역행자를 다시 읽는데 기버와 테이커 이야기가 나왔다.
기버라는 워딩은 이전 직장에서 사장님들을 만날 때마다 자주 들어왔던 말이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면서, 사업이란 건 정말 온 마음을 다해서 고객들에게 기버가 되는 일이구나-하고 느꼈다.
그러나 실생활의 나는 어떠한가?
나는 테이커다. 정말 의심할 여지도 없이.
그렇기 때문에 길에 놓여져 있는 물건에 욕심이 나고, 주변 사람에게 밥 한 번 사는게 그렇게나 어려운 일인 것이다. 내가 매달 그렇게 쪼들리냐? 사실 그것도 아니다. 내가 먹고 쓸 만큼의 돈은 충분히 벌고 있고, 돈을 더 절약한다면 다른 부분에서 충분히 아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냥 인색한 것 뿐이다.
내 주변사람에게 내가 가진 것을 베푸는 것에.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어떻게 하면 기버의 자세로 살 수 있을까.
기버가 된다는게 기회가 될 때마다 사람들에게 밥을 사는 것이라는 뜻은 아니지만
언젠가 엄마가 내게 쏘아붙였듯 나는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이니까, 감사한 마음을 늘려야 하는 걸까.
나는 어쩌다 이렇게 오만하고 인색한 사람으로 살게 되었을까.
겸손과 감사는 어디서 오는걸까.
<부자의 그릇>
"...그래서 망했던 거군."
"뭐라고요?"
그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내 마음을 흐트러트리기에는 충분했다.
"자네는 돈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아. 건성인데다 갈피를 잡을 수도 없고, 순간적인 기분에 휩쓸려서 일을 크게 벌이려고 하지. 그래서 실패한 걸세."
'건성', '순간적인 기분' 이라는 단어가 마치 나를 찌르는 것 같아서.
나 진짜 돈에 대해 건성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하지만 돈을 다루는 능력은 많이 다루는 경험을 통해서만 키울 수 있어. 이건 결론이야. 처음에는 작게, 그리고 점점 크게.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어른이 되어 분별력이 생기면 돈을 다룰 수 있다고 착각해. 분별력과 돈을 다루는 건 별개인데 말이지."
돈을 다루는 능력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새삼 읽으니 이상했다. 그리고 많이 다뤄봐야만 키울 수 있다는 것도. 아빠가 번번히 재테크에 실패했던 것도 돈을 다루는 능력이 부족해서 그랬던 걸까?
"약속을 지킨 사람은 더 큰 거래가 가능해졌어. 신용도가 높을수록 더 비싼 거래도 가능해지는 거지. 이게 뭘 의미하는지 알겠나?"
"신용이 생기면 돈이 생긴다는 겁니까?"
"맞아. 바로 그거야. 부자는 신용의 힘을 알고 있어. 그래서 반드시 약속을 지키려고 하고, 남의 밎음에 부응하려고 하지. 돈은 남으로부터 오는 거니까. 마침내 신용은 커다란 돈을 낳고, 그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돈의 크기도 자연히 커져. 그러면 또다시 신용도가 상승하는 구조인 거야.
<더 골>이라는 책에서 그런 문장을 읽은 것이 불현듯 기억났다.
약속을 반드시 지켜라. 그것이 아주 작고 사소한 약속일지라도.
약속을 지킴으로써 신용을 얻는 것은 알았지만, 그 신용이 돈이 될 줄은 몰랐다.
생각해보니 화성에 간다는 일론 머스크도 그 신용 하나로 지구의 인재들을
하지만 돈을 얻으려면 이런 발상이 필요하지.
'250번을 연속으로 뽑으면 언젠가는 반드시 당첨된다!'
물론 250번을 연달아 뽑으면 설령 당첨이 되더라도 적자가 날 거야.
하지만 누구나 제비뽑기에서 100번 이내에 당첨 제비를 뽑을 정도의 행운은 가지고 있다네.
사람들은 회사가 문을 닫거나 개인이 자기파산하는 원인이 '빚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수중에 '돈이 없어지기 때문'이야.
돈에 소유자는 존재하지 않아.
전세계에 돌고 도는 돈은 '지금'이라는 순간에만 그 사람의 수중에 있는 거야. 원래 소유할 수 없는 걸 소유하려 하기 때문에 무리가 발생하는 거고. 그래서 돈을 쓰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걸세. 부자들은 돈을 소유할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일정한 규칙에 따라 사용하고 있어.
돈을 소유하려 했다는 아이디어에 머리를 맞은 것 같았다.
그건 그야말로 나였다.
예금통장에 돈을 쌓아만 두면서, 이 돈이 어딘가로 사라지는 것이 두려웠다. (그렇다고 저축이 나쁜건 아니지만....아닌가?)
어떠한 계기로 이 돈을 사용해야 할 때 잘 사용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두려움이 들었다.
그렇게 되면 그 돈이 너무나 아깝고, 그 돈을 벌기 위해 사용했던 시간들이 사라져버리는 것 같아서.
나는 내 계좌에 있는 돈조차 제대로 굴릴 역량이 안되는 것이다.
그리고 어제 익선다다 대표님의 영상을 보면서 느낀 점.
1. 미친듯한 자의식이 올라왔다. 그사람이 똥싸면서 박수를 쳐도 나보다 나을텐데, 선입견으로 그녀의 귀중한 경험과 정보를 흘려들을 뻔했다. 자의식 해체.......
2. 어떤 공간에서 어떤 브랜드를 기획할 때, 주변의 데이터를 샅샅히 분석한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음. 과연 그 데이터를 어디까지 보는 것이며, 어떻게 구하는 걸일까?
특히 주변 업종, 방문하는 사람들의 특징과 페르소나, 결제 특성들을 먼저 고려한 다음, 될법한 아이템을 정한다는 프로세스가 인상적이었다. 여기서도 결국 자의식이 아니라,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파는 것이 중요한 것.
3. 소제동 브랜딩에서 그 동네의 색, 텍스쳐 등등도 비주얼의 한 요소로 본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그런 부분까지도 디자인 시스템(?)이 될 수 있구나.(UX 디자이너였어서 브랜딩씬에서 뭐라고 부르는지 모름ㅋㅋㅋㅋ 아는 말로 대체함)